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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6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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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후보 인물 탐구] 권정호 전 교육감

“보수·진보 뛰어넘어 소통·통합하는 경남교육 만들 것”
초중고 교사·대학교수·총장·교육감 거쳐 교육경험 풍부
전시성 행사 등 줄여 학교교육 정상화로 학력 향상 계획

  • 기사입력 : 2014-05-0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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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정호 전 경남도교육감이 풍부한 교육 경험으로 이념과 진영을 넘어서 소통하는 교육감이 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성승건 기자/
     

    -왜 권정호가 교육감이 돼야 하나.

    ▲저는 초·중·고 교사와 국립대 교수 및 총장을 거쳐 교육감까지 지냈다. 교육자로 산 45년 가운데 총장과 교육감 재임 기간 6년 반을 제외하면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삶을 살았다. 고위 교육 관료로 옮겨 다니며 교육현장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과 다르다. 이 같은 경력은 경남에서 유일하고 전국적으로도 드물 것이다.

    우리 사회도 그렇지만 학교현장도 이념대립으로 인한 갈등이 적지 않다. 이념갈등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은 학생과 학부모다. 저는 남명학연구원 이사장을 지낼 정도로 어릴 때부터 보수적 유학의 가르침 속에 평생을 살아왔으며 총장과 교육감까지 지냈다. 또 ‘경남생명의 숲’ 상임대표를 맡아 시민사회운동에 참여했으며 민주진보진영의 아이콘이 된 무상급식을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학생들과 경남교육을 위한 일이라면 이념과 진영을 넘어 소통할 자세가 되어 있다. 깨끗하고 합리적인 보수라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교육감으로서 나의 지향은 보수나 진보가 아니라 ‘소통’과 ‘통합’이다.

    -현 고영진 교육감에 견줘 무엇이 더 비교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나.

    ▲무엇보다도 도덕성이다. 특히 도덕성의 바탕은 청렴이라 할 수 있는데 청렴도 비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매년 조사하는 공공기관 청렴도조사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교육감 한 명 바뀌었을 뿐인데 내부청렴도 전국 1위, 종합청렴도 전국 3위의 경남교육이 바닥으로 추락했다면 원인은 교육감에게 있다.

    다음으로 현장경험과 전문성이다. 저는 초·중·고·교원 양성 국립대학교에서 평생 학생들을 직접 가르쳤으며 교육행정까지 두루 경험했다. 직접 가르쳐 본 사람만이 경남교육을 바로잡을 수 있다. 개혁은 캠페인 하듯이 말만 요란하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고 교육감 역시 평생 교육에 몸담았지만, 최근 학교폭력으로 학생 두 명이 목숨을 잃은 진주외고(반성종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본 몇 년이 교사 생활의 전부로 알고 있다.

    -후보들간 단일화 필요성이 많이 거론된다. 입장은.

    ▲부패하고 무능한 지금의 경남교육을 바로잡고 도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단일화가 바람직하다. 김명룡, 박종훈 후보와 단일화의 문은 마지막까지 열려 있다.

    경남교육이 정말 50만명 학생과 340만명 도민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념과 방법의 작은 차이를 서로 인정하고 단일화를 이루어 도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도리다.

    -무상급식 정책이 후퇴하는 느낌인데, 그 원인은 무엇이고, 대안은 있나.

    ▲전국에서 처음으로 경남교육청이 무상급식을 도입한 지 5년이 지났다. 올해부터 동지역 중학생까지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예산부족 때문에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제가 교육감이 돼 처음 도입할 때 교육청은 각종 전시성 행사와 비효율적 예산낭비를 줄이고 에산을 아껴 예산을 확보했다. 그 후에 시·군의회 의장과 시장·군수를 만나 끈질기게 설득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사업시행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교육감의 의지라는 것이다.

    사실 무상급식으로 인한 추가예산은 전체 예산의 1% 남짓이지만, 급식 전반에 드는 예산은 2800억원으로 적지 않다. 이제 이 엄청난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도민들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도민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무상급식 성과와 도민 만족도 조사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토대로 흔들리지 않는 중장기 예산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도내 학생들의 학력이 어느 수준이라고 생각하는가. 낮다고 생각한다면 학력향상을 위한 대안은.

    ▲학력은 여러 척도로 비교할 수 있겠지만, 가장 비교가 쉬운 것은 수능 성적이다. 이에 따르면 경남은 최하위권이 맞다. 대체로 전국 11~14위쯤 된다. 학부모의 경제력과 학생의 학력이 대체로 상관관계가 있는데, 경남도민의 1인당 소득이 전국 6위쯤 되니까 학생의 학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맞다.

    그런데 낮은 학력이 하루아침에 올라가기는 사실 쉽지 않다. 제가 교육감으로 있을 때 국가수준 평가에서 초등학생 기초학력이 2년 만에 바닥권에서 중위권인 6위로 올랐다. 향상도로 보면 전국 2위였다. 그러나 중·고등학생은 그렇게 올라가지 못했다. 초등학생은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가 있었지만 중·고등학생처럼 오래 누적돼 온 낮은 학력이 금방 올라갈 수는 없다.

    학력향상은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될 과제다. 당장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에 방해가 되는 전시성 행사와 대회, 공문서 부담을 줄이고 학교교육만 정상화시켜도 적지 않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올해부터 도입되는 고입 선발고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선발고사는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있다. 그러나 꼭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입시정책의 잦은 변경으로 학생과 학부모가 혼란스러워해서는 안 된다. 이미 중학교 3학년들은 올해 시험을 앞두고 있다. 교육감이 바뀌더라도 올해는 시행해야 한다.

    내년부터 학부모와 교사, 교육전문가, 시민사회 등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논의한 후에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행복을 위한 결정을 해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심사숙고해서 결정할 일이다.

    -대안교육에 많은 열정을 보였는데, 요즘 대안교육이 입시형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많다. 대안교육의 올바른 방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획일적인 입시경쟁교육에 적응 못해 상처를 가진 학생들을 치유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대안교육이 있는가 하면, 공교육의 영역에서 다루기 힘든 환경, 생태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대안교육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안교육이 입시중심 학교교육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인데, 대학 입학을 위한 방편으로 삼는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학생들의 행복이 대안교육의 본질이다. 다만, 이 행복을 찾아가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대안학교는 저마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소규모로 네트워크를 이루며 상생하며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인간 권정호, 어떻게 살아왔나.

    ▲1942년 8월 14일, 고성군 하일면 오방리에서 안동 권문(權門) 복야공파 감정공계 서령공 가계의 10대 종손이며, 6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중학교 3학년 겨울, 부친이 서른아홉을 일기로 별세하는 바람에 대가족 종가의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마산상고(현 마산용마고) 입학시험에 합격한 후 입학금도 내지 않은 상태였다. 3학년 11월에 휴학하고 고성에 있는 운흥사 낙서암에서 1년간 고시공부를 했다.

    1년 후 11월에 복학해 이듬해 2월 졸업했으며 그 뒤로 4년 동안 할아버지 뜻에 따라 일꾼들과 농사일을 하며 집안을 돌보았다. 그러던 중에 2년제 진주교육대학이 개교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을 추수를 끝내고 할아버지께 진주교육대학 입학을 간청해 허락받고 다음 해 3월 진주교육대학에 입학했다. 졸업 후 고성하일초등학교 교사로 교단에 첫발을 내디뎠다.

    진주교대 출신으로 처음 교수가 됐고, 교수가 된 지 17년 만에 은사들의 권유로 총장 선거에 출마해 제3대 총장으로 4년 동안 대학행정을 맡았다.

    임기를 마치고 교수로 다시 돌아와 4년6개월을 근무한 후 2007년 8월 말 퇴직하고 고향에서 단감농장을 가꾸었다. 같은 해 교육감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제자들로부터 경남교육을 바로잡아 달라는 권유를 받고 출마, 초대 직선 교육감으로 당선돼 2년6개월간 경남교육을 이끌었다.

    조윤제 기자 cho@knnews.co.kr





    ☞그는 누구

    △1942년 8월 14일 고성군 하일면 출생 △1961년 마산상고 졸업 △1966년 진주교육대학 졸업 △1986년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고성하일초, 고성여중·고, 진주중, 밀양여고, 진주여고, 통영고 교사 △진주교육대 교수·총장 △2008년 제14대 경남교육감 재직(2년 6개월) △진주교육대 총동창회장 △경남대 총동창회장 △남명제 집례 초헌관(덕천서원) △(사)남명학원구원 이사장 △(사)경남생명의 숲 상임대표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16·17대)


    ☞약점과 한계
    출마 과정서 결단력 부족, 원칙주의로 깐깐한 성품

    권 후보의 단점은 외모에서 드러나듯 깐깐한 성품 때문에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서기 어렵게 느낀다는 것이다. 그의 깐깐함은 ‘대쪽 같은 원칙주의’를 신봉하는 그의 성격과 남명학연구원 이사장을 지낸 경력 등 삶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결단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지난달 22일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로 등록하기까지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주변에서 출마를 권유해 출마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 같은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후보 중 나이가 가장 많다는 점을 꼽는 사람도 있다. 출마 결심을 했을 때 가족 모두 건강을 걱정하며 만류했다는 이야기가 이를 뒷받침한다.

    권 후보는 “육체노동이 아니라 정책에 대한 판단이 주된 역할인 교육감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나이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자로서 어떻게 살아왔느냐, 경남교육을 맡길 만한 경륜이 있느냐 하는 것이며 건강도 젊은이 못지않게 자신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윤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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