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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90) 황강 38·끝 합천군 덕곡면~청덕면 낙동강

황강은 계속 흐른다, 흘러드는 물을 품기도 나누기도 하며…

  • 기사입력 : 2014-01-0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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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천군 청덕면 청덕교에서 만난 황강. 강물이 모래톱 삼각주 사이로 흐르고 있다.
    학리지석묘군.
    성태저수지에 비친 덕원서원.
    동산서당.
    광산서당.




    무슨 일이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다.

    또한 시작이 아름다우면 그 끝도 아름답다.

    2010년 5월 황강의 발원지 덕유산 삿갓샘에서 시작해, 계절이 바뀌는 황강을 따라 왔던 끝자락에 선다.

    그새 속절없는 세월은 3년 가까이 지났다.

    황강이 흐르는 주변을 찾아 화려하지도 않고 유명하지도 않아 사람들의 관심에서 잊혀져가는 문화유산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그동안 사과가 붉게 익어가던 과수원에서 친구처럼 반갑게 대해주던 동년배의 농부도 만났고, 덕유산 깊은 산사에서 수도를 하면서 예전에 만났던 소중한 인연을 일깨워주었던 스님도 만났으며, 연수 중에 같은 방을 썼던 선생님도 만났다.

    많은 사람들을 길에서 만나 소중한 인연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났던 사람들과의 인연으로 순례길은 내내 행복으로 가득했다.

    겨울 추운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채워지고 있다.

    황강은 덕유산에서 시작해 곳곳에서 흘러드는 물을 담기도 하고 나누기도 하며 87.8㎞을 달려 낙동강과 만난다.


    ◆학리지석묘군·합천창녕보

    배티세일동굴을 나와 사양삼거리에서 오광대로(지방도로 1034)를 따라 약 10㎞를 가면 합천군 덕곡면 학리 청동기 시대의 문화유산 학리지석묘군이 있다. 우리나라의 고인돌은 강화도에서부터 전북 고창을 거쳐 전남 화순까지 곳곳에 흩어져 있다.

    고인돌에 대한 추억이 각별하다. 젊은 시절 아이들이 어릴 때 전국에 있는 고인돌을 찾아 다녔다. 지금이야 이정표가 있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대우를 받고 있지만 옛날에는 밭이나 논에 버티고 있어 귀찮은 존재로만 여겨졌다. 가족들을 데리고 산과 들로 고인돌을 찾아다니는 나를 초등학생 아들이 아버지 묘지를 고인돌로 써주겠다며 농담을 하며 전자메일에 사용하는 닉네임을 한국의 고인돌(dolmenkr)로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여행을 하다 만나는 돌덩이마다 고인돌이라고 했던 생각이 난다.

    청동기시대의 대표적 무덤 양식인 지석묘는 고인돌·돌멘(dolmen)이라고도 하며, 대체로 북방식·남방식·개석식 등으로 분류한다. 고인돌은 주로 경제력이나 정치권력을 가진 지배층의 무덤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근래 지배층의 무덤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무덤이라는 다른 학설을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우리나라의 고인돌은 4개의 받침돌을 세워 지상에 돌방을 만들고 그 위에 거대하고 평평한 덮개돌을 올려놓은 것을 북방식 또는 탁자식이라고 하며, 땅속에 돌방을 만들고 작은 받침돌을 세운 뒤 그 위에 덮개돌을 올린 것을 남방식 또는 바둑판식이라고 한다. 바둑판식에서 받침돌이 없는 것을 따로 개석식이라고 하여 구분을 하기도 한다.

    합천 학리지석묘군은 선사시대의 전형적인 남방식 고인돌의 특성을 띠는데 덮개돌 밑에 받침돌 2개를 받치고 있으며 그 아래는 돌널무덤(석관묘)의 형태이다. 덕곡면 학리 야산의 북쪽 사면 끝부분의 들판에 분포돼 있었다. 덮개돌은 길이 1~3m, 폭 0.7~1.8m, 높이 1m 정도로 직사각형을 이루고 있다. 고인돌은 약 60㎡ 정도 되는 곳에 군데군데 군집을 이루고 있었다. 고인돌 주변에서는 삼한시대 또는 가야시대의 유물로 추정되는 토기가 출토됐다고 한다.

    학리지석묘군을 떠나 발걸음을 옮기면 덕곡면 소재지이고 낙동강을 가르는 용지교이다. 용지교에서 합천창녕보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낙동강의 수량이 줄어드는 여름에는 다리 위에서 녹조현상이 쉽게 보이기도 했다. 4대강사업으로 추진된 합천창녕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었던 2008년 2월 대통령직 인수위가 국정과제 사업으로 추진한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대강사업은 생활·여가·관광·문화·녹색성장 등이 어우러지는 다기능 복합공간으로 꾸민다는 계획 아래 2013년 초 완료됐다. 하천 정비사업으로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을 준설하고 친환경 보를 설치해 하천의 저수량을 대폭 늘려서 하천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것을 주된 사업 명분으로 했다. 그 밖에 노후 제방 보강, 중소 규모 댐 및 홍수 조절지 건설, 하천 주변 자전거길 조성 등이 부수적 내용이다. 사람들이야 무슨 말을 하든 합천창녕보 아래를 흐르는 낙동강은 가던 길을 가며 말이 없었다. 강을 따라 난 길을 달리는 자전거 행렬이 겨울바람을 가르고 있었다.


    ◆덕원서원·적포교

    합천창녕보를 떠나 낙동강을 잠시 내려오면 황강이 합류되는 곳이다. 황강을 거슬러 따라가면 그리 멀지 않은 청덕면 성태리 성태저수지 끝자락에 있는 덕원서원이 있다.

    세조(재위 1455∼1468) 때 이시애의 난을 맞아 당시 선봉장으로 활약하다가 전사한 차운력·차원부·차포온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서원이다. 덕원서원은 조선 숙종 18년(1692) 세웠는데, 처음에는 호남승평(지금의 순천)에 세워 오천서원이라 했다. 그뒤 지방 유림이 순조 6년(1806)에 합천군 청덕면 성태리로 옮겨 덕원서원이라 하였다. 고종 5년(1868)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자진 철폐했고, 1960년 지방유림이 복원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규모는 앞면 3칸·옆면 2칸으로,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으로 꾸몄다. 서원의 대문이 모두 잠겨 있어 내부를 보지는 못했지만 성태저수지에 비친 덕원서원의 모습은 비경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황강을 가르는 청덕교에 섰다. 220리를 흘러온 황강이 금빛으로 빛나며 모래톱 삼각주를 사이에 두고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이다. 그동안 먼 길을 함께 해왔던 아름다운 황강과 작별을 하고 발걸음을 청덕면 양진리 국도24번(동부로)를 따라 적포교로 향했다. 낙동강 칠백리 중에서 경치가 가장 뛰어난 곳이 적포리라고 한다.


    ◆동산서당 강당·광산서당

    황강과 낙동강을 뒤로하고 창녕 이방면으로 가는 군도 67번을 따라 귀로에 오르니 동산리 93번지에 창녕 동산서당이 있었다. 대문에 자물쇠가 잠겨 있고 담장이 높았다. 다행히 인근에 노재형(65) 관리인이 살고 있어 안내를 받았다.

    동산서당은 실용성과 경제성을 중시한 근대기에 건축된 서원으로서 한옥의 변천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했다. 강당은 정면 5칸·측면 1.5칸 규모의 겹처마 팔작지붕 건물로, 전면에 툇간을 설치하고 가운데에 마루(3칸), 좌우에 온돌방(각 1칸)을 배치한 일반적인 서당 건축양식이다. 좌측 온돌방에는 존성재, 우측 온돌방에는 거경당 현판이 걸려 있었다.

    강당의 온돌방 앞마루는 툇마루보다 한 단 더 높게 세우고, 앞으로 돌출되게 만든 다음 계자난간을 둘렀다. 온돌방의 기둥 간격이 마루의 기둥 간격보다 넓다는 점에서 근대기 서당 건축물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었다. 강당으로 들어가는 유의문은 맞배지붕의 작은 일각문으로, 기둥 전후로 뺄목을 길게 돌출시킨 후 지붕을 얹은 형태이다. 지붕처마가 처지지 않도록 뺄목 끝에서 기둥 하부로 비스듬히 지지대를 대어 지붕하중을 지탱하고 있다.

    창녕군 유어면으로 접어드니 광산서당이 있었다. 여름날 서당으로 들어서면 연분홍 배롱나무 꽃이 피어 바쁜 걸음을 잠시 머물게 한다. 광산서원은 1636년(인조 14) 병자호란 때 창녕 일대의 의병을 모아 청나라 군을 물리치기 위해 종군한 의병장 양훤의 충의를 기리기 위해 세웠다. 건물은 방 3칸, 마루 2칸, 대청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 5량 집으로 후학을 가르치기 위한 서고까지 갖추고 있었다.


    맛집

    ◆우포에: 주인 송미령(57). 주인이 시인이라 방안의 벽에 아름다운 시들이 가득 적혀 있어 포근함을 준다. 우포늪을 오가며 망중한을 즐길 수 있다. 버들국수 5000원, 버들계란 3개 2000원, 파전 5000원, 보이차·감잎차·연잎차 4000원. ☏ 055)532-8584


    (마산제일고등학교교사·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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