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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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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미- 유희선

  • 기사입력 : 2014-06-0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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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모나미, 모나미

    딸깍 문을 열고 웃네

    짧고 새까만 단발머리 흰 교복을 입고

    편지를 쓰네

    꼬부랑꼬부랑 알파벳을 쓰네

    까맣게 베껴 쓰는 희디흰 꿈들

    우리들 풋풋한 사랑

    밤새 건너편까지 저어 빈틈없이 채우네

    나의 모나미, 모나미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던

    바퀴 달린 모나미

    어디든 달려가네 날아가네 여기저기 콱 처박혀

    소식이 없네

    굴곡도 곡절도 없던 빼빼 마른 민 가슴들

    손목이 휘도록

    어느 모퉁이를 돌고 있을까

    어디만큼 흘러갔을까

    부푼 노트처럼 강물 일렁이네

    해말간 얼굴로

    아직도 푸르게 쓰고 있는

    나의 단짝 모나미

    모나미

    ☞ 모나미와 인연을 맺었던 게 언제부터였을까요.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던 시절부터 어디만큼 우리는 흘러왔을까요. 기억하면 흰 꿈을 가득 채우고 손목 휘도록 모퉁이 돌아 끝내 도달해야 하는 목적지에 도착은 한 걸까요. 한 번도 싸워본 적 없이 마냥 좋았던 풋풋한 사랑은 있었던 걸까요. 굴곡과 곡절 건너 아직도 가슴은 고장 없이 푸르게 사용하고 있는 걸까요. 감정도 무디어지고 어디든 달려가고 날아가고 싶었던 눈부신 청춘이 이제 그립지는 않은가요.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모나미 볼펜처럼, 인생이란 노트 정말 함부로 사용하지 않고 빈틈없이 채우며 행복하게 가고 있는 건 맞지요. 김혜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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