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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사랑에 중독된 한 남자의 비극 '인간중독'

  • 기사입력 : 2014-05-09 16: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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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력한 장군의 사위이자 베트남전의 영웅 김진평(송승헌) 대령. 36살에 불과하지만, 초고속 승진 페달을 밟으며 장군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처참했던 베트남의 전장은 그에게 훈장도 줬지만, 정신 질환도 안겼다. 진평은 불쑥불쑥 떠오르는 전장의 악몽을 떨쳐내고자 비밀리에 정신과를 찾거나 시내 음악 감상실에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피폐한 정신을 다스리려 한다.

    출세에 눈이 먼 부인 숙진(조여정)과 눈치만 살살 보는 부하들에 둘러싸여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진평은 어느 날 부하 경 대위(온주완)의 아내 종가흔(임지연)을 우연히 본 후 참을 수 없는 사랑에 빠진다.


    '음란서생'(2006), '방자전'(2010)의 김대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인간중독'은 사랑에 중독된 이들의 이야기다.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폐허가 된 진평에게 찾아온 사랑이라는 이름의 희망을 말하는 영화다.

    그러나 진평을 치유해줄 것 같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희망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영화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희망을 자꾸 움켜쥐려는 진평의 심리상태를 따라간다.

    영화의 성공은 그런 복잡한 진평의 심리를 얼마나 세밀하게 그리는가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트남전의 상흔을 가슴에 새기고, 출세 가도를 위해 무던히 정진해야 하며, 그 와중에 목숨을 건 사랑도 해야 하는 진평은 복잡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다.

    이 같은 진평의 심리 향방에 따라 영화는 사이코 드라마로 갈 수도 있고, 순정 멜로로 흐를 수도 있으며 성공을 위해 사랑을 포기하는 '사랑과 야망' 류의 드라마로도 포장될 수 있었다. 아니면 이러한 요소들이 적절하게 교배돼 모호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창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이는 인간중독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경우다.) 

     
    그러나 주연을 맡은 송승헌은 량차오웨이(양조위·梁朝偉) 같은 신비로움을 보여주기에는 내공이 아직 부족한 것 같다. 멜로에는 능할지 모르겠지만, 심리 드라마까지 깊이 있게 파고드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처럼 송승헌이 극의 중심을 잡아주지 못하면서 신인인 임지연의 연기도 살아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송승헌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데뷔 이래 가장 높은 수위의 노출까지 감행하며 '결기'를 드러냈지만 사이코 드라마와 깊은 멜로를 오가는 진평에겐 가닿지 못했다.

    주연들의 부족한 연기는 조연들이 채워준다. 최중령 부인 역을 맡은 전혜진의 내공과 '방자전', '후궁:제왕의 첩' 등에서 노출을 감행했던 조여정의 뒤늦은 변신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은 몇몇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반면 해학적인 연기로 충무로 조연 중 돋보이는 역할을 했던 유해진은 이번 영화에서만큼은 전체적인 분위기 속으로 녹아들지 못했다. 답답하고 묵직한 영화의 전체적인 맥락과 어울리지 않는 그의 갑작스런 유머는 적잖은 당황을 불러 일으킨다.

    5월14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32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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