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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의료기관 감염 자료 왜 공개하지 않나?- 김지숙(마산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4-03-3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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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감염은 주로 슈퍼박테리아(다제내성균)에 의해 발생하며 사망률과 치명률을 증가시키고, 재원일수가 늘어나면서 한 해 1000억 원에 이르는 추가 의료 비용이 발생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에서 슈퍼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0년 12월 30일자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전문 개정을 통해 병원감염(hospital infection)의 명칭을 ‘의료관련감염병 (HAI)’으로 변경하고 6종의 의료관련 감염균(슈퍼박테리아)이 발생했을 경우 현재 100개 의료기관을 표본감시기관으로 지정,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의료기관별 감염 실태에 관한 개별 자료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서울대병원·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100대 상급·종합병원의 슈퍼박테리아 신고 건수는 지난 2011년부터 2012년 7월까지 총 4만4867건이었다.

    이렇게 대형병원에서 슈퍼박테리아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보건복지부는 발생 및 치료에 대한 관리를 개별 병원에 맡긴 채 발생 건별 감염 경로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등 예방 노력은 소극적이고 부실한 관리를 해 오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서 슈퍼박테리아 발생 및 관련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데, 복지부는 슈퍼박테리아가 신고된 병원의 발병 환자 수, 치료·완치 여부 등 관련 현황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200병상 이상 의료기관 내 감염관리위원회 및 감염관리실 설치를 의무화해 의료기관 자체 감염관리 조직 및 운영 현황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다제내성균 감염관리지침’에 따라 의료기관 내 환자격리, 손위생, 보호장구 사용 등에 대한 감염관리를 권고하고 있으나, 의료기관이 이러한 내용을 지키지 않아도 처벌규정은 없다.

    이러한 가운데 내성 위험성 때문에 사용이 엄격히 제한되어 투약하려면 감염내과 전문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 3차 항생제의 국내 의료기관 처방량은 5년 동안(2005∼2009년) 2.1배, 4년 동안(2009∼2012년) 69% 증가했다.

    지난 1월 지인이 부산 모 대학병원 내과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면역기능이 저하된 노인이었지만 중환자실의 보호자 면회 및 감염 관리는 소홀했다. 입원 12일 후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돼 다른 환자에게 감염 우려가 있는데도 커튼을 치거나 환자를 격리하지 않았고, 보호자 면회규칙도 감염 전후가 같았다. 상태는 계속 나빠졌고 이후 급성 신장손상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기능부전으로 입원한 지 약 한 달 만에 사망했다. 이에 보호자는 환자의 의무기록지, 슈퍼박테리아 배양결과 사본 등을 첨부해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의료기관 평가인증원, 관할 보건소 등에 병원의 감염관리실태 조사, 중환자실 면회규칙을 고발하며, 그에 따른 국가의 감염관리 책임과 대책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답변은 “병원의 감염관리와 면회규칙이 미흡해도 의료기관 평가원의 인증은 4년간 유효하고, 질병관리본부의 감염관리 권고사항을 지키지 않아도 처벌규정이 없으며, 병원별 감염실태 자료는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또 “인턴·레지던트 수련병원인 대학병원의 불충분한 의무기록지 작성도 병원 내부 문제이며, 의료감염의 책임소재 여부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병원감염을 더 이상 개개인의 문제로 방관하지 말고 국가가 나서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병원별 감염실태 자료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정보공시제 시행과 감염환자에 대한 격리병실 운영, 항생제 내성환자 규모나 격리병실 수급현황에 대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해 병원감염관리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점차 늘어나고 있는 3차 항생제의 처방량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 또 의료기관 평가인정도 일정 수준 이상이면 ‘인증’을 부여하고 4년의 유효기간 동안 매년 1회 중간조사를 의료기관 자체적으로 하는 것도 중간 평가 방법 및 주체를 보완해 감시해야 한다.

    김지숙 마산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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