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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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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428) 제7화 굴뚝산업과 첨단산업 ⑧

“어디서 만날까?”

  • 기사입력 : 2014-09-2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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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산업이 아무리 발전하고 있다고 해도 굴뚝산업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서경숙을 다시 만나야 하겠어.’

    서경숙의 회사는 분명히 부도위기에 몰려 있다. 그러나 엘이디산업에 새로 진출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인력과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낫다. 서경숙의 회사가 위기에 몰린 것은 무능한 경영진 탓이다. 경영진을 교체하고 적절하게 자금을 투입하면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심전심이었을까. 장대한이 엘이디산업에 대해서 골똘하게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서경숙에게서 전화가 왔다. 서경숙이 이토록 빨리 전화를 걸어온 것은 뜻밖이었다.

    “무슨 일이야? 일은 잘 해결했어?”

    장대한은 부드럽게 서경숙의 전화를 받았다.

    “덕분에 잘 해결했어. 며칠 동안 잠도 못 잤는데 개운하네.”

    서경숙은 조심스러운 목소리였다.

    “임시방편일 거야.”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대부업체를 찾아온 걸 보면 지금 사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어. 그렇지 않아?”

    서경숙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래?”

    “비가 와서 그런가? 술 생각이 나네.”

    “왜 갑자기 술이 마시고 싶어?”

    “같이 술 한잔할래?”

    “그러지. 어디서 만날까?”

    “어디에 있어?”

    “양주 장흥 쪽이야. 음식점 이름 문자로 찍어줄까?”

    “그래. 장흥이면 한 시간이면 갈 수 있을 거야.”

    장대한은 전화를 끊고 차를 운전했다. 적당한 음식점을 고른 뒤에 서경숙에게 문자를 보내면 된다. 장대한은 의외로 일이 잘 풀린다고 생각했다. 장흥 유원지 일대를 차로 돌아보자 골짜기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중턱에 한정식집이 있었다.

    ‘여기면 적당하겠군. 경치도 좋고….’

    장대한은 차를 주차시키고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옆에는 모텔도 있었다. 비가 오고 있는데도 음식점은 뜻밖에 손님이 많았다. 골짜기가 내려다보이는 2층 창가에 자리를 잡고 종업원에게 주소를 물어 서경숙에게 문자를 보냈다.

    ‘가능한 한 빨리 갈게.’

    서경숙이 문자를 보내왔다. 장대한은 서경숙이 올 때까지 노트북으로 엘이디산업에 대해서 검색해 보았다. 엘이디산업은 확실히 첨단산업이었다. 서경숙의 회사도 홈페이지가 있었는데 어딘지 모르게 빈약해 보였다. 홈페이지 하나만 보아도 그녀의 회사가 활기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경숙이 음식점을 찾아온 것은 한 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였다.

    “오래 기다렸지? 늦어서 미안해.”

    서경숙이 밝은 모습으로 인사를 건네 왔다. 점심 때 헤어지고 다시 만났는데 마치 오래전에 헤어져 있던 여자를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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