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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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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 천애비린(天涯比隣)- 하늘 끝에 있는 곳이 이웃이다

  • 기사입력 : 2013-11-1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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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唐)나라 초기 왕발(王勃)이라는 천재시인의 시에 ‘이 세상에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나니, 하늘 끝에 있어도 이웃 같다네.(海內存知己, 天涯若比隣.)’이라는 구절이 있다. 진정으로 사람을 아는 것은 물리적인 거리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어떠냐에 달려 있다.

    이웃 ‘린(隣)’자의 본래 뜻은 ‘다섯 집(五家)’이란 뜻이다. 자기 집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둘러싼 집을 가리켰다. ‘인접(隣接)’했다는 말의 원래 뜻은 ‘집이 붙어 있다’는 것이다. 뜻이 더 확대되어 ‘가까이 있는 집’, ‘가까이 있는 사람’을 나타내는 뜻으로 쓰였다. 그래서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웃 나라를 ‘인국(隣國)’이라고 한다.

    이웃 나라와 잘 지내려는 정책을 ‘선린정책(善隣政策)’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우리 나라와 국경을 접한 나라는 중국(中國)이고, 바다를 사이에 두고 가까이 있는 나라가 일본(日本)이었다. 그래서 조선시대 외교정책이 ‘사대교린(事大交隣)’이었다. 큰 나라는 섬기고 이웃 나라는 사귄다는 뜻이었다.

    외교라는 것은 결국 상대방을 잘 감동시켜서 자신에게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이롭게 하려는 조치다. 상대방 나라도 마찬가지다. 큰 나라는 큰 나라대로, 작은 나라는 작은 나라대로 각자 자기 나라의 이익을 챙기겠다는 의도에서 출발한다.부당하게 상대국을 무시하고 자기 나라의 이익만 취하려고 하면 정상적인 외교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1년에 4번씩 중국에 사신을 보냈는데, 사신으로 뽑히는 사람은 엄선에 엄선을 거듭했다. 학식이 풍부하고 글을 잘하고 임기응변에 능하고 담력이 있는 사람을 뽑아 상사(上使·사절단장), 부사(副使·부사절단장), 서장관(書狀官·문서담당관)을 임명했다. 그리고 통역관, 호위무관 등등 해서 200명 내지 300명이 중국을 다녀왔다. 필요한 경우에는 수시로 사신을 보내었으니, 1년에 평균 6번 정도 사신이 갔다.

    황제나 중국 관아에 보내는 문서는 국내에서 글을 가장 잘하는 홍문관(弘文館) 등의 관원이 지어, 여러 관원들이 다시 고쳐서 최종적으로 국왕의 결재를 받아 정서를 하여 중국에 가져간다. 중국으로 가는 길에 사신 세 사람이 토론을 계속하여 조금이라도 문제가 발견되면 다시 고친다. 북경에 도착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도 세 사신이 토론하여 계속 고쳐 황제에게나 중국 관아에 보내는 직전까지 고쳐 최종본을 만든다.

    왜 이렇게 글 한 편에 정성을 쏟는 것일까? 받아보는 중국 황제나 중국 관원들에게 감동(感動)을 주어 우리가 목적하는 일을 잘되게 하려고 하는 것이고, 나아가 우리나라에 이롭게 하기 위해서였다. 국가 간의 외교도 결국은 담당하는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데서 출발한다.

    어느 나라든 외교는 중요하다. 사람 말고는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외교가 더욱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외교의 중요성을 알고 외교에 정성을 쏟고 있다. 미국 중국 월남 영국 프랑스 벨기에 등등을 순방하여 상대국의 국가원수와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 특히 그 나라의 국어를 잘 구사하여 더욱 환영을 받고 있다.

    나라 사이에는 거리가 문제가 아니고, 멀리 있는 나라도 외교하기에 때라서 얼마든지 가까운 이웃으로 만들 수 있다. 지금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의 외국어 구사를 두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사대주의라고 매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국가원수와 회담하는 공식석상이 아니면, 얼마든지 그 나라 말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중요하다. 자기 나라 말을 아는 사람에게는 더욱 친근감을 느끼게 되니까, 외교적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 天 : 하늘 천. * 涯 : 물가 애. 끝 애. * 比 : 나란할 비. * 隣 : 이웃 린.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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