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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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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창원공단 내 최다 봉사활동 김병각 한국지엠 창원공장 직장

“나에게 봉사는 나눔+채움이죠”

  • 기사입력 : 2013-12-2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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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각 한국GM 직장(대한민국 명장)이 창원시 성산구 대방동의 삼원 재가노인복지센터 앞에서 독거노인에게 쌀과 도시락을 배달하기 위해 차량에 탄 후 웃고 있다.
    김병각 직장이 창원시 삼원 재가노인복지센터 무료급식소에서 급식 봉사를 하고 있다.



    “나는 당신이 어떤 운명으로 살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은 장담할 수 있다. 정말로 행복한 사람들은 어떻게 봉사할지 찾고 발견한 사람들이다.”(알버트 슈바이처)

    슈바이처의 이 말처럼 자녀들을 어느 정도 키운 후 밀려오는 삶의 공허함 속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봉사활동을 통해 삶의 새로운 의미를 느끼며 사는 사람이 있다.

    특히 주야간 교대 근무 등 바쁜 직장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시간을 쪼개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시간이 없어 봉사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얘기는 그에겐 통하지 않는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부족함을 채우고 스스로가 더 즐겁고 행복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시간만 주어지면 어떤 순간에도 봉사에 나선다. 올 12월 현재 봉사활동 시간이 3000시간에 이르고 주변에선 ‘대우아저씨’란 별명도 얻었다. 자신이 정열적으로 봉사활동에 나서면서 온 가족이 봉사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창원공단 내 개인 봉사활동 최다시간을 인정받아 창원시가 2010년 발간한 ‘창원공단 기네스74선’에 등재되기도 했던 한국지엠 창원공장 김병각(51) 직장의 얘기다.

    김 직장은 1978년 대우중공업 창원공장에 기능사원으로 입사 후 1991년 대우국민차로 발령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지난 2003년에는 생산성 향상과 수출 증대에 기여한 공로로 대한민국 산업포장(2003년 9월)을 수상했고, 올해는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자녀 대학 진학 후 봉사활동 눈돌려

    “자녀 2명을 대학진학으로 집을 떠나 보내고 나름 후회나 부끄럼 없이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밀려드는 공허함은 막을 수 없었습니다.”

    김 직장은 이 공허함을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채워볼 수 없을까? 고민했다. 그러던 중 한국지엠 창원공장에서 직원부인들로 구성된 홍보사절단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던 아내로부터 함께 봉사활동을 해보자는 권유를 받는다. 그 결과, 봉사활동이 새로운 경험과 삶의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2007년 창원시 성산구 대방동 사회복지법인 삼원에서 본격적으로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삼원은 150여 명의 어르신들을 보살피고 무료 점심 식사를 제공하는 노인 복지시설이다.

    그는 이곳에서 야간근무 때 쪽잠을 자고 일어나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독거노인과 생활보호 대상자 어르신들에게 도시락 및 밑반찬 배달과 무료급식소 점심 배식을 담당하고 있다. 배달과 배식이 끝나면 식당 하수구 청소와 시설의 각종 고장난 기계들을 손봐준다.

    “사실 저에겐 노인복지 봉사활동이 처음이라 어리둥절하기도 했고, 야간 근무를 마치고 잠을 잘 시간에 봉사를 한다는 것이 힘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자원봉사자 중에서 연세가 상당히 많으신 분들도 땀 흘리며 노력봉사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존경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어느 날인가부터 ‘대우 아저씨’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봉사할 때 입는 조끼에 붙은 과거의 회사마크를 보고 시설을 찾는 어르신들과 자원봉사자들이 그를 ‘대우 아저씨’라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붙여졌다.

    그는 “제가 안 보일 땐 저를 찾고 걱정해 주시는 어르신들 덕분에 피곤하더라도 꾸준히 나갈 수 있었고, 회사 마크를 달고 봉사하는 만큼 더 성실히 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그러면서 “7년간 꾸준히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봉사는 시간이 없어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면서 “돌이켜보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습관이 몸에 밴 덕분에 회사 생활에도, 가정에도 더욱 충실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온 가족이 봉사활동

    김 직장은 2011년부터는 흉흉해진 사회 분위기 탓에 방범 순찰활동에도 관심을 가지고 야간 방범순찰 자원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무료급식소 봉사와 병행해 이웃의 안녕과 범죄예방을 위한 야간 방범은 주간 근무를 마치고 밤 8시부터 10시까지 두 시간씩 하고 있다.

    방범 순찰 봉사활동은 시작한 지 3년 정도 되었지만 노인복지시설 봉사와는 또 다른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김 직장의 봉사활동을 보고 자란 자녀들도 아빠를 닮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 전투기 조종사로 근무하고 있는 그의 아들은 공군사관학교 재학시절 고된 훈련을 받는 중에도 휴일에 부대 근처 소년소녀가장들의 상담도우미활동을 했다. 딸은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데, 대학 재학시절 자신의 전공을 살려 청소년 쉼터의 학습부진아동들에게 무료수업봉사를 했다. 자녀들의 봉사활동을 보면서 그는 가장으로서 뿌듯함을 느낀단다.

    그의 아내도 현재 진해구청 청소년 방과후 지도 봉사활동 및 한국지엠 창원공장 직원부인들로 구성된 봉사단에서 지역복지센터에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김 직장은 꾸준한 봉사활동 결과, ‘창원공단 기네스 74선’에 등재되고, 작년 연말엔 봉사활동 누적시간이 2600시간에 달해 한국지엠 본사가 있는 인천시로부터 한국지엠 임직원 중 유일하게 우수봉사자 인증패를 받기도 했다.


    ◆봉사를 통해 나의 부족함을 채워

    그는 봉사란 자신이 가진 것을 일방적으로 나눠주는 것으로만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직접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자신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고, 오히려 스스로가 더 즐겁고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는 “나도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얼마나 끈기 있게 할까?” 걱정도 되고 두렵기도 했단다. 하지만 그는 지금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봉사란 큰 노력이나 특별한 능력,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작은 힘이나마 나보다 어렵고 힘든 분들께 나누고 보태면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봉사를 하며 느낀 보람과 행복한 마음이 그의 열정을 식지 않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작은 시작으로 인해 가족들이 함께 봉사활동을 하며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봉사의 참된 즐거움을 함께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계획은

    그는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하고 있는 노인복지시설 및 방범활동과 관련된 봉사활동 외에 그가 가진 대한민국 명장으로서의 재능들을 활용한 봉사활동에 더욱 매진하고 싶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청년실업문제, 노인 일자리 창출 같은 사회적인 문제에 다소 도움을 주기 위해 자신이 가진 기계가공분야의 경험과 지식들을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글= 이명용 기자·사진= 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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