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5일 (일)
전체메뉴

회사 회식 후 집에 가다 다치면 산재일까 아닐까

창원지법 “업무관련성 있다” 근로자 손 들어줘

  • 기사입력 : 2014-04-23 16:26:55
  •   


  • 회사의 회식에 참석한 후 집에 돌아가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 업무상 재해(산재)로 인정될까, 아니면 개인의 잘못일까?

     창원지방법원 행정단독 최문수 판사는 22일 회식 후 귀가 중 넘어져 다친 것에 대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달라고 제기한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청구소송 재판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주며 요양급여불승인처분 취소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이렇다. 창원의 한 기업체에 근무하는 A(50)씨는 지난해 1월 4일 부서 회식에 참석한 후 밤 9시께 귀가하기 위해 회식장소에서 10m 떨어진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던 중 빙판길에 넘어져 부상을 당했다. 회식장소까지는 회사버스를 타고 단체로 이동했고, 집에 돌아갈 때는 각자 가도록 했다.

     A씨는 같은 해 2월 근로복지공단에 최초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4월 "회식을 공식적으로 종료하고 자율적으로 귀가하던 중 발생한 사고이므로, 사용자의 지배관리를 벗어나서 발생한 퇴근 중의 사고여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요양급여 불승인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해 5월에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으나 6월 또다시 기각됐다. A씨는 결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최문수 판사는 "회사가 회식 참여를 지시했고, 경비도 회사가 부담하는 등 회식이 업무관련성이 높고, 사고 역시 시간적, 장소적으로 회식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며 "평소에는 통근버스로 출퇴근했으나 회식장소에서 거주지까지는 별도의 교통수단을 제공하지 않아 다른 귀가방법이나 경로 선택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 겨울철 음주 회식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예견될 수 있는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사용자의 지배·관리를 받는 회식의 순리적인 경로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이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최 판사는 판결의 근거로 앞선 대법원의 판례를 제시했다. 근로자가 업무 외 회사 행사에 참가하던 중 재해를 당한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려면 '행사의 전반적 과정이 지배자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어야 하고, 근로자가 순리적인 경로를 이탈하지 않은 상태'여야 한다(대법원 1997년 8월 29일 선고, 2007년 11월 15일 선고 등)는 것이다.

     또 '과음을 했더라도 근로자 자신의 독자적인 결단에 의해 이루어졌거나 과음으로 인한 심신장애와 무관한 다른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재해가 발생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행사 등 과정에서의 과음으로 재해를 입었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대법원 2008년 10월 9일 선고)'는 판결 등이다.

     최 판사는 "업무 외 회식 후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며 "업무 외 회식이라도 사실상 회사의 지배관리하에 있었는지, 귀가 경로의 순리적 경로 이탈 여부 등을 숙고했고, 기존 판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차상호 기자 cha83@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