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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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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까면서 피아노 연습하는 소녀

엔씨소프트문화재단- 경남신문 공동기획
새로운 창원만들기- 취약계층 공부방 지원합시다
⑥단칸방서 공부하는 다해 양

  • 기사입력 : 2013-12-1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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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해·은해 자매가 단칸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내년에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다해(가명·16·창원 마산회원구 양덕동)는 부모가 이혼했지만 얼굴에 전혀 그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성격이 밝다.

    비좁은 방에서 엄마와 동생 은해(가명·13) 사이에 끼여 새우잠을 자고 매일 저녁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엄마가 상처받을까 불평도 않는다.

    기초수급대상자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임대받은 집에서 월세 10만 원을 내며 생활하기에 이사는 엄두도 못 내고, 작은 방 2곳도 사용하지 않는 짐이 차지하고 있어 공부방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다.

    다해 엄마는 셋째 은해를 낳은 뒤 남편의 무자비한 폭력을 못 견뎌 이혼했다. 남편은 폭력만 휘두른 게 아니라 아내 명의로 카드를 만들어 빚까지 떠넘겼다.

    세 딸을 홀로 키우면서도 식당 주방일 등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던 엄마는 지금 당뇨와 그에 따른 합병증으로 시력이 나빠져 글도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몇 해 전 집으로 오다 계단에서 넘어져 팔을 다쳤는데, 그 부위의 통증이 재발해 현재는 집안 일도 제대로 하기 힘들다. 엄마는 딸들이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라도 마련하는 게 소원이다.

    피아노에 소질이 있는 다해의 꿈은 음악가다. 사춘기 예민한 시기, 또래 친구들과는 달리 식당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만 다해는 학원을 다니고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수 없다. 최근 다해는 식당에서 마늘을 까다가 칼에 손을 베었다. 피아노를 쳐야 하는데 많이 아프지 않느냐는 말에 “식당 일도 어느 정도 적응되다 보니 이 정도는 괜찮아요”라며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을 받았다.

    창문 틈을 타고 들어온 외풍 탓에 고장난지 오래된 컴퓨터가 더욱 차갑게 느껴졌다.

    글·사진=김정민 기자



    ★함께해요

    다해와 은해 자매가 멋진 성인으로 성장해 또 다른 사랑을 베푸는 사람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도움을 기다립니다. 경남신문 문화체육부(☏ 055-210-6090)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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