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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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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3) 제4화 돈이 많이 남는 장사 ⑬

“어떻게 그런 일이…”

  • 기사입력 : 2013-09-0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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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대한은 불길한 예감이 뒤통수를 엄습하는 것을 느꼈다. 강연주에게 무엇인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누구십니까?”

    “강연주 씨를 아시죠? 어떻게 되는 사이입니까?”

    “글쎄요.”

    장대한은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그는 강연주의 남편도 아니고 친척도 아니었다. 한국에서 애인이라는 말은 공식적으로 통용되는 말이 아니었다.

    “단축번호에 2번으로 저장되어 있는데….”

    “무슨 일입니까?”

    “강연주 씨가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단축번호 1번은 동생이고 2번이 장대한 씨라….”

    장대한은 가슴이 철렁했다.

    “강연주 씨는 어떻습니까? 괜찮습니까?”

    “죄송합니다만 강연주 씨는 현장에서 돌아가시고… 동생은 의식불명입니다.”

    장대한은 사내의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동생과 휴가여행을 간다더니 이런 비극을 당했는가. 휴가여행을 못 가게 막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상대편 차가 중앙선을 침범하여 충돌했습니다. 저는 속초경찰서 하 형사입니다. 병원으로 오시겠습니까?”

    “예.”

    강연주는 속초 대학병원에 있다고 했다. 하 형사는 속초에 와서 자세한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연주가 죽다니…. 아침에 내가 풍납동까지 데려다 주었는데….’

    장대한은 무엇인가 잘못됐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속초에 가서 확인하는 일이 중요했다. 장대한은 오미경과의 약속을 취소하고 속초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로 들어가자 비로소 눈물이 흘러내렸다. 고속도로에서 마음이 조급하여 한 번밖에 쉬지 않았다. 동해안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속초병원에 도착하자 이미 사방이 캄캄하게 어두웠다.

    “망자와 어떻게 되는 사이에요?”

    원무과에서 아가씨가 장대한의 신원을 물었다. 망자라는 말에 장대한은 가슴이 뛰었다.

    “남자 친구입니다.”

    장대한이 아가씨에게 말했다. 그러자 대기실에 앉아 있던 건장한 사내가 장대한에게 다가왔다.

    “하 형사입니다. 서울에서 내려오셨군요.”

    “예. 장대한입니다.”

    장대한은 하 형사와 인사를 나누었다. 그는 키가 작고 스포츠머리였다.

    “강연주 씨는 가까운 인척이 없고 자매뿐이더군요. 남편과 이혼했고 아이도 없었습니다.”

    강연주는 외롭게 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글: 이수광 그림: 김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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