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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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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289) 제5화 불을 좋아하는 여자 39

‘이윤자에게 미안한데…’

  • 기사입력 : 2014-02-2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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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미경에 대해서 잊고 있었는데 전화를 걸어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중부고속도로입니다.”

    “여기는 천호동인데 가는 길에 들르면 되겠네요. 들를 수 있죠?”

    “알았어요. 주소를 문자로 보내주세요.”

    장대한은 전화를 끊고 이윤자를 떠올렸다. 이윤자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했다. 그러나 핑계거리는 충분했다. 이윤자에게 전화를 걸어 눈 때문에 서울에 올라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윤자는 조금 실망한 기색이었다.

    ‘이윤자에게 미안한데….’

    장대한은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톨게이트를 빠져 나오는데 한 시간이 더 걸렸다. 장대한은 조심스럽게 운전을 했다. 눈 때문에 헛바퀴가 돌고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지하철로 이동하고 싶었다. 그러나 조심스럽게 운전하여 간신히 천호동에 도착했다. 최미경은 천호동의 한 상가에 있었는데 입구에 <노래방 급매>라고 씌어 있었다.

    “눈도 오는데 손님이 없네요.”

    최미경이 카운터에 앉아 있다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런가요? 오래간만입니다.”

    장대한은 카운터 앞의 의자에 앉아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최미경이 일회용 커피를 타서 장대한에게 건네주었다. 장대한은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최미경을 살폈다. 최미경은 여전히 궁색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짜리몽땅한 몸에 입성이 허름했다. 그래도 짧은 스커트를 입어 통통한 허벅지가 드러나 있었다.

    “밖에 나가서 식사하실래요?”

    장대한이 커피를 마시자 최미경이 물었다.

    “예.”

    장대한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최미경이 노래방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영업 안 합니까?”

    “손님도 없잖아요? 열어 놓으나 닫아 놓으나 마찬가지예요.”

    장대한은 최미경을 따라 노래방에서 나왔다. 눈 때문에 식당으로 가는 길이 미끄러웠다. 장대한은 비틀대는 최미경의 손을 잡아주었다. 최미경이 장대한을 쳐다보고 활짝 웃었다. 노래방에서 큰길 쪽으로 100m쯤 떨어진 곳에 식당이 하나 있었다. 식당도 손님이 없어서 한적했다. 음식을 주문한 뒤에 최미경이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100만 원이에요.”

    “아까 보니 노래방이 안 되는 것 같던데….”

    장대한은 돈 봉투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때 찌개가 나왔다. 장대한은 일단 돈 봉투를 챙겨 넣었다. 최미경이 소주를 주문하여 장대한의 잔에 따랐다. 장대한도 최미경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주인이 노래방을 팔려고 내놓았어요.”

    “노래방에서 무슨 일을 해요?”

    “도우미요. 가끔 가다가 카운터도 보고 그래요.”

    장대한은 식사를 하면서 최미경과 술잔을 주고받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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