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6일 (금)
전체메뉴

(510) 분양무덕(奮揚武德)- 무인의 덕을 떨치다

  • 기사입력 : 2013-12-03 11:00:00
  •   


  • 우리나라에서는 군인 출신 가운데 세 명이 대통령을 지냈고, 이들 덕분에 군인 출신들이 여러 요직을 많이 맡았다. 군인이라서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개중에는 부당하게 돈을 모으거나 하여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그로 인해서 군인 출신들이 실제 이상으로 욕을 많이 들어먹고 무더기로 폄하되고 있다. 사회 제도 가운데서 뭐 좀 안 좋은 것이 있으면, 덮어놓고 군사문화(軍事文化)라는 말로 매도하고 있다.

    그러나 군인 가운데는 정말 존경할 만한 훌륭한 분도 많이 있고, 군사문화 가운데서 배울 것도 많이 있다. 대한민국 군인 가운데서 가장 잘 알려져 있고, 가장 존경을 받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 지난 11월 25일 작고한 채명신(蔡命新) 예비역 중장일 것이다. 1965년부터 69년까지 주월한국군 사령관으로 재직하면서 거의 매일 신문이나 라디오방송에 그 이름이 오르내린 것도 있지만, 그 자신의 정신과 처신 때문에 존경을 받는 것이다.

    본래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으로부터 매우 신임을 받아 5·16에 적극 참여했지만, 1969년 귀국 후 박 대통령의 삼선개헌, 이후 유신(維新) 등에 반대하다 더 이상 진급하지 못하고 퇴역하고 말았다.

    그가 전술, 작전, 지휘 능력이 뛰어난 3성 장군이라서 유명한 것이 아니고, 그는 언제나 부하들과 일체가 되어 부하를 생각하고 부하의 입장에서 지휘관 역할을 했기 때문에 그의 부대에서 근무하거나 그와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그를 존경한다. 예하 부대에서 전공을 세우면 아무리 위험한 전투현장이라도 직접 달려가 그 공을 직접 치하했고, 부하가 전사를 했으면 통곡을 했고, 상처를 입었으면 병원에 달려가 문병했다. 월남 전투현장에 4년 동안 근무했으면서도 그의 사진 가운데는 철모 쓴 사진이 단 한 장도 없다. 사령관이 생명 보호를 위해서 철모를 쓰고 있으면, 벌써 자신이 죽을까 겁을 먹고 있다는 표시니까 부하들의 사기(士氣)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월남전 전투상황을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서 한국에 오게 되면, 반드시 국립묘지 파월장병전사자 묘역에 가서 참배하며 눈물을 흘렸다.

    실제로 장군이나 지휘자는 자기도 잘해야 하지만, 부하들이 공을 세워주지 않으면 잘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름 없는 일반 사병들이 실제로 장군된 사람의 실뿌리요, 세포(細胞)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장교 가운데서도 부하들이 사고를 쳐 중간에 안타깝게 옷을 벗고 나간 사람도 수두룩하다.

    그런 줄도 모르고 별을 달면 사병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고 군림하는 고급 군인들이 간혹 있었다. 또 자기 출세를 위해서 사병들을 위하는 척 쇼를 하는 군인들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채명신 장군은 거의 모든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제대 후에도 정치나 재산 등의 문제에 초연하여 처신을 바르게 했다.

    마지막 가는 길이 더욱 감동적이다.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사병묘역 가운데 파월전사자 묘역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지금까지 전례가 없는 일이라 정부에서도 망설였지만, 유가족들의 강한 건의로 월남전에서 전사한 971명의 사병들과 함께 고이 잠들 수 있게 되었다.

    전술 작전 능력도 뛰어나지만, 인격이나 덕행(德行)이 뛰어난 채 장군 같은 군인이 많이 나와야 지금까지 실추되었던 군인들의 위상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奮 : 떨칠 분. * 揚 : 드날릴 양. *武 : 무인 무. * 德 : 큰 덕.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