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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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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속으로] 50대 남매의 채권자 유인 살해

알리바이 확보하려 동선 짜는 등 치밀 범행
시신 유기 장소 주변 사람들 만나

  • 기사입력 : 2013-12-2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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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전 범죄를 꿈꾼 인면수심 남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범행에 쓰인 도구를 분산시켜 숨기고 알리바이를 확보하기 위해 동선을 짜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23일자 6면 보도)

    마산동부경찰서는 ‘부동산에 투자하면 몇 배의 이익금을 돌려 주겠다’고 속여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으로부터 6억3000여만 원을 빌린 뒤 지인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누나 A(59·여) 씨와 동생 B(53) 씨를 23일 구속했다.

    ◆부동산이 미끼= 남매가 살해된 C(65) 씨와 안면을 튼 것은 지난해 10월,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A 씨 집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부터다. 가스배관 설치업자인 C 씨는 A 씨가 은연중에 “정계와 법조계에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며 “조만간 특정지역에 그린벨트 해제가 결정되는 부지가 있는데 결재만 나면 공시지가가 2~3배로 올라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에 솔깃했다.

    C 씨는 A 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투자금 6억3000여만 원을 건넸다. 하지만 A 씨가 말한 ‘특정부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A 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3차례 사기전과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이익금을 주지 않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C 씨는 지난 8월부터 A 씨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A 씨는 아들에게 자동차를 사주고 동생 B 씨 아파트 구입 대금에 보태는 등으로 돈을 이미 썼다.

    ◆범행= 모든 것이 거짓임을 알게 된 C 씨는 A 씨를 찾아가 ‘농약 먹고 함께 죽자’고 말하는 등 돈을 돌려달라고 독촉했다. A 씨는 12월 1일 오전 C 씨에게 전화를 걸어 ‘함께 점심을 먹자’며 집으로 유인했다. 이어 동생 B 씨를 불러 C 씨와 함께 화투를 치라고 한 뒤 미리 준비한 둔기로 C 씨를 살해했다. 남매는 마대자루에 C 씨의 시체를 담아 거창의 한 야산에 버렸다.

    ◆실패로 끝난 완전 범죄= 사건 다음 날인 2일, 경찰은 ‘C 씨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가족들의 실종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C 씨의 차량이 A 씨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발견된 점, 의령군 한 저수지 근처에서 C 씨의 휴대전화 최종위치가 확인된 점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전화통화와 은행거래 내역을 확인하고 폐쇄회로TV(CCTV)와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해 남매를 붙잡았다.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시체를 유기하러 가면서 거창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A 씨의 전(前) 시동생에게 사과를 샀다. 다음 날 시체를 땅에 묻기 위해 다시 시체 유기장소에 들렀을 때는 인근에 사는 A 씨의 동창에게서 김장배추를 받아오는 등 알리바이 확보를 위해 동선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범행에 사용된 둔기는 거창군 한 마을 국도변 개울가에, 피 묻은 카펫은 야산에, C 씨의 휴대폰은 의령군 저수지에 각각 분산 은닉했다.

    경찰 관계자는 “남매는 투자금 반환을 독촉하는 C 씨를 살해할 마음을 먹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완전범죄를 위해 사전에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했다는 점이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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