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 양보면 우복리 서촌마을 이금자 씨가 풍구를 이용해 콩 타작을 하고 있다./하동군 제공/
하동군 양보면 우복리 서촌마을 김형갑(67)·이금자(63) 씨 부부는 요즘 콩 타작으로 한창 바쁘다.
서촌마을은 38가구 가운데 15가구가 1만6500㎡의 면적에서 콩을 재배하고 있는데, 유난히 이 부부의 수확 장면이 눈에 띄는 것은 지금도 농사일에 ‘풍구’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곡물의 쭉정이나 겨·먼지 등을 가려내는 농기구인 풍구는 지역에 따라 ‘풍로’, ‘풍차’라고도 불리는데 양쪽에 큰 바람구멍이 있고 큰 북 모양의 통 내부에 넓은 깃이 여러 개 달린 바퀴가 있다.
곡물을 풍구 위의 투입구로 넣고 바퀴와 연결된 손잡이를 돌리면 바람이 나오며, 이 바람의 힘으로 낟알과 쭉정이, 왕겨 등 잡물을 가려낸다.
이금자 씨는 “시집오기 훨씬 전 시아버지가 이웃 북천면에 있는 공작소에서 만든 풍구를 가져오셨는데, 시부모 때부터 80년이 넘도록 농사일에 유용하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가을철 수확되는 대부분의 곡식은 풍구 속으로 들어갔다 나와야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 이곳을 통과해야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이 판가름 난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것은 사람을 먹여 살리거나 재생산을 위해 보관되며, 쭉정이는 땔감이나 거름이 된다.
요즘 농촌에서는 이런 풍구를 거의 볼 수 없다. 전기를 이용한 새로운 기계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박물관이나 민속관에서 가끔 만날 수 있는 풍구가 서촌마을의 명물로 자리 잡고 있다.
정기홍 기자 jkh106@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