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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비경 100선] (46) 사천 남일대 코끼리 바위

바다 나들이 나온 코끼리 한 마리

  • 기사입력 : 2014-01-2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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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천 남일대 해수욕장에서 향긋한 겨울바다의 갯내음을 마시며 해안선을 걷다 보면 바다에서 코끼리를 만나는 뜻밖의 행운이 찾아온다. 코끼리 바위는 해수욕장 주차장에서 700m가량 떨어져 있다./김승권 기자/


    바닷물로 목을 축이는 코끼리가 있다.

    거대한 몸집을 하고선 바다 가운데 한자리 잡고, 남해 바닷물을 제 음료수 삼아 들이켜는 모습이 호기롭다.

    경남의 해안가를 일자로 그어 한가운데에 점을 찍고, 그 점을 이정표 삼아 달리면 나오는 곳이 있다.

    신라말, 고운 최치원 선생이 ‘남녘에서 제일가는 절경’이라는 뜻에서 이름을 지었다는 사천 남일대다. 도내 어느 지역이든 한 시간 반 이내면 도착한다.

    오목하게 육지로 들어온 반달 모양의 작은 모래사장에는 사람 한 명 없고, 바닷소리가 잔잔하다. 고운 모래 위에는 파도가 남긴 금들만이 서로를 잇고 있다.

    붐비는 여름 해수욕장의 모습과는 정반대로 지친 누군가를 위한 ‘당신만을 위한 바다’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모래사장 위에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 코끼리가 보인다.

    1970, 80년대의 모습이 남아 있는 키 작은 민박집들을 지나 산책로를 따라가면 15분 정도 걷게 되는데, 오른쪽에서 따라오는 해변은 이제는 모래가 아니라 서너 색으로 이뤄진 돌더미다. 작은 해안선의 굴곡에도 밀려오는 돌들의 크기가 다르다. 물이 빠지기 시작하자 앞서 걸어간 아낙들은 그 돌무지 위에 앉아 부지런히 손을 놀린다.

    산책로를 따라서는 해식 지형들이 나타난다. 시간이 켜켜이 쌓인 절벽에는 코끼리에 소원을 비는 돌들이 가지런하다.

    인도에서는 행운과 보호, 중국에서는 장수, 태국에서는 영광과 용기, 신뢰를 상징하는 등 아시아권에서 코끼리는 상서롭고 복을 주는 동물이니 소원을 빌어볼 만한 일이다.

    콘크리트로 된 산책로가 끝나면 코끼리의 몸이 되는 해식애가 보인다. 맞다. 이 코끼리는 바위다.

    코끼리 바위에 다가가는 바닥은 거칠고 갈라진 코끼리 피부를 닮았다. 색도 잿빛이라 엇비슷해서 코끼리 등을 타고 오르는 기분이다.

    발 옆으로는 비스듬히 바다에 꽂힌 바위들 사이로 채 빠져나가지 못한 물이 찰랑거린다.

    바닷물이 들어차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기가 어려운 지점에 서니 한눈에 코끼리 바위가 담긴다.

    반대로 내리쬐는 햇빛 때문에 윤곽만 드러낸 코끼리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게 남은 일이다.

    여기 사람들은 울릉도에도 서산 태안에도 코끼리 바위가 있지만 둘 다 코가 두꺼운데, 남일대의 코끼리 바위는 코가 얄팍해 인물이 제일이라고 한다.

    볼록 튀어나온 이마, 나무들로 이뤄진 머리털은 코끼리로서의 모습을 더 갖추게 만들었고, 가로로 층층이 갈라진 바위 덕에 눈도 달린 것처럼 보인다.

    앞뒤로 펼쳐진 빛나는 남해 바다는 희뿌연 햇빛 속에 은빛을 내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코끼리의 코 앞에는 코끼리를 벗 삼아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들이 보이고, 그 뒤로 통통배 한 대가 느린 시간을 더욱 느리게 만들었다.

    다시 모래사장으로 돌아오는 길은 절벽 대신 바다에 눈길을 줘도 좋다.

    모래사장에서 꽤 멀리까지도 물속이 보일 정도로 수심이 얕고 물도 깨끗해 치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바다 중간쯤에는 잠수성 오리인 비오리들이 사람들을 희롱하듯 눈앞에 나타났다가 바닷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가를 반복해 어디서 튀어나올지 기대하게 만드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모래사장으로 돌아와 아까와는 반대로 남일대 해수욕장을 등지고 오른편에 있는 산책로는 방파제와 등대로 이어지는 길이다.

    가는 길에 꼬마 출렁다리가 울렁대고, 다리를 빠져나오면 만나는 작은 항구에는 항구의 크기에 맞는 배들이 줄지어 일광욕을 하고 있다.

    방파제에서 산을 올려다보자. 나무데크 계단으로 1㎞ 정도 올라가면 삼천포 일대 바다를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는 진널전망대가 있다. 이쪽으로 올라오는 것이 가장 먼 3번 코스인데, 나머지 두 코스는 500m를 채 걷지 않아도 돼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다.

    남일대리조트 뒷길로 차를 타고 산길을 둘러 올라가다 보면 위에서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다. 멀찍이 떨어져 보는 바다색은 가까이서 볼 때보다 푸르고 투명하다. 여기서는 소나무 가지 사이로 또 다른 느낌의 코끼리 바위를 볼 수 있다. 그 뒤로는 삼천포화력발전소도 보인다. 길게 연기가 피어오른다.

    배를 타고 코끼리 바위를 가까이서 보는 방법도 있다. 남일대에서 차로 1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는 삼천포유람선선착장에서는 1시간 반 동안 삼천포대교~실안죽방장~마도-단항대교~기타섬~신수도~삼천포화력발전소~코끼리바위~남일대해수욕장~씨앗섬을 들렀다 오는 배가 매일 뜬다.

    보통 하루에 두 번 운행하지만 겨울은 비수기라 일정 수의 관광객이 모여야 배를 탈 수 있어 미리 삼천포유람선협회(☏ 055-835-0172)로 운항 여부와 시간, 코스를 점검해 보는 것이 좋다.

    멀리서 또 가까이서 들여다본 코끼리는 곁눈질 한 번 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그 자리에서 상서로운 기운을 뿜으며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메마르고 딱딱한 사무실에 갇혀 겨울날 갈증을 느꼈다면 이 코끼리를 만나 바다 내음을 한껏 들이켜 보는 건 어떨까.

    글=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사진= 김승권 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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