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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0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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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짚어 본 민기 군 수색… 3가지 허점 드러내

늑장신고에다 부실 수색, 통합관제도 '구멍'

  • 기사입력 : 2014-02-2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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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보= 자폐성 장애아동 정민기(9) 군이 실종 15일 만인 24일 오전 10시 35분께 창원시 성산구 가음정동 폐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창원중부경찰서는 24일 오후 2시께 브리핑을 열어 “정 군이 이날 오전 10시 35분께 창원시 성산구 가음정동 창원대로변 한 폐건물 지하 3층에서 수심 1m20cm가량의 물에 잠겨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정 군은 물속 약 1m 깊이에 가라앉은 채 창원소방서 잠수부에 의해 발견됐다”고 했다.

    폐건물은 지난 10일 정 군이 방과 후 수업 이동 중 담장을 넘어간 창원 천광학교에서 직선거리로 700m 떨어진 곳으로 경찰이 3차례나 수색하고도 찾지 못했다. 학교는 정 군이 학교를 이탈한 지 2시간이 지나 경찰에 최초 신고, 늑장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정 군의 동선에 대한 결정적 단서도 시가 운영하는 통합관제센터가 아닌 민간 폐쇄회로TV(CCTV)에서 발견됐다.

    이에 따라 관계 당국의 초기 대응 부실이 정 군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15일이나 유족의 애를 태우게 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경찰은 26일 오전 부검을 통해 정 군의 사인을 밝힐 예정이다.



    실종 2시간이나 지나 신고

    ◆학교 늑장 신고 논란= 창원 천광학교 측은 늑장 신고 논란과 관련, “매뉴얼에 따라 행동했으며 교사들이 수색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학교에서 경찰에 최초로 신고한 시각은 정 군이 학교를 처음 이탈한 후 2시간이 지났을 때다. 특히 이때는 정 군이 숨진 채 발견된 폐건물에 들어선 지 1시간이나 지난 시점으로 추정된다.

    현행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6조(신고의무 등)에서는 ‘보호시설 종사자, 공무원, 의료인은 물론이고 업무·고용 등의 관계로 사실상 아동 등을 보호·감독하는 사람은 실종아동임을 알게 됐을 때 경찰 신고체계로 지체 없이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세 차례나 수색했던 건물

    ◆경찰 3차례나 갔던 건물서 주검으로 발견= 경찰은 지난 12일, 15일, 22일 세 차례에 걸쳐 정 군이 숨진 채 발견된 성산구 가음정동 창원대로변 폐건물을 수색했다. 15일에는 창원중부서 수사과 직원들이 이 건물 출입구가 잠겨 있어 건물 주변만 수색했다. 12일과 22일에는 기동대 직원과 경찰이 건물 내부를 랜턴으로 비추며 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빗물이 들어찬 이 건물의 지하 3~4층은 확인하지 않았다.

    정 군의 부모는 “이 건물을 경찰이 그동안 3차례나 수색했다면서 왜 못 찾았냐”고 오열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 군이 살아있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에 지하 3층의 물 속은 수색하지 않았다”며 “23일 인근 누비자 폐쇄회로TV 등에서 정 군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해 24일 관내 소방서에 지원을 요청, 물속을 수색했다”고 말했다.



    민간CCTV에 포착된 민기

    ◆시 CCTV 통합관제센터 ‘구멍’= 경찰이 창원시 CCTV 통합관제센터(이하 관제센터)에서 관리하는 성산구내 CCTV 317대와 민간 CCTV 61대의 영상에 대한 수사에 나섰지만 정 군의 주요 행적은 민간 CCTV에서만 확인됐다.

    이에 따라 관제센터에서 관리하는 CCTV에 사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수사에 이용하기는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제센터는 방범·차량판독, 어린이보호구역, 초등학교내, 불법주차, 교통 등 2265대 CCTV를 관리하고 있지만 정 군이 찍힌 누비자 거치대 감시용CCTV와 중·고등학교 내 CCTV는 관리대상에서 빠져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19일 소라아파트 앞 창원대로에서 정 군과 비슷한 인상 착의의 남자 아이가 무단횡단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신고를 받고 소라아파트 인근 누비자 감시용 CCTV와 폐건물 맞은편 LG사원아파트 옥상에 설치된 영상을 분석한 결과, 10일 오후 2시 26분과 28분께 정 군의 마지막 행적을 발견했다”며 “제보자 신고 등을 통해 CCTV 인근에서 발견된 시간이 특정되지 않으면 수많은 영상을 한꺼번에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수사 소요만 늘고 일부 관제센터 카메라는 회전하기 때문에 사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관제센터 관계자는 “관제센터는 실시간 교통상황이나 범죄상황을 감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CCTV의 분해능(分解能)으로는 사람의 얼굴을 식별하기 힘들다”고 했다.

    차상호·정치섭·원태호 기자


    [사진설명]  자폐성 장애아동 정민기 군이 실종 15일 만인 24일 창원시 성산구 가음정동 폐건물 지하 3층에 들어찬 물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이 정 군의 시신이 수습된 후 현장을 나가고 있다./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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