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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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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통영 성동조선 현장을 가다

작년부터 수주 소식 잇따라 ‘지역경제 기지개’
모나코·영국 벌크선 등 20척 수주
만 1년간 수주물량만 ‘3조원대’

  • 기사입력 : 2014-02-2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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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동조선 공장동 앞 강판야적장.


    통영의 중대형 조선소인 성동조선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통영시 광도면에 소재한 성동조선은 한때 8000명이 넘는 고용구조를 갖고 있던 중대형 조선사지만 조선경기 불황의 여파로 지금은 3500여 명 수준으로 고용규모가 크게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신조선 수주 소식이 지역경제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성동의 조선경기가 통영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지역은 이 회사의 최근 동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일 방문한 성동조선의 십야드 (shipyard). 막바지 건조작업이 진행 중인 전장 300m, 선고 40m, 18만t 규모의 초대형 선박이 먼저 눈길을 끈다. 배를 똑바로 세울 경우 63빌딩보다 높은 규모의 우람한 대형선박이다.

    성동조선은 최근 분명 꿈틀거림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에만 모나코의 스콜피오로부터 18만t급 벌크선 14척과 영국의 루벤 브러더스로부터 8만2000t급 벌크선 6척 등 모두 20척을 수주했다. 주문받은 배는 기존 선박에 비해 연비가 좋고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에코십(Eco-ship)’이다. 연초 수주한 20척의 선가를 한화로 환산하면 1조 원대다. 지난 2013년 초에 44척을 수주한 게 한화로 2조 원 정도니 만 1년 동안의 수주물량이 3조 원대에 이른다. 지난 2011~12년의 수주부진에서 다소 벗어나는 분위기다.

    차로 3~4분 달려 도착한 안벽. 성동조선이 소규모 특화선박으로 주력하고 있는 전장 80m 정도의 참치 선망선 제작이 한창이다. 본선 건조를 완료한 상태서 강철 와이어 결선과 시험작업 등 후속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4척을 인도했다.

    안벽 반대 편 건조공장 입구 야드. 마치 텅 빈 공간처럼 보인다. 자세히 보니 그게 아니다. 각각의 바코드 표기를 한 강판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선박의 외관을 장식할 수백 조각의 강판이 절단돼 야드에 적재된다는 것은 본격적인 조선작업이 시작될 것이라는 얘기다.

    성동조선 관계자는 “통상 선박을 수주하면 본 공사까지 1년 정도의 준비기간이 소요되는 작업공정을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부터 작년과 연초 수주한 물량 건조작업이 서서히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금처럼 현장에 작업자들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조업이 부진하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사실은 지금처럼 야드 등에 작업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게 실상은 조업이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귀띔한다.

    사실 야드상황만 보면 그저 한산한 풍경이지만, 공장동에서는 ‘정중동’의 움직임이 조금씩 감지된다.

    근무인력이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그래도 광도면에서 출퇴근 시간에 유일하게 차량 병목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곳이다. 성동조선이 인구 14만 명의 통영경제권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결코 낮은 게 아니다.

    지난해부터 3조 원대의 물량을 수주했다고 당장 누적된 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최근의 움직임은 분명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성동조선이 한때 왕성했던 기운을 되찾을 수 있을 지 지역경제는 눈여겨보고 있다.

    글·사진 = 허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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