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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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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서 ‘1%의 기적’이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든든한 지원군 있어 의사의 꿈이 한 뼘 더 커졌어요”
김경범 창원 the 큰병원 원장-중학교 3학년 이연수양
경남신문-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나눔캠페인 경남 1%의 기적 (1)

  • 기사입력 : 2014-03-0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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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범 창원 the 큰병원 원장이 이연수 학생에게 의학서적을 선물한 후 환하게 웃고 있다./전강용 기자/
    김경범 창원 the큰병원 원장이 이연수 학생과 함께 의학서적을 보며 진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경남신문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가 ‘경남 1%의 기적’ 캠페인을 합니다.

    캠페인은 내 월급의 1%, 회사 수익의 1% 등 1%의 작은 정성을 십시일반 모아 도내 나눔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차원에서 마련했습니다.

    또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Dreamer: 드리머)를 위해 전문가인 멘토(Dream Maker: 드림메이커)가 지원에 나섭니다.

    첫 번째 기적의 주인공은 의사가 꿈인 ‘드리머’ 이연수(14·창원시 마산합포구) 양과 ‘드림메이커’ 김경범 the 큰병원 원장이다.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된 연수는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갓난아이 때부터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외할머니 품에서 자랐다. 정성으로 손녀를 키운 외할머니는 연수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던 해 암으로 세상을 떴다.

    연수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몇날 며칠을 밥도 못먹고 울기만 했다. 연수는 “외할머니는 아침밥을 꼭 챙겨먹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암투병을 하시는 중에도 매일같이 아침밥을 차려주셨는데 귀찮다고 가끔 먹지 않기도 했던 것이 너무 후회돼요”라고 말했다.

    편찮으신 할머니를 더 도와드리지 못한 것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는 연수는 커서 외할머니처럼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고 돕는 훌륭한 의사가 되기를 꿈꾼다.

    그러나 막연히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뿐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궁금한 것이 너무 많다. 그런 연수에게 멘토가 나타났다. 김경범 원장이다.

    지난달 27일 오후 2시 창원시 의창구 명서동 the큰병원 8층 숲갤러리.

    흰색의 의사가운을 갖춰 입은 김 원장을 연수가 동경에 찬 눈빛으로 바라봤다.

    “네가 연수구나. 반갑다. 궁금한 것이 많았지? 무엇이든지 물어보렴. 내가 아는 선에서 모두 답해줄게.”

    김 원장은 의사가 되고 싶다는 연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다고 했다.

    연수는 쑥스러운듯 머리를 긁적이더니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여러 번 접힌 종이쪽지를 꺼냈다. 펼친 종이에는 궁금했던 것을 적은 질문이 가득했다.

    “평소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그냥 생각만 하고 따로 적어두질 않았거든요. 오늘 원장님을 만난다고 생각하니까 긴장돼서 다 까먹을까봐 적어왔어요.”

    김 원장은 연수가 기특하고 대견한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의사로서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시나요.”

    “아무래도 처음 우리 병원에 왔을 때 제대로 걷지도 못할 만큼 고통스러워하던 환자가 치료를 받고 웃으면서 병원을 걸어나갈 때 가장 기쁘고 보람이지. 예전 인턴 시절에 은사님께서 해주셨던 말이 있어. 보통 환자들이 퇴원할 때 의사에게 ‘고맙다’고 하는데, 그건 잘못된 거라고. 수많은 의사들 중에 부족한 나를 선택해준 환자에게 인사해야 한다고 하셨어. 그 이후로 나도 항상 환자가 퇴원할 때 ‘잘 나아주셔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게 됐어. 의사로서 삶에 대한 기준이랄까, 자신과의 약속인 거지.”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질문이 이어졌다.

    “엄마, 언니와 미국 의학드라마를 즐겨 보는데요. 거기에 나오는 의사들을 보면 잠도 제대로 못자던데 정말 그런가요.”

    “의사의 삶이 생각하는 것만큼 화려하지는 않단다. 내가 레지던트 1~2년차 때 일주일에 열 시간도 채 못 잤으니까. 시도 때도 없이 오는 긴급호출에 달려나가야 하는 건 예삿일이고. 한 번은 어머니 생신 때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응급환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뇌수술을 하러 간 적도 있어.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새벽 2시가 넘은 거야. 의사로서 환자를 살려서 기뻤지만, 어머니의 생신은 놓친 아들이 됐지.”

    “그럴 때마다 가끔은 의사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가졌더라면 하는 후회는 없으셨나요.”

    걱정스런 표정으로 연수가 되물었다.

    “의사가 사실 몸도 고되고 스트레스도 많은 직업이기는 해. 하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다시 태어나도 의사를 하겠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거야. 환자들이 다시 건강해진 모습을 보면 정말 행복하거든.”

    몇 차례의 질문과 답변이 오간 후 김 원장이 연수에게 당부의 말을 했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의대를 꼭 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공부를 매우 잘해야겠지. 지금은 열심히 학교 공부에 집중해야 한단다. 그리고 악기연주나 운동 같은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도 하나 만들면 좋아.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관리란다. 마지막으로 일기를 쓰는 버릇을 기르렴. 사람의 기억력이 한계가 있으니 기록을 남겨둔다는 의미도 있지만, 일기를 쓰면서 스스로를 한번 더 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해.”

    김 원장은 연수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기로 약속했다.

    “오늘 만남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연수가 성장하면서 의사가 되어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계속 응원해주고 싶어. 궁금한 것이 있거나 어려운 일이 있거든 언제든 연락해. 내가 도와줄게.”

    김 원장은 또 연수에게 선물로 ‘인체해부학’ 책도 건넸다. 그리고는 책 첫 장을 펼쳐 ‘꿈은 꿈꾸는 자의 몫이다’라고 한 글자씩 정성스레 눌러 썼다. “꿈을 잃지 말라는 의미에서 주는 거야. 너무 열심히 읽으면 안돼. 대학 가서 다 배우는 거니까.”

    “우와, 감사합니다.”

    연수는 책을 받고 얼굴이 상기됐다. 입가에선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두 시간 남짓한 만남의 시간 동안 둘의 대화는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침묵이 흘렀던 시간은 1분도 채 넘지 않았다. 질문을 했던 연수는 김 원장의 대답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집중했고 눈빛은 반짝였다. 김 원장 역시 연수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기 위해 빠뜨린 것이 없는지 꼼꼼히 살폈다. 가까워진 둘 사이만큼 연수의 꿈은 한 뼘 더 자랐다.

    이날 김 원장을 비롯한 병원 직원들은 지속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정기후원 계좌에 가입, ‘경남 1% 기적’ 나눔 캠페인에 동참하기로 했다. 또 오는 5월 개원 예정인 김해 the큰병원의 직원들도 나눔을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작은 도움이나마 꿈을 꾸는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연수처럼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에게 희망의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면 ‘경남, 1%의 기적’에 동참하면 된다.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 ☏ 055-237-9398.

    김언진 기자 hop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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