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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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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장예은

  • 기사입력 : 2014-07-1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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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압에 갇힌 파문은 환각의 골이 깊다.

    뚫어지라 바라보던 저문 물의 눈빛에

    손가락 깨물며 젖던 무명고쟁이 꽃무늬들.





    흩어지는 밤꽃 향내 손톱에 움켜쥐고

    기억의 골목길을 서성이는 항아리마다

    한가득 출렁거리며 물 퍼 올리는 두레박.





    혈색에 쫓겨나고 기세에 밀려나고

    시간에 감염되고 계절에 중독되어

    약봉지 양손에 들고 시름에 찬 얼굴 하나야.

    ☞ 마음의 바닥 가늠할 수 없는 그녀, 우울한 목소리 색깔을 가진 그녀, 내면의 그늘 슬쩍 감춘 그녀, 긴 두레박으로 건져 올려도 냉큼 떠오르지 않는 그녀, 항아리마다 출렁이는 슬픔을 모두 이해하는 그녀, 시간에 감염되고 계절에 중독돼 환각의 골마저 보이는 그녀, 흩어지는 밤꽃 향내 저문 물의 눈빛도 사랑하는 그녀, 어쩌면 우물보다 더 깊숙이 자신을 감춘 그녀, 그러나 첨벙 맑은 물소리를 가슴에 숨긴 그녀, 아무리 쫓기고 밀려나도 조용히 항거하는 그녀, 무명 고쟁이 꽃무늬보다 화려한 열정의 그녀, 뜨거운 감성 불꽃같은 그녀, 가끔 사랑에 지쳐도 좋을 그녀, 아주 진하게 술 한잔합시다, 대뜸 말하고 싶은 매력적인 그녀 그 시인.

    김혜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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