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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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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절 "살림이나 잘하란 악플도…주부에 희망되길"

아줌마 그룹, 데뷔 싱글 '여보 자기야 사랑해' 발표

  • 기사입력 : 2014-04-03 16: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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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줌마 그룹'을 표방한 소녀시절(김유정 35, 왕희 35, 현예은 30, 박수아 28)은 막 데뷔한 신인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입담'이 있었다. 멤버들은 마치 반상회에 나온 '아줌마'들처럼 맛깔스러운 수다를 떨었다.

    이들은 최근 가요계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화제가 됐다.

    10~20대 걸그룹이 점령한 여성 그룹 시장에서 남편과 아이가 있는 유부녀로 구성된 팀은 틈새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영화 '댄싱퀸'에서 왕년의 '신촌 마돈나'였던 정화(엄정화 분)가 서울 시장 후보인 남편 몰래 그룹 댄싱퀸즈의 리더로 이중생활을 한다는 스토리가 현실에서도 비슷하게 재현된 셈이다.

    특히 소녀시대를 패러디한 듯한 소녀시절이란 팀 명은 이슈를 위한 노림수란 비난도 따랐지만, 너무나 절묘해서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오르며 관심을 끌었다.


    세미 트로트 풍의 데뷔 싱글 '여보 자기야 사랑해'를 발표한 소녀시절을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인터뷰했다.

    멤버들은 "소녀시절이란 팀 명은 부녀회장, 여인천하, 여성시대 등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였다"며 "모든 여성은 할머니가 돼도 소녀시절을 추억하지 않나. 주부인 우리도 그 시절을 추억하기에 이런 마음을 대변하는 팀이 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니 인터넷에는 '밥이나 하러 가라', '기저귀 갈고 와라', '살림이나 잘해라' 등의 조롱 섞인 악플도 있었다.

    그러나 멤버들은 "응원 글도 꽤 보였다"며 "우린 대형 기획사가 멋지게 만들어낸 아이돌 그룹과 비교할 수 없다. 아이돌 가수들이 8차선 도로라면 우린 비포장으로 된 시골길, 샛길이다. 그들 문화에 끼려는 게 아니라 그 언저리에 작게나마 새로운 문화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녀시절은 기획사가 멤버들을 모아 데뷔시킨 팀이 아니다. 리더인 김유정이 2012년 '미시즈 코리아 선발대회'와 2013년 '미시즈 월드코리아'에 도전하며 이때 만난 멤버들을 손수 캐스팅했다.

    "방안에 혼자 누워 있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대회에서 만난 현예은, 박수아에게 제안했고 제가 이들의 오디션을 봤어요. 왕희는 박수아의 소개로 들어왔고요. 멤버들에게 먼저 남편의 동의를 받아오라고 했죠. 하하."(김유정)

    이들은 팀을 꾸려 몇몇 기획사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하나같이 콧방귀를 뀌었다고 한다. 주부들이라고 하자 얼굴도 보지 않고 바로 퇴짜를 놓은 곳도 있다. 다행히 뜻이 맞는 지금의 기획사를 만났다.

    "아줌마에 대한 선입견이 있으니 여러 기획사로부터 상처를 받아 자신감이 떨어졌어요. 안무팀들도 비싼 금액을 부르거나 난색을 보였고요. 그래서 직접 작곡가를 만나고 안무를 짰어요. 뮤직비디오는 연출 공부를 하는 김유정 언니의 시동생이 찍어줬고요. 멤버들이 쌈짓돈을 모아서 약간의 제작비도 충당했습니다."(멤버들)

    이들은 여느 걸그룹과 달리 가족 구성과 처녀 시절의 이력을 소개했다.

    김포에 사는 현예은은 숙명여대 성악과 출신으로 2007년 대학교 4학년 때 결혼해 딸(4) 하나를 뒀다. 프리마돈나를 꿈꿔 독일로 유학을 계획했지만 결혼 생활을 위해 포기했다. 지난해 친구 따라나간 '미시즈 월드 코리아'에서 특별상을 받은 뒤 주부 모델로 활동했고 쇼호스트가 되려고 최근까지 사설 아카데미에 다녔다.

    김유정은 발레를 전공하다가 부상으로 포기하고서 5년간 가수 연습생으로 있었다. 데뷔가 여의치 않자 인터넷 쇼핑몰 모델로 활동했으나 임신을 하면서 그만뒀다. 두 살배기 딸을 둔 그는 "임신을 하면서 2011년 가정을 꾸렸고 결혼식은 지난해 치렀다"고 수줍어했다. 그는 "아이를 낳고서 집에 있다 보니 내가 녹슨 느낌이 들어 주부 미인 대회에도 도전한 것"이라고 했다. 멤버들은 "대회에서 모유 수유를 하던 언니로 유명했다"고 한바탕 웃었다.

    막내 박수아는 4살, 5살인 딸 둘이 있다. 모델 생활을 하다가 걸그룹 연습생으로 있었지만 남편을 만나 결혼하면서 꿈을 접었다. 결혼 후에도 KBS 드라마 'TV소설 복희 누나'에 단역으로 출연했고 2012년 '미시즈 코리아 선발대회'에서 1등인 진에 뽑혔다. 종갓집 며느리라는 그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지만 띠동갑 남편이 나의 '끼'를 알기에 집에 있으면 병난다고 적극적으로 밀어줬다"고 했다.

    박수아와 대학교 선후배 사이인 왕희는 일본어를 전공해 일본의 메이크업 스쿨로 유학을 준비하던 중 남편에게 프러포즈를 받아 2010년 결혼했다. 처녀 시절 연예계와는 인연이 없었으며 옷가게를 하면서 취미로 모터쇼에서 레이싱 모델 일을 했다. 그는 "춤도 춰본 적 없고 노래도 해본 적 없다. 지난 5년 동안 노래방에 간 기억도 없다"고 웃었다. 아직 아이는 없지만 부산에서 KTX를 타고 서울을 오가며 활동 중일 정도로 열의가 넘치는 멤버다.  

     

    주부이기에 멤버들은 연습 시간도 알뜰히 쪼개 썼다.

    현예은은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12시부터 모여 오후 4시까지 연습했다"며 "연습이 끝나면 바로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데리러 가고 주부로 돌아가 집안 살림을 했다. 시부모님과 친정아버지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또 여느 걸그룹에게 '연애 금지령'이 있다면 이들은 활동을 위해 당분간 임신을 자제하자는데 뜻을 모았다고 웃었다.

    "'임신 금지령'까진 아니고 열심히 활동해야 하니 우리끼리 잠시 '합방을 자제'하기로 했죠. 하하하. 또 대놓고 주부라고 말했으니 이혼해서도 안 되고 아직 아이가 없는 왕희 언니가 혹시라도 출산하게 되면 출산 휴가도 줄 겁니다."(멤버들)

    김유정은 "우린 주부 겸 소녀시절로 재취업해 팀을 직장처럼 여기고 있다"며 "여느 직장도 야근 근무가 있으니 저녁 스케줄이 생기면 가족들과 잘 조율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멤버들은 가정을 챙겨야 하는 처지가 같아 서로의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어 팀워크가 단단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유정과 박수아는 "집에 있으면 무릎 튀어나온 바지를 입고 걸레질을 하고 빨래집게로 머리를 질끈 묶고 아이들을 챙기며 시장도 본다"며 "그렇기에 지금의 도전이 얼마나 힘든 과정이었는지 알아 동병상련이다. 트러블이 생겨도 유하게 넘어갈 수 있는 기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직은 자신들의 활동이 미비하지만 화제에 그치지 않고 당당히 일하는 '워킹 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현예은은 "육아와 살림에 지친 주부들이 세상 밖으로 한 발 내딛는 건 정말 어렵다"며 "모든 주부에게 자기 안의 틀을 깨도록 희망과 용기를 주는 그룹이 되고 싶다. 노랫말도 '여보 자기야 사랑해'이니 아이돌 문화에 낄 자리가 없었던 주부들이 함께 노래할 수 있는 우리만의 문화를 만드는 시작점이 되고 싶다"고 설명했다.

    김유정도 "보고 듣는 걸 넘어 함께 춤출 수 있는 노래로 세대를 아울러 소통하고 싶다"며 "설령 뛰어난 가창력이 아니고 풋풋하지 않은 외모일지라도 차별화된 콘셉트로 꾸준히 노래한다면 언젠가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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