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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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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4) 엄수군기(嚴守軍紀)- 군대의 기율을 엄격하게 지킨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4-08-0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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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몇 년 사이에 군대에서 병사들 사이에 계속 문제가 생겨 군대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48년 건국 이후부터 국민개병제를 실시해 신체에 이상이 없는 21세 된 남자는 군대에 가게 되어 있다. 곧 의무병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겉으로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한다’라고 말하지만, 가기 싫은데 마지못해서 가는 사람이 많다. 왜냐하면, 이런저런 이유로 빠지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군대 가는 청년들 사이에는 ‘나만 백이 없어서 군대 끌려가나?’ 하는 심정으로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 창설된 군대의 장병들은 대부분 일본군에 복무하면서 조선인이라 하여 차별받고 모욕을 당하고 시달리다가 해방을 맞아 귀국해서 조국의 군대에 참여해 군인이 됐다. 자기도 모르게 몸에 배인 ‘일본인들에게 당했던 것’을 부하들에게 그대로 시행해 왔다. 그러다가 6·25전쟁이 발발해 갑자기 징집해서 편성한 군대들이라 더욱 질서가 없었던 것이다.

    군대 갔다 온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군대서 낮에 훈련 받는 것보다 훨씬 괴로운 것이 밤의 내무반 생활이다. 내무반이란 병사들이 자기 짐을 보관하면서 같이 생활하는 집이다. 보통 40명, 많으면 80명 정도가 같은 공간에서 자고 생활하는데, 이 공간에 들어가면 하급자들은 상급자들에게 기를 못 편다.

    필자가 군대생활할 때 6·25참전 용사인 고참상사가 하는 말이, “세계에서 내무반 생활이 가장 가혹한 곳이 대한민국 군대일 것이다. 일본군대의 못된 습관, 6·25전쟁 영향으로 제 정신 아닌 사람들이 군대를 만들었으니까”라고 했다. 그 당시에는 필요 이상으로 병사들을 괴롭히는 각종 단체기합 등이 많았다. 과연 그런 기합 등이 전투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간혹 소원수리(所願受理)라 하여 상급부대나 감찰부대에서 병사들의 애로 사항이 있는지 비밀리에 조사해 조처를 취해 준다고 하지만, 병사들은 아무도 쓰지 않는다. 한 사람만 사실대로 썼다 하면, 그 조사관이 가고 난 뒤에 부대 전체가 몇날 며칠이고 기합을 당하는 너무나 큰 시련이 닥쳐오기 때문에 그냥 참고 지낸다. 썼다가는 몇 배 더 큰 고통을 당하기 때문이다.

    집이나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 ‘군대 생활이 괴롭다’고 썼다가는, 당장 불려가 조사를 받아 처벌을 받는다.

    그러니 병사들은 하소연할 곳이 없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상급자가 자기 일 자기가 하려는 자세가 되지 않고, 하급자에게 전가하려면 변화가 없을 것이다.

    흔히 군기라고 하면, 줄 잘 맞추고 늠름하게 걸어가는 군대의 모습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장교나 부사관이나 사병들이 각자 자기 할 일을 잘하는 것이다. 복잡한 기계가 각각의 부속이 제 기능을 할 때 그 기계의 본래의 역할을 하는 것과 같다.

    *嚴 : 엄할 엄. *守 : 지킬 수. *軍 : 군사 군. *紀 : 벼리 기, 기강 기.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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