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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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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건강 지키기- ② 요부 변성 후만증

끊어질 듯한 허리 통증 방치하면 꼬부랑중년
오랜 시간 쪼그려 앉아 근육이 약화돼 발생
수술 외 다른 호전방법 없어 조기치료 중요

  • 기사입력 : 2013-12-2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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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병길 MH우리병원 신경외과 부원장이 환자에게 질환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건강은 모든 생활에 있어 중요하다. 그중 척추건강은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하고, 역할 또한 크다. 인간이 활동하는 이상 척추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위협을 받고, 일단 발병하면 치료와 관리도 쉽지 않다. 올바른 척추건강 지키기를 위해 마산 MH우리병원에서 도움말을 받았다.

    한 아주머니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아주머니는 인근 농촌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는데, 허리가 구부정해진 지는 1년 정도 됐다고 한다. 하루 종일 엎드리거나 주저앉아 일을 하다 보면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프고, 특히 허리는 바로 펼 때가 더 아팠다고 애기한다. 그래도 처음에는 허리가 펴지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허리가 펴지지 않아 엉거주춤한 자세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꼬부랑 할머니’는 대개 70세가 넘고 골다공증도 진행된 상태다. 하지만 50대 초·중반의 여성들이 허리가 구부정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보행하는 것을 의학적인 용어로 ‘요부 변성 후만증’이라고 한다.



    ◆40~60대에 허리가 굽는 병= ‘요부 변성 후만증’은 생소하게 들리는 병명이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이다. 요부란 허리를 말하고, 변성이란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퇴행성 변화를 의미하며, 후만증이란 척추가 구부정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요부 변성 후만증’은 나이가 들면서 허리가 구부정하게 굽는 병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60대 후반 이후에 허리가 굽는데 이를 ‘노인성 후만증’이라 부르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병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겪는 노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부 변성 후만증’은 아직 허리가 굽을 나이가 아닌 사회적인 활동력이 왕성한 40~60대에 허리가 굽는 특이한 병이다. 특징적인 것은 거의 대부분의 환자가 여성이라는 점이다. 또 의자생활을 주로하는 서양권에서는 거의 사례가 없고, 쪼그리고 앉아서 일하는 것이 생활화된 동양권에서만 발견되고 있다.



    ◆증상과 발병 원인= 최근 척추의 기능에 있어서 ‘허리 전만곡’의 중요성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요부 변성 후만증’에서는 척추 기능에서 가장 중요한 허리의 전만곡이 소실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초래한다.

    ‘요부 변성 후만증’ 환자들이 보이는 증상은 아주 특징적이어서 한 번만 보면 잘 잊어버리지 않을 정도인데, 가장 두드러진 증상은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로 평지는 그나마 걸을 수 있는데 언덕이나 계단, 산행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둘째는 허리가 구부정해지면서 몸이 앞으로 굽어지고, 앞으로 굽어지는 것을 이겨내기 위해서 골반을 앞으로 내밀고 어깨를 뒤로 젖히는 자세를 취한다.

    셋째는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거나 일을 할 때 몸이 앞으로 굽기 때문에 한쪽 팔꿈치를 싱크대에 받치고 다른 손으로 접시를 닦는데, 이 때문에 팔꿈치에 굳은 살이 박혀 있는 경우가 많다.

    끝으로 허리가 앞으로 굽기 때문에 무거운 물건을 몸 앞쪽에서는 잘 들지를 못한다 등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환자군이 중년 이후 여성들이기 때문에 요통이 있거나 다리가 저린 경우도 꽤 많다.

    척추 연구는 척추뼈나 디스크 등에 주로 집중됐고, 근육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따라서 허리근육의 문제로 허리의 심각한 병이 생긴다는 사실은 최근까지도 잘 몰랐다.

    ‘요부 변성 후만증’은 허리 근육 문제로 발생하는 병이다. 척추는 우리 몸의 기둥과도 같은데, 기둥이 똑바로 서려면 척추를 지탱해주는 앞쪽 근육과 뒤쪽 근육이 비슷한 힘으로 유지돼야 한다. 근육에는 크게 허리를 굽혀주는 허리 앞쪽의 복근과 허리를 펴주고 뒤로 젖혀주는 허리 뒤쪽의 신전근 두 종류가 있다. 이 두 근육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야 척추가 바로 설 수 있다.

    엎드려서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경우는 뒤쪽 근육이 늘어진 상태로 약화되고 고착돼 어느 순간부터 허리를 바로 펼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머리와 가슴부위를 뒤로 젖혀서 걷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보상작용도 시간이 가면서 피로감이 쌓이게 되고, 다시 몸이 앞으로 구부정해지는 엉거주춤한 자세를 보이게 된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근육의 약화 정도가 심해지면서 결국에는 기능이 다시 회복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오랜 시간 쪼그리고 앉아서 일을 하면 허리를 펴주고 뒤로 젖혀주는 신전근으로 가는 혈액 공급이 차단돼 약화된다. ‘요부 변성 후만증’은 허리를 지지해주는 근육 가운데 신전근이 위축되고 약해져서 생기는 것이다.



    ◆쪼그리고 앉아 일하는 습관 버려야= ‘요부 변성 후만증’ 치료는 비수술적·수술적인 방법으로 나눠진다.

    비수술적인 치료는 허리 신전근을 강화시키는 체조를 통해 허리가 더 이상 앞으로 굽지 않게 하는 것이다. 초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서 병의 진행을 막기 위해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대다수 환자는 신전근이 이미 많이 망가져 있기 때문에 근육강화 체조로는 별로 효과가 없다.

    증상이 심해 일상생활에 힘든 환자는 수술 치료를 생각해야 한다. 사실 수술 이외에는 증상을 호전시킬 방법이 없다. 그러나 너무 나이가 많거나, 전신 상태가 좋지 않으면 부담이 큰 수술이다. 또 수술받은 환자의 15% 정도는 수술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수술은 신중하게 결정된다.

    손병길 MH우리병원 신경외과 부원장은 “‘요부 변성 후만증’은 허리 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과는 다르다. MRI 검사를 하면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는 부수적인 것이고 장애의 주된 원인은 허리 전만곡의 소실이다”며 “또 ‘노인성 후만증’과 파킨슨병과도 구별되는 만큼 정확한 진단과 치료 방법이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쪼그리고 앉아 일하는 습관을 버리고, 허리 부위가 심하게 끊어질 듯 자주 아프고 펴기가 힘들면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수술의 경우 비용뿐 아니라 합병증, 후유증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문재 기자

    도움말= MH우리병원 신경외과 손병길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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