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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우리의 행복지수가 말해 주는 것- 조규형(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전 주 브라질 대사)

  • 기사입력 : 2013-10-0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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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 행복감 정도를 조사하는 전문 기관들이 발표하는 국가별 행복지수 순위는 그야말로 들쑥날쑥이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발표된 유엔의 2013년 세계행복보고서에서 조사대상 156개국 중 41위를 기록했다. 그 이전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갤럽 조사에서는 146개국 중 97위를 한 적도, 몇 년 전에는 100위 밖으로 벗어난 적도 있다. 한편 이번 유엔 보고서는 가장 행복한 국가들로 덴마크를 위시한 북유럽 국가들을 꼽았는데, 영국의 신경제재단(NEF)은 오래전부터 부탄, 방글라데시, 파나마, 쿠바 등 동남아와 중남미 저개발국을 행복지수 상위권의 국가로 평가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을 행복지수 150위, 개인소득 4만 달러의 싱가포르를 최하위권으로 평가한 기관도 있었다. 이는 조사기관의 평가기준이나 조사방법이 다른 탓이겠으나, ‘당신은 행복합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이 각각 해석하는 행복의 의미가 다른 것에도 그 이유가 있다. 문화권별로 가치와 관습이 다르고, 또 행복이란 지금 내가 처한 상태에 대한 감정일 뿐만 아니라 내가 이웃에 비해 어떠하며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문화와 관계없이 모든 사회에서 사람들은 질 높은 삶, 좋은 건강, 안정된 미래를 위해 많은 소득과 사회적 성취를 원한다. 그런데 얼마만큼의 재산과 성취에 만족하는가 하는 것은 다분히 상대적이다. 19세기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인 밀(John S. Mill)은 사람은 ‘부자’가 되길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남보다 더 부자’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렇듯 우리는 그것이 재산이든 명예이든 성취감이든 내가 가진 것을 내 주변 이웃의 것과 비교해 만족감 또는 불만을 느낀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기보다는 남과의 차이를 더 의식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본성이니, 경쟁의 룰이 공정하지 못한 사회라면 상실의 불만은 분노로 변하고 사회의 행복지수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어제의 나, 지금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에 대한 비교도 개인의 행복감을 좌우한다. 사람은 과거보다 좋아진 나를 발견할 때 만족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의 나와 미래의 나에 대한 비교이다. 수십억 원의 로또 당첨자의 행복감이 대부분의 경우 짧게 끝나고 마는 이유는 로또 당첨 행운과 함께 온 재산과 변화된 생활방식이 앞으로의 행·불행의 비교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당연히 미래에 낙관적인 사람이 많은 사회의 행복지수는 높다. 유엔의 보고서를 작성한 컬럼비아대학 지구연구소가 북유럽 국가들을 톱5로 판단한 것도 이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성장 잠재력과 복지제도가 국민들로 하여금 미래에 낙관적일 수 있도록 하는 조건으로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한편 시장경제의 경쟁구조가 초래하는 불평등에서 오는 갈등과 불만은 사회적 통합과 공동체 의식을 저해하며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되기 어렵다. 미국, 영국을 비롯한 적잖은 경제대국들이 국력에 비해 의외로 낮은 행복지수를 기록하고, 반면에 일부 저소득 국가들의 행복지수가 높게 평가되는 것은 국가 전체의 행복에 있어 사회적 평등과 온전한 공동체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행복지수 평가 결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것은 행복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절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때만이 사회 구성원의 행복감이 높은 공정사회로 가는데 요구되는 법의 지배, 도덕과 윤리, 관용과 개방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다. 물질만능의 풍조 속에서 우리는 흔히 경제성장을 단순히 소득의 문제로만 생각하기 쉬우나 지속적 경제성장은 금전의 문제를 넘어 전반적인 사회발전에 필요조건이 된다. 정체된 경제에서는 사회 구성원 간 양보와 타협, 협동이 어렵게 되고, 이런 상태에서 불평등 해소, 공동체 의식 함양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규형(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전 주 브라질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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