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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선거혁명, 경남에도 ‘나비효과?’

‘새누리=영남, 새정치= 호남’ 공식 지역주의 청산 출발점 기대

  • 기사입력 : 2014-08-0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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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30 전남 순천·곡성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된 이정현 의원의 ‘선거혁명’ 효과가 경남에도 파급될지 주목된다. 이 의원이 ‘불모지’인 전남에서 1988년 소선거구제 이후 처음으로 새누리당으로 당선돼 한국 정치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무엇보다 지역주의 붕괴 신호탄이 될지 관심이다. 속칭 ‘새누리당=영남당’ ‘새정치민주연합=호남당’ 식의 오랜 시간 고착화된 고질적 병폐에 대한 청산의 출발점에 대한 기대다. 여기에다 2개 이상 합쳐진 통합선거구에서 인구가 적은 지역 출신이 당선됐다는 사실도 입지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임기 1년 남짓의 재보궐선거인 만큼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는 평가절하가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현행 소선거구제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이 없다면 2016년 총선에서는 도로 공염불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지역주의 철옹성 허물어질까= 전남·광주 등 호남은 새정치민주연합 등 진보 성향의 정당 후보가 70~80%대의 득표를 하며 당선되던 곳이다. 여기에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당선된 것은 우리 정치사의 대이변으로 기록되기에 충분하다.

    보수여당은 1996년 15대 총선 전북 군산에 당선된 강현욱 전 신한국당 의원 이래 호남 당선인을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또 전남으로 범위를 좁히면 1988년 13대 총선 이후 26년 만에 첫 당선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이에 반해 과거 경남은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지역이었다. ‘한나라당 공천은 곧 당선’이란 등식이 불문율처럼 통했다.

    하지만 경남과 부산에서는 지역주의 구도 붕괴가 이미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새누리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지만 각종 선거에서 비새누리당 후보의 약진은 이제 그리 놀라운 사실도 아니다. 17대 국회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의 당선이나 김해에서 야권후보들이 계속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것 또한 벌써 지역주의 붕괴의 서막은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이웃 부산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의원이 내리 3선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정당보다는 인물론이 고착화되는 분위기와도 무관치 않다. 야권 후보들이 과거 운동권이나 사회운동가 일색에서 벗어나 법조인 등 전문직 종사자가 늘고 청와대 행정·비서관 출신 등 경력이 화려해지면서 유권자들의 ‘거부감’이 그만큼 줄었다. 이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이들이 요직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때문이다.

    하지만 영남권내에서도 TK(대구·경북)에서는 아직까지 비새누리당이 당선된 경우는 없다.

    다만 새정치연합 김부겸 후보가 2012년 총선 때 대구 수성갑에서 40.4%, 지난 6월 대구시장 선거에서 40.3%를 얻었다. 비새누리당 후보로서는 처음으로 득표율 40%를 넘겼다. 지역주의가 발붙일 틈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평가다.

    ◆인구 적은 지역 출신도 ‘희망’ 있을까= 통영·고성은 한 선거구다. 2012년 현재 통영 인구는 14만3039명, 고성은 5만8553명이다. 15대 국회 김동욱 의원을 비롯해 17대 김명주 18·19대 이군현 의원 등 모두 유권자수가 많은 통영 출신이다.

    그나마 11대 전국구와 12~14대 지역구에서 당선된 정순덕 의원의 경우 고성군 하이면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통영으로 건너가 초·중고교를 통영에서 보내 양 지역 표를 모두 아우를 수 있었다. 이처럼 학연·혈연 없이 순수하게 인구가 적은 지역의 출신자는 아예 출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급기야 고성 출신은 고향을 떠나 대거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부산지역에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허태열 허원재 조경태 전·현 의원과 양산의 허범도 전 의원, 서울 이범래 전 의원 등이 있다.

    하지만 이정현 의원은 이번 보선에서 이 같은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깼다.

    선거인 수만 놓고 보면 순천이 21만5000여명으로 곡성 2만6000여명보다 8배 이상 많다. 소지역주의가 작동할 경우 곡성 출신인 이 당선인에게 불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이정현 당선인은 순천에서도 고향이 순천인 서갑원 후보를 3%p 이상 차이로 눌렀다. 고착된 지역정당보다는 “일꾼에 한 표를 준다”는 의식이 팽배했다는 전언이다.

    특히 이 의원은 고향인 곡성에서 득표율 70.6%를 받음으로써 선거 승리의 디딤돌을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우리고향 출신에게 몰표”라는 인구가 적은 지역출신의 또 다른 소지역주의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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