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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오동동 문화광장은 '문화 없는 광장'

[월요문화기획] 창원 오동동 문화광장 진단

  • 기사입력 : 2014-08-0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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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동동 문화광장이 들어설 예정인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성동 일원./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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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예술을 통한 도심재생사업인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광장’ 조성이 토지보상 등의 이유로 착공이 늦어지면서 사업 방향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역문화예술계와 지역상인 등은 ‘오동동 문화광장’이 ‘문화’적인 요소가 적어 통합창원시의 상징물은 물론 랜드마크로서의 기능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창원시가 추진 중인 오동동 문화광장 조성사업에 대한 현황과 문제점 등에 대해 살펴본다.

    창원시가 마산원도심권 재생을 위해 추진 중인 오동동 문화광장 조성사업이 토지와 지장물 보상 등이 늦어지면서 준공이 내년 말로 연기됐다.

    4일 창원시에 따르면 오동동 문화광장은 시가 상권 및 경제 활성화와 시민 휴식·문화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보상비 112억원 등 총 204억여원을 들여 마산합포구 동성동 일원에 문화광장과 주차장, 종탑, 커뮤니티가든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11년 5월 사업타당성 및 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도시계획시설 결정, 실시계획인가 등의 절차를 거쳐 2012년 11월부터 토지·지장물 보상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전체 보상비 112억원 중 70%에 이르는 80여억원에 대한 보상협의는 마쳤지만 나머지 30%인 32억원에 대해서는 보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시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토지수용재결을 신청했으며, 이르면 이달 말 결정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토지수용재결과 공탁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착공한다는 입장이다. 또 이달 말께 시공업체도 선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토지수용재결이 결정되더라도 토지 소유자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청구할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이와 관련, 오동동 한 상인은 “토지 소유자들이 보다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해 협상에 응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만약 소송으로 비화될 경우 사업이 수년간 지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동동 문화광장은 올해 중 공사에 들어간다 해도 정작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문화예술’ 작품이 없어 랜드마크로서의 기능에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동동 문화광장에는 지하 1층 주차장과 함께 광장 지상부에 종탑과 워터스크린, 벽천, 회랑형 파고라, 문화발전트리 등 휴게·문화공간과 이벤트 기능을 도입한 광장 기능시설물이 들어설 계획이지만 도심재생에 도움이 되는 ‘문화예술’ 공간은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문화예술의 고장 마산과 오동동의 특색이 담긴 조형물이 없어 오동동과 창동지역의 문화집객 효과와 상권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용식 창원시 오동동상인연합회장 겸 경상남도상인연합 회장은 “문화광장은 원도심 재생과 통합의 상징물이자 랜드마크로 만들어야 한다”며 “오동동과 창원시 발전을 위한 광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전체 그림을 새로 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무현 마산대 아동미술교육과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오동동 문화광장이 랜드마크적인 문화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특별한 조형물이 들어서야 도심재생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원시의회 이옥선(도시건설위원회) 의원도 “도시재생 선도지역 사업계획 속에 창동예술촌과 오동동 문화광장을 포함해 도시재생의 그림을 같이 그려야 한다”며 “문화광장으로서의 상징성을 갖도록 소공연과 젊은이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상수 창원시장도 오동동 문화광장 조성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문화광장이라면서 ‘문화’가 없다”는 지적을 했다.

    이에 대해 창원시로서는 규모와 예산이 확정됐고 중앙정부와의 신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새로 판을 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창원시 도시재생과 배선일 과장은 “제한된 예산으로 문화광장을 조성하다 보니 우선 기반시설에 치중하고 있다”며 “공사가 시작되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보완해서 시장의 결심을 받겠다”고 말했다.

    배 과장은 용역을 하면서 주민설명회 등 의견수렴을 거쳐 현재의 사업계획을 확정했다며 보다 나은 제안이 있다면 이를 가미해서 방향설정을 하겠다고 했다.

    안상수 시장은 취임 한 달을 앞두고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창원을 옛 마산예향 전성기 시대에 버금가는 문화예술의 도시로 발전시켜 문화예술 르네상스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창원을 일류 문화예술 도시로 만들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동동 문화광장이 ‘문화예술 르네상스 창원’의 첫 시험대에 올랐다.




    ◆오동동 문화광장 조성사업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광장은 옛 마산시가 밑그림을 그렸다.

    마산시는 원도심 재생을 위해 지난 2010년 3월 동성동 195 일원 9215㎡에 광장 7500㎡와 진입도로 등을 개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오동동 문화광장 조성사업 계획안’을 시의회에 제출했으나, 투입 사업비 대비 경제성이 불투명하다는 등의 이유로 상임위에서 부결돼 사업이 장기 표류해 왔다. 그러다 통합 후인 지난 2012년 5월 사업이 재개됐다.

    창원시는 국비 등 189억원을 투입해 편입토지·건축물 감정평가와 실시설계 용역에 착수하고 당초 9월까지 토지·건물, 영업보상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다. 이어 11월부터 지장물 철거에 이어 광장 지하에 넓이 3685㎡ 규모의 주차장을 설치하는 등 문화광장 조성 공사에 착수해 올해 말까지 마무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실제 건축물 철거작업은 지난해 6월에 시작되면서 사업이 지연됐다. 또 지하주차장 조성을 놓고 시와 주민, 상인들이 이견차를 보이기도 했다.

    또 불종거리변 특정 건물을 매입하지 못하는 등 들쭉날쭉한 토지와 건물 매입으로 문화광장 형태가 기형적이어서 ‘코끼리 광장’이라는 지적도 받았다.

    일부 상인들은 광장의 콘셉트를 방문객뿐만 아니라 주민과 상인들이 함께 쉴 수 있는 도심속 소공원 등으로 재설정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일본의 도심 문화공간 창조 사례

    가까운 일본에서는 도심속 빈 공간을 ‘마을광장’과 ‘열린공원’과 같은 문화창조 시설로 탈바꿈시켰다. 이들 공간은 문화예술을 통한 도심재생과 경제활성화의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바로 이시카와현의 현청 소재지인 가나자와시의 ‘시민예술촌’과 ‘21세기 미술관’이 그곳이다.

    ◇시민예술촌= 폐업한 방적공장 터를 시민들의 공간으로 새롭게 개편해 1996년 9월 개관했다. 시설은 밝고 개방적이며 편안한 공간이고 넓은 바깥 정원에서는 아이들이 작품을 만지며 놀 수 있다.

    낮에 일하는 사람들도 밤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연중무휴 24시간 개방을 원칙으로 운영되고 있다. 문화의 창조를 짊어지고 갈 젊은이들은 물론 시민이 언제라도 부담없이 연극·음악·무용·미술활동 등의 연습·제작·연수 및 성과발표 등에 이용할 수 있는 ‘마을 광장’이 되고 있다.

    시민예술촌은 개관후 6개월간 10만명의 시민이 참가한 이후 5년간 이용자 수는 100만명을 돌파했다. 2013년 기준 지난 10년간 240만명이 이곳을 이용했다.

    ◇21세기 미술관= 가나자와 시청 옆의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여건이 좋은 곳으로 이전하면서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지자 다시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시에서 부지 구입비 70억엔과 건축비 130억엔을 들여 2004년 개관했다.

    건물 전체가 120개의 통유리로 되어 있어 외부에서도 쉽게 안을 들여다볼 수 있으며, 동서남북 사방에 출구가 있어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건축된 ‘열린 공원’이다. 개방적이고 접근성이 뛰어난 이 미술관은 교육, 창조, 엔터테인먼트, 커뮤니케이션 장 등의 새로운 ‘지역 광장’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애니시 카푸어, 제임스 터렐, 얀 파브로, 레안드로 에를리치 등의 작품을 소장한 이 미술관은 연간 약 150만명이 찾고 있다.

    이들 공간은 처음부터 시민예술촌이나 미술관을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무엇을 만들까 논의한 결과 도심과 지역의 전통문화를 계승하면서 시대적인 요구를 수용해 새로운 문화공간을 창조해 냈다.

    글·사진= 김진호 기자 kimj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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