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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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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경남신문 공동기획 '초록기자 세상'] 흔적으로만 만난 그리운 제비

조해진 초록기자(창원명곡고 3학년)
지난 5월 창원 명곡 ~사림동서
20여명이 이틀간 ‘제비 찾기’

  • 기사입력 : 2014-07-0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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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의창구 명곡동 주택가에서 제비 둥지의 흔적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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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25일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에서 벌이고 있는 제비 총조사 사업의 일환인 ‘제비 찾기 대작전’에 참여했다. 창원 일대에 있는 제비 둥지를 찾아 제비 서식 지도를 만들기 위한 정밀조사 활동이었는데 5월 24일과 25일 20여명의 인원이 투입돼 섹터1(명곡동)에서 섹터5(사림동)까지 이뤄진 방대한 조사였다. 나는 람사르환경재단의 대학생 서포터스와 함께 섹터1을 맡았다. 이미 전날인 토요일에 1차 조사가 이뤄졌고 우리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곳을 중심으로 2차 조사를 하기로 했다.

    사전교육 때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위성사진을 지도 삼아 길을 나섰다. 골목골목을 걸으며 제비 둥지가 있을 만한 곳을 살펴봤지만 조사구역을 반이나 돌았는데도 제비 둥지는커녕 어떤 둥지도 찾을 수 없었다. 조사시간이 한 시간쯤 남았을 때, 우리는 제비 둥지의 ‘흔적’만을 겨우 발견할 수 있었다. ‘흔적’인 이유는 제비의 배설물 등으로 집이 더러워진다는 이유로 사람들에 의해 훼손됐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안에 제비는 없었고 우리는 훼손된 둥지 4개를 더 찾고 조사를 끝낼 수 있었다. 전날 온전한 상태의 제비 둥지 3개를 발견한 것과 합하면 명곡동~사림동에서는 총 8개의 둥지를 찾은 셈이다.

    제비는 예부터 사람들이 자신들을 지켜 준다고 생각해 주택 처마 밑에 주로 둥지를 튼다고 한다.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제비들도 사람들을 따라 농촌에서 도시로 왔지만, 그 수는 1980년대에 비해 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농사 짓는 방식의 변화, 농약과 비료의 과다 사용, 주택의 변화 등으로 흥부전에 등장할 만큼 우리 민족 문화와 관계 깊었던 제비가 우리 곁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지구는 인간뿐만이 아닌 모든 생명체들에게 하나뿐인 소중한 보금자리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편의나 이익을 위해 자연을 얼마든지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여기고 있다. 우리의 이기심과 무관심 속에 사라져간 것들이 비단 제비뿐일까. 오늘 하루는 주변을 살펴보도록 하자. 아직까지는 그래도 사람과 함께 살아갈 만하다고 생각하는 제비가 우리 주변에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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