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2일 (목)
전체메뉴

연말 술에 지친 당신의 간, 안녕하십니까

알코올 간질환

  • 기사입력 : 2013-12-30 11:00:00
  •   
  •  

    연말연시다. 묵은 해를 보내는 송년회, 새해를 맞는 신년회 등 각종 모임이 줄을 잇는다.

    모임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술이다. 식사와 함께 간단하게 끝내는 술자리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대개 술자리는 자리를 옮겨 2차, 3차로 길게 이어지기 일쑤다.


    간은 통증 잘 못느껴… 심각한 손상 후에야 자각

    ◆간, 술의 알코올을 분해하는 장기

    우리가 마시는 술의 알코올 성분은 대부분 간에서 분해되고 대사된 후 수분과 탄산가스로 배출된다.

    그러나 간에서 처리할 수 있는 알코올의 양은 한도가 있으므로 휴식을 취할 틈도 주지 않고 계속 과음을 하면 알코올은 독이 되어 간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알코올이 통과하는 위장관도 예외는 아니다. 위점막을 자극하고 위산 분비를 촉진시키므로, 위염이나 위궤양을 일으키기 쉽고 소화장애나 위장관 출혈도 초래한다.

    장에서는 음식물의 흡수장애와 장의 점막 손상을 일으켜 설사가 나기도 한다.

    과음 후 급성 췌장염도 일으켜 심한 복통으로 병원에 입원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과음은 고혈압이나 부정맥, 심근병증의 원인이 될 수 있고, 근육통을 일으키고 골수의 기능을 억제시키기도 한다.

    간은 내장 장기 중 가장 크고 무거운 장기여서 해부학적으로는 1500g의 무게를 가지며 1분 동안 1.5ℓ의 혈액 공급을 받는다.

    복부의 오른쪽 상부에 위치해 있고 횡격막을 사이에 두고 허파(폐)의 아래쪽에 인접해 있기도 하다.

    간 주위에는 쓸개(담낭), 담도, 췌장, 십이지장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래서 오른쪽 상부의 복통이 발생하면 어떤 병인지 쉽게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더러 있는데, 유독 간에서 발생하는 질환은 쉽사리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간에 심각한 손상이 생기고 나서야 비로소 인체가 자각하게 되어 통증이나 황달 등의 증세가 나타나 손쓰기에는 뒤늦게 되는 경우를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술을 많이 마실수록 간질환 진행속도 빨라져

    알코올 간경변증 환자는 간암 발생 위험 높아


    ◆대표적 증상은 지방간, 알코올 간염, 간경변증

    알코올 간질환은 지방간, 알코올 간염, 간경변증 등 세 가지가 대표적이다.

    이 세 가지 질환은 알코올 환자에서 단독으로 존재하는 경우보다는 서로 중복돼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장기간 술을 마시는 과다 음주자의 90% 이상이 지방간 소견을 보이나, 이 중 10~35% 정도가 알코올 간염을 일으키고, 8~20% 정도가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게 된다.

    알코올 간질환의 진행에 걸리는 시간은 전적으로 마신 알코올의 양에 달려 있어서 술을 많이 마실수록 진행이 빨라진다.

    알코올에 기인한 간경변증 환자는 간암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특히 B형이나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간경변증 환자가 술을 과하게 섭취하면 간암의 발생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지방간만 있는 초기 간질환을 가진 애주가들은 지금이라도 당장 술을 끊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다.

    그러나 알코올 간염이 발생하면 정도에 따라 급성 간손상으로 넘어가 갑자기 생명이 위독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아야 한다.

    간경변증 등의 말기 간질환에서 간이식을 고려하는 경우에도 이식 수술 전 최소 6개월간의 금주 기간이 필요하다.

    이렇듯 궁극적으로는 술을 끊거나 술자리를 피하는 등의 알코올 회피 요법이 최선의 치료라고 할 수 있다.



    소주 3잔, 맥주 4잔, 위스키 4잔, 포도주 7잔 안전

    알코올은 영양분 안되고 비타민 흡수·저장 방해


    ◆음주량 남성 1일 40㏄, 여성 20㏄ 이하 권장

    일반적으로 간경변증을 일으키지 않는 음주량은 남자는 1일 40㏄ 이하, 여자는 20㏄ 이하로 알려져 있다.

    술의 종류와 제품에 따라 알코올의 함유량은 각기 다르지만 대체로 알코올 40㏄ 소주 3잔, 맥주 4잔, 위스키 4잔, 포도주 7잔에 해당하는 양이다.

    공교롭게도 여성은 남성보다 적은 용량의 알코올에 의해서도 알코올 간질환이 더 쉽게 발생하고 더 심한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여성에게 음주를 권하지 말아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알코올은 그 자체가 g당 7칼로리라는 높은 열량(탄수화물은 g당 4cal, 지방은 g당 9cal)을 내므로 알코올중독자는 배고픈 줄 모르고 식사를 거르는 수가 많다.

    그러나 알코올이 내는 칼로리는 영양분이 되지 않고 날아가 버릴 뿐만 아니라, 알코올은 소장에서 비타민의 흡수를 막고 간에서 비타민 저장을 감소시킨다.

    따라서 음식을 먹지 않고 독주만 마셔대면 단백질이나 비타민의 결핍이나 칼륨, 마그네슘, 아연, 칼슘, 인 같은 전해질, 무기질의 결핍도 초래할 수 있다.

    더욱이 영양결핍 상태는 알코올에 의한 간손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빈 속에 술 마시면 비타민·무기질 등 영양결핍

    식사·안주 충분히 섭취한 후 마셔야 간손상 줄여


    ◆과음은 알코올 간손상의 지름길

    이창민 한마음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빈속에 술을 마시기보다는 식사 또는 안주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기름진 안주는 알코올의 흡수 속도를 느리게는 하지만 결국은 나중에 모두 흡수되기 때문에 과음에 따른 알코올 간손상을 예방할 수 없다”며 “하지만 음식을 먹지 않고 독주만 먹으면 영양 결핍이 올 수 있고 영양소 결핍은 간손상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으므로 식사는 거르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인류의 문명 발달과 함께한 술은 여러 측면에서 이로운 점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 잘 쓰면 약이 되고, 못 쓰면 독이 되는 것이 술이다.

    하지만 지나친 음주는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인간 관계도 해칠 수 있다.

    술을 마시고 실수로 뱉은 말이 상대방에게는 비수로 다가와 가슴에 꽂힐 수도 있다.

    술자리가 많아지는 요즘에 술을 조금만 절제한다면 간도 아낄 수 있고, 주변 동료나 친구, 가족들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이문재 기자 mjlee@knnews.co.kr

    도움말= 한양대의료원 한마음병원 소화기내과 이창민 교수

    [사진설명] 한양대의료원 창원 한마음병원 소화기내과 이창민 교수가 간질환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한마음병원 제공/



    ★ TIP 술에 관한 의학상식 5가지

    1.술을 꼭 마셔야 하는 상황이라면 매일 마시는 것보다는 간이 회복될 수 있도록 2~3일 이상 간격을 두고 쉬었다가 마시는 것이 좋다.

    2.아침에 일어나 마시는 해장술은 금물이다.

    3.좋은 안주나 간장약과 함께 술을 마시더라도 간이 보호되지 않는다.

    4.안주를 많이 먹어두면 배가 부르기 때문에 술을 많이 마시기 힘들게 하는 부수적인 효과가 있다.

    5.물을 충분하게 마시면 술의 흡수를 지연시키는 것 외에도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문재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