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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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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357) 제6화 인형의 집 17

“오늘따라 감상적이네”

  • 기사입력 : 2014-06-0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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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밖은 아직도 햇살이 밝았다. 장대한은 캐주얼로 옷을 갈아입고 천호동으로 갔다. 7시가 가까워지면서 해가 뉘엿뉘엿 기울고 있었다.

    ‘천호동이 이렇게 발전하다니….’

    장대한은 천호동 사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살피면서 생각에 잠겼다. 천호동은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낙후된 지역이었다. 그러나 강남 개발 붐이 한계에 부딪히고 잠실지구가 개발되면서 천호동도 크게 발전했다. 빌딩들은 높이 솟고 아파트단지가 숲을 이루었다.

    장대한이 천호동 사거리에서 빌딩가를 살피고 있을 때 뒤에서 톡 쏘는 화장품 냄새가 풍겼다. 조연옥이 뒤에서 다가온 것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조연옥은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천호동 발전사…, 세상이 참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 같아.”

    장대한은 조연옥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조연옥은 회색의 산뜻한 투피스 차림이었다. 재킷 안에는 하얀색의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오늘따라 감상적이네.”

    조연옥이 환하게 웃었다.

    “천호동 사거리에 오가는 사람들을 우두커니 보고 있으려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고.”

    장대한은 조연옥의 손을 가만히 쥐었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아가씨들을 보고 있었겠지. 발랄해서 좋았어?”

    “미니스커트가 너무 짧아.”

    “아가씨들이 미니스커트를 입어 남자들 눈만 호강하잖아? 좋지?”

    “미니스커트가 유행하면 불경기래.”

    “한국은 달라. 세계에서 한국 아가씨들처럼 멋을 많이 내는 아가씨들도 없을 거야.”

    “유럽은 어떤데?”

    조연옥은 한때 유럽에서 특파원 생활도 했다.

    “검소하지. 티셔츠 하나를 몇 년씩 입어. 내가 아는 독일 발레리나가 있는데 티셔츠에 보푸라기가 일어날 정도로 입더라고.”

    “그건 궁상이지.”

    “그렇게 절약하니까 돈을 모으는 거야.”

    조연옥은 유럽의 아가씨들에게 배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있어. 아들이 영국 옥스퍼드로 유학을 보내면서 비싼 캐주얼화를 사주었대. 그런데 몇 달 뒤에 이 작가가 영국에 가서 보니까 아들이 그 신발을 신지 않고 있더래.”

    “왜?”

    “영국 학생들이 모두 낡은 운동화를 신고 있어서 창피해서 새 신발을 못 신겠더래.”

    장대한은 조연옥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유럽의 검소하고 절약하는 모습은 한국인들도 배워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옷 한 벌 살래?”

    장대한은 조연옥을 데리고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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