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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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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291) 제5화 불을 좋아하는 여자 41

“이제부터 미경이는 내 여자야”

  • 기사입력 : 2014-03-0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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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대한은 속으로 웃었다. 내가 너무 노골적으로 말했나? 그런 생각이 빠르게 머릿속으로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때때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것이 훨씬 좋다. 여자들과 밀고 당기고 해보아야 시간 낭비일 뿐이다.

    장대한은 공연히 피곤하게 말을 돌려서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여자 쪽에서도 이것저것 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여자와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 장대한의 지론이었다.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세상이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애인 같은 거예요?”

    최미경이 웃음을 깨물었다. 술기운 때문일까. 그녀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렇죠.”

    애인 같은 것이 아니라 애인이다. 최미경이 장대한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좋아요. 재미있을 것 같네요.”

    “그럼 이제 내 애인이 된 거야?”

    “네. 그런데 돈은…?”

    최미경이 노골적으로 물었다. 최미경은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안심하지 않을 것이다. 노래방 일을 하다 보니 남자를 믿지 않는다.

    “계좌를 불러주면 지금이라도 입금시켜 줄게요.”

    “스마트폰으로요?”

    “예.”

    최미경이 반신반의하더니 계좌번호를 적어주었다. 장대한은 스마트폰으로 그녀에게 입금을 시켜주었다. 대신 그녀에게 종이에 차용증을 쓰게 했다. 아무리 애인이라고 해도 막대한 돈을 빌려줄 때는 증서가 필요하다. 이자는 이익이 나올 때 20%를 배분하는 조건이었다. 무엇인가 최미경을 묶어둘 장치가 필요했다.

    “어머.”

    최미경이 스마트폰으로 입금을 확인한 뒤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벌써 입금이 되었어요.”

    “이제부터 미경이는 내 여자야.”

    장대한은 어깨를 으쓱했다. 돈을 입금했으니 당연히 그의 여자다. 최미경은 그 말에 조금도 반박하지 않았다.

    “네.”

    최미경이 얌전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왜 2000만 원을 더 입금시켰어요?”

    “내가 보니까 인테리어를 다시 해야겠더라구.”

    “아.”

    최미경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돈을 입금시켰기 때문인지 최미경은 갑자기 말이 많아졌다. 30분 정도 식당에 앉아서 식사를 한 뒤에 밖으로 나왔다. 눈은 아직도 내리고 있었다.

    “어디로 갈래? 호프집?”

    장대한이 최미경의 어깨를 안고 물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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