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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탈출 생명길 ‘비상구’ 열려 있나요?

안전, 기본부터 지키자 ⑥ 비상구 관리
도내 다중이용업소 점검 결과
비상구 유도등 불량이거나 물건 쌓아 막힌 곳 많아

  • 기사입력 : 2014-05-2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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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의 한 다중이용업소 비상계단에 의자, 종이상자, 쓰레기 등이 쌓여 있다./전강용 기자/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면 전기가 차단돼 실내는 깜깜한 어둠에 휩싸이게 된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뜨거운 불길과 유독물질로 가득한 연기를 피해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오직 비상구뿐이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업소의 비상구가 막혀 대피가 어렵다면 가장 일상적인 공간이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공간으로 변할 수 있다.

    ◆막혀 있는 비상구= 지난 2012년 5월 5일 밤 8시 50분께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노래주점에서 불이 났다. 9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입은 이날 화재는 업주의 안전불감증 때문에 발생했다. 불이 난 노래주점에는 3곳의 비상구가 있었지만 한 곳은 불법 개조해 룸으로 사용됐고, 또 다른 한 곳은 비상구 앞에 덧문을 만들어 주점 내부 구조가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면 비상구인지 알기 어려웠다. 사망자 9명 중 8명은 그 비상구가 있던 자리 바로 앞 방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구만 제 역할을 했다면 모두 살 수 있었다.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등 도내 다중이용업소가 밀집된 곳도 이 같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창원소방서가 20일 하루 동안 상남동 다중이용업소 131곳을 단속한 결과 103건의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대부분 비상계단에 쓰레기나 상자 등 적치물을 무단으로 쌓아둔 경우였다.

    소방방재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도내 다중이용업소에서 발생한 화재는 연평균 43건에 달했다. 음식점·노래방·술집 등 다중이용업소에서 10일에 1번 꼴로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하는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수시로 이용하는 다중이용업소의 경우 화재 발생 시 대량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을’이 관리하는 ‘갑’의 소방시설= 현행법상 다중이용업주는 업소의 안전관리를 위해 정기적으로 안전시설을 점검하고 그 점검결과서를 1년간 보관해야 할 책임이 있다. 정기점검을 하지 않거나 점검결과서를 보관하지 않을 경우 영업주에게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때 업주는 정기점검을 위해 소방시설관리 업체를 자율적으로 지정할 수 있다. 비상구 등의 소방안전시설을 ‘갑’인 업주가 고용한 ‘을’인 업체가 관리하는 것이다. 시설관리업체가 대피시설에 문제가 있어 개선을 권고해도 업주가 거부할 경우 아무 소용이 없다. 업체들은 건물주와 계약을 이어가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최소한의 비용이 드는 개선안을 내놓거나 느슨한 점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백승명 창원문성대학 소방방재과 교수는 “꼼꼼하게 검사해 많은 비용이 드는 안을 내놓는 업체는 당장 이듬해 계약에 타격을 받기 때문에 업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소방시설관리업체와 영업주, 건물주 등도 안전시설 관리 책임을 직접적으로 함께 질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언진 기자 hop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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