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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개막식은 '러시아의 모든 것' 녹인 대서사시

  • 기사입력 : 2014-02-08 10: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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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림픽 /> 소치 동계올림픽 화려한 개막
    8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22회 소치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화려한 불꽃이 하늘을 수놓고 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오는 23일까지 열리는 이번 동계올림픽에 선수 64명과 임원 49명 등 총 113명의 선수단을 파견, 금메달 4개 이상을 획득해 3회 연속 세계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러시아의 모든 것이 녹아든 한 편의 대서사시.

       8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해안 클러스터 내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 행사 '러시아의 꿈'은 현장에 모인 4만여 명의 관중과 지구촌 30억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500억 달러(약 54조원)가 넘는 거액을 쏟아부어 준비한 올림픽의 문을 활짝 여는 행사답게 러시아가 자랑하고자 하는 요소가 총망라된 드라마가 눈앞에 펼쳐졌다.

       300편이 넘는 TV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약 30편의 영화 제작에도 참여한 콘스탄틴 에른스트는 러시아의 전성기와 부활을 세계에 알렸다.

       객석을 메운 관중이 카운트다운을 함께 외치고 '2014년'을 상징하는 7일 오후 8시14분(한국 시각 8일 오전 1시14분) 정각부터 본격적인 공연의 막이 올랐다.

       러시아어로 '사랑'을 뜻하는 '류보프'라는 이름의 소녀가 먼저 등장해 관객의 시선을 무대로 끌어당겼다.

       류보프의 침대에 놓인 동화책 속에서는 러시아어 알파벳 하나하나가 '바이칼 호수', '차이코프스키', '스푸트니크'(최초의 인공위성) 등 러시아를 상징하는 것들을 소개해 러시아의 위상을 뽐냈다.

       마지막 단어로 '러시아'가 화면에 나타나자 경기장 전체를 뒤흔드는 진동과 함께 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짧은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이어 무대에 나타난 류보프가 연을 날리며 날아올라 우랄 산맥, 바이칼 호수, 캄차카 반도 등을 표현한 조형물 사이를 누벼 러시아의 광활한 대지를 자랑했다.

       조형물 위로는 구름이 떠다니고 바닥에는 하얀 연기가 피어올라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속을 누비는 여정이 시베리아의 추코트카에 닿자 150개 민족의 전통 의상을 입은 500여 명이 19세기 러시아 작곡가 알렉산더 보로딘의 '이고르 공'을 제창해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흰 눈이 스타디움에 내려앉고 다섯 개의 큰 눈꽃 모양 조명이 올림픽을 상징하는 다섯 개의 원으로 바뀌어 올림픽 개막을 알리려 했으나, 맨 오른쪽 하나의 눈꽃이 원으로 바뀌지 않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소개됐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모습도 보였다.

       러시아 국가가 울릴 때는 러시아 국기의 3가지 색 불빛을 내는 옷을 입은 무희들이 물결을 만드는 가운데 국기가 경기장 한가운데 내걸렸다.

       이날의 주인공인 선수들은 다른 올림픽처럼 무대 가장자리가 아닌 중앙에 뚫린 길을 통해 지하에서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마지막 국가인 러시아가 무대를 채우자 관중 대부분이 기립해 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음악 소리도 더 커져 피시트 스타디움은 떠나갈 듯했다.

       바닥에는 각국의 이름이 프랑스어, 영어, 러시아어로 표시돼 거대한 전광판 역할을 하고, 관중석은 색색의 조명으로 빛나는 등 과학 기술의 흔적도 곳곳에 보였다.

       88개국 선수가 입장을 마치고 중앙 통로가 닫히고서는 경기장 안팎에서 다시 굉음과 함께 불꽃이 피었다.

       이어 러시아가 생겨날 때부터 피시트 스타디움의 건설까지 역사를 훑은 '러시안 오디세이'가 흐르고 무대에는 혹독한 겨울이 찾아온다.

       눈 속에서 '트로이카'(삼두마차)가 공중을 가로지르며 태양을 끌고 오자 러시아의 부활을 알리는 듯 새 봄이 돌아왔고, 모스크바 성 바실리 성당을 형상화한 알록달록 거대한 풍선들 사이로 화려한 군무가 펼쳐졌다.

       '표트르 대제'에서는 17세기 후반 러시아의 번성기를 자랑했는데, 바닥에는 프로젝터로 거친 파도가 섬세하게 표현돼 바다에 온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이어진 '나타샤 로스토바의 첫 번째 무도회'는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명작 '전쟁과 평화' 속 장면을 우아한 무용과 발레로 재해석해 큰 박수와 휘파람을 끌어냈다.

       이어 증기 기관차와 기계 조각 모양의 작품이 공중에 떠다녀 러시아 혁명과 발전, 개방의 시기인 20세기로의 전진을 표현했다. 경기장에는 실제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개막 선언에서는 개최지를 결정하는 IOC 총회에서 영어 연설에 나서는 등 소치 올림픽 유치를 위해 발로 뛰었던 푸틴 대통령이 직접 무대에 올라 겨울 스포츠 제전의 시작을 알렸다.

       러시아 하면 떠오르는 발레 곡인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선율 속에 '평화의 비둘기' 공연이 이어져 축제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평화의 비둘기'에는 발레리나 다이아나 비쉬네바가 출연하고,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토는 올림픽 찬가를 불러 러시아의 발전한 문화를 대변했다.

       테니스 스타 마리야 샤라포바부터 구 소련의 동계체육 영웅 이리나 로드니나와 블라디슬라프 트레티아크까지 성화 릴레이에 참여한 주자들은 '체육 강국' 러시아의 면모를 부각하기에 충분했다.

       대미를 장식한 성화 점화와 불꽃놀이가 이어질 때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중 '트레팍'이 울려퍼져 '러시아의 꿈'을 완성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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