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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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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배우들로서도 매회 흥분되는 작품"

KBS 대하사극 '정도전' 기자간담회

  • 기사입력 : 2014-03-10 16: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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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늙은 호랑이는 독이 잔뜩 올랐을 것이고 늙은 여우는 방심할 터이니 이제 바람만 불면 비가 내릴 것이다."(정도전·조재현 분)

    "어디든 승부가 걸린 곳이라면 상대를 속이는 것은 전술이지 죄악이 아닙니다. 헌데 이 사람이 왜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이오."(이인임·박영규 분)

    무릎을 치고 다시 곱씹게 하는 이런 절묘한 대사 때문일까. 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의 배우들은 자신이 참여하는 작품에 무한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전날 방송이 기록한 최고 시청률(16.5%)은 그저 '덤'으로 보였다.


    10일 오후 수원시 KBS드라마센터에서 열린 '정도전' 기자간담회에서 출연진은 "연기하는 배우들도 매회 대본을 기다리고, 연기하면서 흥분하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정도전'은 치밀한 기획과 전망으로 왕조 조선을 설계한 삼봉 정도전과 주변 인물들의 정치 역정을 다룬 대하 사극이다. 구체적으로는 공민왕이 시해되기 직전인 1374년 가을부터 정도전이 죽음을 맞이하는 1398년까지 24년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날 방송된 20회에서는 이성계와 최영이 이인임을 몰아내기 위해 뜻을 모으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타이틀롤을 맡은 조재현은 "드라마를 많이 해봤는데도 이렇게 연습 장소가 기다려지는 것은 처음이다. 선배님들과의 연기가 항상 기다려진다"며 "앞으로 정도전의 활약상이 더욱 구체적으로 펼쳐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용의 눈물'에서 정도전 역할을 맡은 김흥기(1946~2009) 선생님께서 연극 '에쿠우스' 무대를 마치고 쓰러지셨을 때 제가 옆에 있었다. 마지막에 곁에 있던 후배가 역할을 더 완성해서 선보이라는 운명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용의 눈물'에서 이방원을 연기했다가 이번에는 이성계로 분하는 유동근도 "매주 대본이 많이 기다려진다. 대본을 굉장히 사랑한다(웃음)"며 "모든 배우가 더 진실되고 성의를 다해 작업하자고 다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동혁(이지란 역) 선배가 전쟁 장면을 촬영하며 낙마해 갈비뼈에 금이 갔는데도 본인이 끝까지 하겠다고 하셨다. 그 모습에 모든 연기자와 스태프가 힘내 촬영한 기억이 난다"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정치 9단' 이인임 역할로 초반 작품을 이끈 박영규는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었던 역할이었다"며 "사실 이인임은 누가 해도 튄다. 세상을 바라보는 내 철학과 식견을 넣어서 캐릭터를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영규는 '이인임'이 악역이라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선이 악을 만들고 악은 선을 만든다. 무엇이 좋고 나쁘다가 아닌 두 가치가 함께 이 세상을 유지시킨다고 생각한다"는 답을 내놓았다.

    정도전은 픽션이 아닌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정통 사극을 지향한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정통 사극의 연기자로서 최근 퓨전 사극 일색의 방송 환경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조재현은 "문화 전반에서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정도전이 시청자 기호만 쫓는 드라마였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천편일률적으로 퓨전사극을 제작하는 현실에 지금 정도전의 시청률이 더욱 의미있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박영규는 "퓨전 사극인 기황후의 시청률과 정도전의 시청률은 서로 다른 것 같다. 시청률은 조금 부족하지만 임팩트나 집중도의 측면에서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고 본다"고 조심스럽게 자부심을 드러냈다. 
     


    최영 장군 역할로 열연 중인 서인석은 "사극은 과거를 현실의 교본으로 삼아 우리를 되돌아보고 역사의 자긍심을 후세에 물려주기 위한 것"이라며 "사극을 하는 배우들은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고 연기 철학을 강조했다.

    안팎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정체한 시청률은 전날 방송된 20회에서 자체 최고를 기록했다. 3분의1이 지난 시점에 맞춰 가속도가 붙을 계기를 잡은 것.

    조재현은 "600년 전의 시대 상황과 지금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 국민의 행복지수가 굉장히 낮다는 점이 유사하다. 그러다 보니 (정도전처럼) 새로운 정치를 여는 누군가 나타나길 기대하는 것 같다"고 작품의 인기 비결을 분석했다.

    그는 "소설가 박범신 선생께서 (가상 인물인) 양지(강예솔 분)가 작품에서 왜 죽느냐는 문자를 보내셨다. 정확히 정사를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을 적절히 녹아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강병택 PD는 "기획의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본다"며 "요즘 재미 위주로만 흐르며 사극의 본질을 잊는 경우가 많아 정통 사극을 되살리자는 욕심이 있었다. 그런 부분이 의외로 시청자에게 잘 다가간 것 같다"고 호평 이유를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 알려진 역사적 내용을 다루는데 조금씩 시청자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그려진다. 이런 부분이 재미를 줄 것"이라며 "역사상 배우의 평균 연령이 가장 높은 액션 장면이 될 이성계와 최영의 싸움도 연출자로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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