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9일 (월)
전체메뉴

[예(藝), 그리고 만남] (2) 시인 이달균과 작곡가 최천희

30년 예술 교감… 시는 음악이 되고 음악은 시가 된다

  • 기사입력 : 2013-09-23 11:00:00
  •   
  • 이달균(왼쪽) 시인과 최천희 작곡가가 통영 시가지와 강구안이 바라다보이는 남망산공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달균(왼쪽) 시인과 최천희 작곡가가 통영 국제음악당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마산이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 교감이 우리를 인연의 끈으로 엮어놓았죠.”

    이달균(56·통영시 집필실장) 시인과 최천희(55·경남음악협회 회장) 작곡가는 지역의 중견 작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들의 만남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 중반의 마산 문화예술계는 다른 장르에 대한 많은 관심으로 서로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다. 통술 골목에서 다져진 선후배 간의 두터운 정과 의리가 넘쳐흘렀고,

    시인과 작곡가는 자연스럽게 의기투합했다. 그리고 그들은 시를 쓰고 곡을 붙여 경남의 문화예술을 살찌우고 있다.

    그들이 처음 만난 장소는 아니지만 최근 윤이상 음악제를 통해 환상적인 호흡을 보이며 창작활동을 했던 통영에서 그들을 만났다.


    ◆창작 열정 불태우는 30년 지기

    “우리는 아직 어리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모임에서 건배 제의를 할 정도로 연륜이 쌓여 버렸네. 허허~”

    시인과 작곡가는 훌쩍 지나버린 30년 세월을 아쉬워하듯 차근차근 추억의 책장을 넘겼다.

    20대 중반, 이 시인은 제약회사 영업일을 하면서 시를 썼다. 최 작곡가는 대학원에서 음악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즈음 시인은 첫 시집 ‘남해행’을 세상에 내놓으며 평가를 기다렸고, 작곡가와 시인은 그렇게 만났다.

    “이 시인이 아주 뛰어나게 시를 잘 쓴다는 말을 듣고 한번 만나고 싶었는데, ‘마산청년예술인’이라는 모임을 통해 어울리게 됐죠.” 시인은 작곡가를 통해 현대음악에 눈뜨게 됐고, 작곡가는 그의 시를 음악으로 이어나갔다.

    시인은 1980년 대 초반 이월춘·성선경 시인 등과 함께 ‘살어리’ 동인활동을 하면서 1983년에 ‘비 내리고 바람 불더니’라는 5인의 사화집도 묶어 냈다.

    “최 작곡가를 처음 봤을 때 에너지가 깊고 두텁다는 느낌을 받았고, 예술 활동의 동반자로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죠.” 그렇게 만남을 이어갔고, 문학, 연극, 무용,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청년예술인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1990년 의미 있는 단체행동을 하기도 했다. 마산MBC가 사옥을 지금의 마산운동장 옆으로 옮기려고 하자 그 자리에는 문화예술회관을 짓는 것이 맞다며 벌인 행동이다. 그들은 주변 문화예술인들의 협조를 받아 마산 추산공원에서 상징적으로 연주회를 열고, 또 창동사거리에서도 연주회를 가지며 사옥 이전 반대운동을 하기도 했다.



    ◆만남의 횟수보다 신뢰가 중요

    “만남이라는 건 횟수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신뢰죠. 그것이 30년이라는 만남의 밑거름이 됐고요. 우리 둘 다 어느 정도 걸맞은 위치에 오른 것을 보면 제대로 된 만남을 이어왔다고 자부할 수 있겠지요.”

    시인과 작곡가는 오랫동안 만남을 이어가지 못한 적도 있었다. 최 작곡가가 유학을 갔을 때와 진주시향 지휘자로 갔을 때이다.

    작곡가는 1992년에 오스트리아를 거쳐 폴란드에서 음악공부를 했으며 1995년에 귀국했다. 그리고 그해 12월에 합포만 현대음악제를 개최해 지금까지 음악제를 하고 있다.

    자유시를 쓰던 시인은 1995년 ‘시조시학’ 신인상에 당선되면서 시조 창작을 병행했고, 모두 성숙한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면서 활동을 했다.

    작곡가는 1999년부터 진주시향 지휘자로 2006년 12월까지 8년 동안 전념을 했다. 둘의 만남은 소원했다. 하지만 작곡가는 그곳에서 진주지역 문인들과 공동작업을 했다. 마산 문인들과 해왔던 저력이 나타난 것이다. 진주 문인들의 시에 작곡을 해 3년 동안 ‘진주의 봄’이라는 창작 기획을 했다. 그러던 차에 경남오페라단에서 창작오페라 의뢰를 받아 2005년 10월 논개 초연을 했다.

    시인은 2001년 시조집 ‘북행열차를 타고’를 펴내고, 2003년에는 ‘장롱의 말’로 중앙일보 중앙시조대상 신인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그리고 2012년에는 작품 ‘늙은 사자’로 중앙시조대상을 수상했다.



    ◆작품은 날개를 달고

    최 작곡가가 2007년 경남음협 회장을 맡으면서 둘의 ‘밀회’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경남 시인에 의해 만들어진 경남을 노래한 시를 경남의 작곡가들이 곡을 붙여 무대에 올리는 ‘경남의 노래’라는 산뜻한 기획을 한 것이다. 2008년부터 시작해 6년간 이어 오고 있다. 기획에 걸맞은 시인을 이 시인이 추천하고 최 작곡가는 작곡가를 연결하는 등 ‘창작 메신저’ 역할을 충실하게 해온 덕에 경남의 ‘창작 마당’이 풍성해졌다.

    “6년이라는 창작과정을 통해 경남의 음악과 문학을 알리고, 식견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죠. 그리고 창작에만 그치지 않고 뒤풀이 등 시인과 작곡가 간의 만남의 자리를 통해 서로의 이해도를 높이면서 교류의 폭도 넓혔죠.”

    이 시인과 최 작곡가의 ‘진품’은 윤이상 음악제를 통해 탄생했다. 2011년 통영국제음악제 위촉을 받아 시인이 ‘오마주 윤이상’이라는 시를 쓰고 최 작곡가(전욱용 작곡가 참여)가 칸타타 형식으로 곡을 붙여, 올해 3월 윤이상 동요제 때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공연했다. 이 곡은 네 편의 시로 이뤄져 있는데, 1편은 선생의 유년시절을 애틋한 서정으로 노래했고, 2편은 선생이 유학을 떠나 경계를 넘나드는 음악세계를 구축하는 모습을 그렸다. 3편은 분단으로 인한 고통과 절망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4편은 평화와 화해 사랑을 노래했다.

    최 작곡가는 “나름 역작으로 꾸민 무대였는데, 오케스트라가 아닌 챔버오케스트라의 반주 등으로 여러 가지 아쉬웠지만 통영시민들의 성원이 있었고,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워 언젠가는 다시 한 번 공연하고 싶은 작품이다”고 말했다.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이 시인과 최 작곡가의 공통점은 다른 장르와의 교류를 활발하게 한다는 것이다.

    최 작곡가는 최근 오페라 작품에 열중하고 있다. 그는 다른 작곡가보다 오페라 창작에 접근이 빠른 것은 인접 예술을 종합적으로 많이 거쳐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이달균 시인의 사설시조집 ‘말뚝이 가라사대’를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구상중이다. “이 시인의 ‘말뚝이 가라사대’를 읽고 오페라 대본은 이렇게 쓰는 것이다라고 느꼈다. 낱말 조합이 아주 훌륭했다. 앞으로 이 작품을 소재로 뮤지컬, 가무악 등을 만들고 싶다. 분명히 성공한다는 확신을 가진다.”

    시인은 고성오광대 등을 보면서 춤과 스토리, 소리를 시어에 녹여 이 작품을 완성했다. 이 시인은 “이런 장르는 시인들이 도전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었는데, 다른 장르 예술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다져진 ‘내공’을 바탕으로 도전을 했고, 지난 2009년 시집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시인은 조만간 6번째 작품집을 출간할 계획이다. 통영에 대한 이야기를 연작 형태의 시조작품으로 만들어 시집 한 권 분량을 준비해 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최 작곡가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는 천생(天生) 작곡가다. 작곡을 하고 지휘를 하는 과정을 통해 여러 가지로 나눠져 있는 팩트를 묶어내는 데 탁월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에너지가 충만하기 때문에 내재된 에너지를 피워낼 수 있는 저력을 가졌으며, 앞으로 더욱더 우뚝 설 것으로 기대하고 확신한다.”

    작곡가는 28일 해인사에서 오페라 대장경 공연을 한다. 내년에는 남해안을 소재로 한 수궁가를 뮤지컬이나 오페라 형태로 만들 계획이다. 그리고 경남 전역을 돌면서 공연을 해보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이 시인을 이렇게 평가한다. “이 시인은 반짝반짝 재치가 넘친다. 작품에서도 묻어나지만 사회생활에서도 알 수 있다. 어떤 모임이든 사회를 재미있고 조리 있게 하는데 연예인 뺨치는 수준이다. 그것은 다른 학문에도 정통하기 때문이며, 그래서 뛰어난 작품도 나오는 것 같다.”

    시인과 작곡가는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역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데 힘을 모을 계획이다.

    그들은 “50대 중반 인생 최고의 시기에 지역문화예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최선을 다해 보자”며 손을 굳게 잡았다.

    글= 이종훈 기자 leejh@knnews.co.kr

    사진= 김승권 기자 skkim@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종훈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