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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비경 100선] (67) 창녕 남지 개비리길

강물과 발길 나란히, 하늘과 어깨 나란히

  • 기사입력 : 2014-07-1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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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녕군 남지읍 개비리길에서 바라본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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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에서 바라본 남지 개비리길.


    창녕군 남지읍 낙동강 수변공원 용산마을을 떠나 양수장을 지나면 강을 따라 구불구불 벼랑을 더듬으며 나가는 남지 개비리길이 있다.

    개비리의 ‘개’는 물가, 갯가의 개(浦)이며 ‘비리’는 벼랑을 이르는 이곳 토박이 말이다. 그래서 개비리길은 물가의 벼랑길이라는 의미다.

    개비리길은 강물이 산을 안고 돌면 같이 돌고, 휘어져 들어오면 깊숙이 함께 물러나며 물길 따라 산과 강을 거스르지 않고 난 길이다.

    원래 남지 개비리길은 지금보다 산 위쪽에 있었다는데 다니는 사람들이 가파른 산길을 버거워하면서 강쪽으로 내려앉게 됐다고 한다.

    남지 개비리길의 시작은 낙동강과 남강이 만나는 용산마을이다.

    낙동강변의 깎아지른 벼랑을 따라 굽이굽이 좁은 길이 이어지는 이 절벽에 오솔길이 나게 된 전설이 있다.

    옛날 영아지마을의 어느 집에서 키우던 개가 용산마을로 팔려간 후 헤어진 여자 친구를 만나러 다니면서 길이 나게 됐는데, 개가 처음에 낸 길이라 해서 개비리길이라 불렀다고도 한다.

    남지 개비리길은 곳곳에 짐승이 다닌 흔적들로 땅이 파여 있을 때는 깊은 산속에 들어온 듯하다가도 다시 강에서 높이가 30~50m는 족히 되는 벼랑길이 계속되고 벼랑쪽에는 소나무 등 키 큰 나무들이 많아 충분한 그늘을 제공한다.

    깎아지른 절벽에 좁은 길을 따라 가노라면 원시자연을 만날 수 있는데 길 전체에 걸쳐서 마삭줄이 군락으로 좌우에 지천으로 있어 눈을 시원하게 해주고 주엽나무, 물푸레나무, 자귀나무, 부처손 등 진귀한 풀과 나무가 쉼 없이 이어져 나오고 있다.

    특히 요즘에는 보기 어려운 으름덩굴이 소나무를 감싸고 올라간 풍경 등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자연이 스스로의 질서를 회복해 천연의 원시림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은 장관을 연출한다.

    산으로 휘어진 길을 따라가다 보면 갑자기 길이 끊기고 대숲이 막아선다. 왕대들은 햇살을 몰아내고 충충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대숲 안으로 간신히 이어진 길은 길이 아니라 근근이 이어지는 흔적처럼 희미해 선뜻 들어서기가 무서울 정도다.

    대숲을 벗어나 돌아보니 싱싱한 대나무들이 흔들리고 있고 대숲 안에 누가 살았는지 집이 있다. 이 개비리길을 걸어 들어와 둥지를 튼 그들이 몹시나 궁금하다. 배를 저어 강에 들면 물고기를 잡고 바람소리 새소리 들으며 자연 앞에 경건하게 살았던 것일까.

    대숲 안에 폐가는 ‘회락정(回樂亭)’이라는데 낙동강물이 돌아나가는 것을 볼 수 있는 곳이라 해 그렇게 불렀다 한다.

    지금은 대숲이 앞을 가려 보이지 않지만 회락정에서 내려다보면 강물이 굽이지며 돌아나가는 모습이 시름을 잊게 하는 빼어난 장소라, 이곳에 올라앉아 강물을 바라보며 시를 짓고 밤이면 달빛 머금은 강물소리와 대숲이 바람에 나는 소리를 벗 삼아 음풍농월하던 최고의 명소였다고 한다.

    이 회락정은 얼마 전까지는 ‘회락재’라는 현판이 걸려 있있지만 누군가 떼어가 버리고 지금은 방치돼 있다. 선인들이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며 소일했던 이곳을 말끔하게 단장하면 개비리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창녕에는 5개의 개비리길이 있다. 이방면 덤말리 개비리길, 등림 개비리길, 유어면 이이목 개비리길, 남지 개비리길, 부곡면 임해진 개비리길이 그것이다. 임해진 개비리길 인근 노리마을에는 전설 이야기에 전해지는 개의 기념비석이 새겨져 있다.

    남지 개비리길은 왕복 3.6㎞로 낙동강 1300리 가운데 가장 호젓하고 아름답다. 안전행정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국토종주 자전거길 20선 중 경남도 구간 4곳 가운데 선정되기도 했다.

    글= 김병희 기자 사진=창녕군 제공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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