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7일 (화)
전체메뉴

[촉석루] 제2의 세월호 선장이 없으려면- 변창우(창원경일고 교감)

  • 기사입력 : 2014-04-24 11:00:00
  •   



  • 어느 학교에서 불이 났다. 선생님이 교실을 다니면서 대피하라고 하는데 한 교실에서 학생이 나가지 않고 있길래 “너는 빨리 대피하지 않고 뭐 하니?”라고 물으니 “선생님, 주번도 나가야 하나요?”라고 되물었다. 교실을 잘 지키는 것이 주번의 주된 임무 중 하나라는 것을 풍자한 내용이다.

    선장의 최우선 업무인 승객의 안전을 내팽개치고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먼저 탈출한 세월호 선장의 직업윤리 부재로 300여명이 생명을 잃을 위기에 빠졌다. 특히 당시의 위중한 상태를 모르고 선원의 안내방송대로 행동했던 학생들과 함께했던 교사들이 참변의 대다수이다.

    선장의 본분 망각과 무기력한 관계당국의 위기대응능력이 빚어낸 참극이다.

    나비의 작은 몸짓들이 모여 커다란 폭풍우를 유발하는 나비효과처럼 설마 어떻게 되겠어라는 안전불감증, 관행이라는 이름의 위법행위, 무사안일의 일부 공무원들과 원칙과 규정을 이야기하면 융통성 없는 사람으로 치부해버리는 사회적 분위기 등 우리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병폐가 또다시 부메랑이 되어 한 번 피어보지도 못한 어린 목숨을 앗아갔다.

    필자 또한 진로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쳤을 때 학생들이 희망하는 직종에 대한 가치관이나 직업윤리보다는 어떻게 하면 그 업을 할 수 있고 경제적, 사회적 지위 위주로 안내해주지 않았는가 반성해본다.

    학기 초에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미래 희망직업군 조사를 했을 때 가장 많이 선택한 것이 공무원과 회사원이었다. 선택한 이유로는 직업의 안정성과 경제력이 가장 높았다. 직업선택은 자유이지만 그 이유가 오직 개인의 영리를 위한 것이라면 제2의 세월호 선장과 책임지지 않는 공무원이 또 나올 것이다. 요즈음 학생들은 희망직업 선택 시 가치보다는 가격을 중요 잣대로 삼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살아가는 데 돈은 필요조건이지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또한 반칙과는 타협하지 않는 직업윤리와 희망직업에 필요한 사명의식 등의 올바른 직업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이번 희생자들에 대한 살아있는 자들의 최소한의 예의이다.

    변창우 창원경일고 교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