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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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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8) 실도과조(失경남도寡助)- 도리를 잃으면 도와주는 사람이 적다

  • 기사입력 : 2014-06-2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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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억울한 일이 있다. 중학교 2학년 때 6월 어느 일요일 아침 밥을 먹고 집 앞 길가에 나가 서 있었는데, 함안농고 1학년에 다니던 필자보다 두 살 많은 조용섭이라는 학생이 지나가면서 “학교 실습농장에 일하러 가는데, 같이 가자. 일하면 과일 좀 먹을 수 있을 거다”라고 했다. 농고와 같은 울타리 안에 있는 중학교에 다니면서 농장에 열린 토마토, 수박 등을 봤기 때문에 좋다고 하고 6㎞를 걸어서 따라갔다.

    오전 9시부터 과일을 따서 리어카에다 담아 끌고 가 읍내에 있는 농장 담당 교사의 집 마당에 내려놓는 작업이었다.

    오전 내내 쉬지 않고 일하고는 점심때가 되었는데, 그 교사는 자기 가족들끼리만 점심을 먹으면서 찬물도 한 바가지 주지 않고 계속 일만 시켰다.

    물도 한 모금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오후 내내 계속 일했다. 그때는 또 허락 없이 남의 것을 함부로 손대면 안 된다고 생각하여 둘 다 토마토 한 알 입에 넣지 못했다.

    오후 5시쯤 되어 그 교사가 “이제 됐으니, 집에 가라”고 했다. 마치고 올 적에 “혹 과일 몇 개라도 주지 않겠나”라고 기대했는데, 마지막 일말의 기대마저 어긋났다.

    쨍쨍 내리쬐는 여름날에 물도 한 모금 얻어먹지 않고 노동착취에 시달린 두 사람은 돌아오면서 억울하여 울먹일 정도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도, 교사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싶다.

    좀 출세한 사람들 가운데는 자기가 데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는 부귀한 사람 만나서 호화판 진수성찬을 포식하고 와서는, 대기하던 운전기사에게 밥 먹었냐는 인사 한마디 하지 않는다.

    또 일정을 갑자기 바꿔 기사가 밥 숟가락을 들려고 하면 가자고 재촉하는 일도 자주 있다.

    사람은 어느 누구고 말은 안 하지만 남에게 대접받고 싶어 하고, 무시 당하는 일을 싫어한다.

    인천 출신 국회의원 박상은 의원의 비서, 특보, 운전기사는 모두 나서서 박 의원의 비리를 폭로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해운 관계 비리 혐의로 이미 조사를 받고 있었지만, 측근의 사람들이 모두 이렇게 나서는 데는 박 의원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맹자’(孟子)에 이런 말이 있다. “도리를 얻은 사람은 도와주는 사람이 많고, 도리를 잃은 사람은 도와주는 사람이 적다.도와주는 사람이 적은 정도가 극도에 이르면 친척들도 그를 배반한다. 도와주는 사람이 많은 정도가 극도에 이르면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다 그를 따른다(得道者多助, 失道者寡助, 寡助之至, 親戚畔之, 多助之至, 天下順之)라고 했다.

    박 의원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눈앞의 금전이나 권력만 챙기려고 할 것이 아니라, 사람의 도리를 하는 것이 먼저다.

    * 失 : 잃을 실. * 道: 길 도.

    * 寡 : 적을 과. * 助 : 도울 조.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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