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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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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풍수지리] 장법(葬法), 이것만은 알고 행하자

  • 기사입력 : 2014-03-1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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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후기 실학자였던 담헌 홍대용은 중국의 선진문물을 보고 조선의 구태의연한 학자들을 비판하기 위해 ‘의산문답(醫山問答)’이라는 소론(小論·작은 논설이나 논문)을 저술했다.

    실옹(實翁)이라고 하는 ‘열린 지성’과 허자(虛者)라고 하는 ‘닫힌 지성’을 의인화해 문답 형식으로 당시의 낡은 관념이나 습관에 젖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식자들을 비판해 적은 글이다.

    허자가 말하기를 올바른 장법(葬法)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실옹이 말하기를 장례 때 좋은 관과 좋은 물건은 남들이 볼 때 좋게 생각하는 것일 뿐 쓸데없는 장식에 불과하다. 오직 눈앞에 보이는 아름다움에만 힘써서 필경에 시신을 더럽히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니, 이것을 효도라고 할 수 있겠느냐? 하물며 광중이 허(虛)하면 반드시 딴 물건을 끌어들이는 것은 땅의 이치이다. 물, 벌레, 바람 등은 모두 허에서 말미암으니 부모의 유해를 모시는데, 잘 썩지 않는 귀한 옷을 입히고 물과 강한 바람을 끌어들여 사지 뼈마디가 타고 흩어져 그 시체를 보존하지 못하니, 마음이 유쾌하겠느냐?

    죽음과 삶의 도(道)가 다르고 귀(貴)와 천(賤)의 물건이 달라서 누런 색 중에 따뜻하고 윤택한 것은 흙보다 더 좋은 것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 또한 ‘관을 무겁게 하고 좋은 옷을 입혀야 하며 흙은 어버이 피부에 닿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은 폐단이 없지 않다. 홍대용이 언급한 ‘관을 무겁게 한다’는 것은 석관(石棺)을 사용한다는 것으로, 오행에서 금생수(金生水·돌에서는 물이 나옴)라 해 관속에 물이 고일 수 있음을 뜻한다. 더불어 석관의 재질은 화강암이 대부분인데 거의 중국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돌로 관을 하거나 주택과 공장 등의 외벽을 쌓으면 라돈(randon)이 발산되는데, 이 라돈은 강한 방사선을 내는 비활성 기체원소로서 미국 환경보호국은 라돈흡입이 흡연 다음가는 주요 폐암의 원인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광중(壙中·무덤의 구덩이 부분)의 허함이 흉함을 지적한 것은 목관(木棺)의 경우 썩게 되면 빈 공간이 생겨서 봉분이 내려앉게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장을 할 때는 관을 사용하는 것보다 칠성판을 사용하여 시신을 수습하는 것이 좋으며, 매장을 할 경우에도 관(棺)을 빼고 시신만 안치하는 것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장법임을 알아야 하겠다.

    과거에는 매장을 할 때, 강회를 사용해 회곽묘를 조성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러한 장법은 도굴을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석관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장법의 하나라고 봐도 되겠다. 하지만 회곽묘를 조성할 경우, 관을 빼고 하는 방식이 이상적인데, 관을 빼게 되면 반드시 횡대를 설치해 강회로 인한 시신의 손상을 방지해야 한다.

    얼마 전 모처에 이장을 주관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본래 있던 무덤을 감결한 결과 맥(脈)을 완전히 타고 내려오지는 않았으며 좋은 자리로 보기에도 무리가 있는 곳이었고, 특히 개장을 해보니 광중의 깊이가 8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러한 곳은 낮게 판 광중으로 인해 서서히 물이 흡수되는 곳으로 보면 틀림이 없다.

    역시 무덤 속은 냉기가 감돌았으며 11년이 지난 시신은 전혀 육탈(肉脫·살과 피가 빠져나간 상태)이 되지 않은 상태였고 서서히 물이 스며들어 광중의 흙도 물기를 많이 머금고 있었다. 다행히 활개(무덤 뒤편에 두른 흙더미)가 경사를 따라 자연스럽게 조성돼 있었기에 광중에 물의 침투가 서서히 되고 있었다.

    무덤을 조성할 때, 주변 지형상태를 파악해 활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함을 일깨워주고자 한다. 광중의 깊이는 적어도 160㎝ 이상은 파야 외부 온도에 의한 수렴(水廉·광중에 물이 차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새로운 음택(陰宅)은 맥을 잘 탄 곳이며 광중 깊이와 봉분 조성도 잘했는데 전순(氈脣·절을 하는 장소)만 조금 넓게 하도록 조언했다. ‘광중천패가절손, 광입수질병다생’(壙中泉敗家絶孫, 壙入水疾病多生·광중에서 물이 나는 것은 패가절손이요, 광중에 물이 드는 것은 질병이 많음이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화산풍수·수맥연구원 055-297-3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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