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7일 (화)
전체메뉴

[경남시론] 체육관 붕괴, 마지막 건축 사고이어야- 성재표(창신대 교무처장)

  • 기사입력 : 2014-02-24 11:00:00
  •   



  • 지난 17일 밤 경북 경주시 마우나 오션 리조트 부속건물인 체육관 천장이 무너져 10명이 사망하고 105명이 부상을 입었다. 연면적 1205㎡의 좁은 체육관 안에 있었던 500명이 넘는 대학생들은 그런 건물이 눈과 바람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그 무렵 눈이 많이 내려 눈폭탄이 머리 위 지붕에 얹혀 있었던 것이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으니 건물의 설계·시공·공사감리 등 건축 전반에 대한 조사로 붕괴 원인이 밝혀질 것이다.

    이 건물은 2009년 6월 경주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은 뒤 그해 9월에 사용승인을 받았다. 완공까지 3개월도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른바 ‘PEB(Pre-Engineered Building) 공법’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11일 자정 무렵 울산광역시의 어느 자동차부품 업체가 폭설로 공장 지붕이 내려앉아 3명의 사상자를 냈고, 19일 오전에는 강릉시 구정면의 어느 물류 창고도 폭설로 붕괴됐다. 모두 같은 공법이 적용됐고, 이전에도 폭설기에 이런 사례는 여러 번 있었다. 이번에 10명의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PEB 관련 기사들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위키백과사전 미국판에 ‘PEB는 PEB 시공자가 설계한 것이다’라는 해설이 있다. ‘PEB 공법’이란 우리나라 건설 관련 기준 어디에도 없는 용어다. 미국의 일부 시공사들이 경제성을 내세우며 주로 강재(鋼材)를 사용하는 공장·창고를 짓기 시작하면서 생겨났고, 그것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도입된 것 같다. 그러나 부재를 크게 하느냐, 작게 하느냐의 결정권자는 설계자이지 시공자가 아니다. 설계자가 설계과정에서 힘이 많이 걸리는 부분에는 부재를 크게 하고, 힘이 적게 걸리는 부분에는 부재를 작게 하는 것이다.

    공장처럼 같은 규격의 부재가 반복 사용될 경우 설계자가 부재를 크게 또는 적게 조절하는 것이다. 그러면 강재를 절약할 수 있어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주로 강재를 사용하는 건물에 적용됐으나,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건물에도 많이 적용되고 있다.

    로마에 가면 하드리아누스(76~138) 황제가 로마의 수호신인 판테온 신에게 바친 것으로 전해지는 판테온 신전이 있다. 천장에 돔을 얹었는데, 돔의 직경이 무려 43m나 된다. 돔의 윗부분은 압축력(壓軸力)을 받기에 두께를 얇게, 돔의 아랫부분은 인장력(引張力)을 받기에 두께를 두껍게 했다. 윗부분은 화산석이 섞인 콘크리트를, 아랫부분은 현무암이 섞인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또한, 무게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돔의 중앙을 뚫고 안쪽 면엔 우물 반자로 콘크리트 사용량을 줄였다. 이것이야말로 소위 ‘PEB 공법’이 완벽하게 적용된 사례가 아니겠는가? 2000년 전 로마인들의 기술력이 놀랍다.

    1995년 6월 29일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불과 몇 분 만에 건물 전체가 폭삭 주저앉았다. 사망 501명, 부상자 939명으로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사무실을 백화점으로 용도 변경했고, 원 설계도의 일부 기둥 크기를 줄이면서도 한 개 층을 늘렸다. 사고 전에 심한 균열 등의 위험이 감지됐고, 사고 당일에 전문가가 대피를 권했으나 소유주는 이를 무시했다. 안전 불감증이 불러온 인재(人災)였던 것이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에폴리스에서 1982년에 개장한 메트로돔은 2010년 12월 12일에 내린 폭설로 지붕이 내려앉았다. 사고 당시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날 밤에 약간 찢겨진 지붕에서 눈이 굵은 빗줄기처럼 떨어지다가 12일 아침에 심하게 찢겨진 지붕에서 눈이 큰 폭포처럼 쏟아지며 지붕이 서서히 내려앉는 모습을 담고 있다.

    2000년 전의 43m 돔은 아직도 건재하다. 야구·미식 축구·농구 등 다목적용 경기장은 폭설로 지붕이 무너져도 인명 피해가 없었다. 기둥 간 거리가 30m인 체육관도 제대로 짓지 못하는가? 제2의 삼풍백화점 사건과 다를 바 없다.

    철저한 조사로 붕괴 원인을 밝혀 향후 이런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성재표 창신대 교무처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