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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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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천상병

  • 기사입력 : 2014-10-0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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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 그리운 쪽으로 돌아서고 있네요. 나도 모르는 사이 시선이 그쪽을 향하여 흐르고 있네요. 아하, 흐른다는 것은 ‘그립다’는 말의 다른 이름이었네요. 모든 시내가 강으로 흐르고 모든 강물이 바다로 흐르는 까닭을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흐르지 않는 물은 왜 죽고(썩고) 마는가를 가늠해 봅니다. 알겠습니다. 네, 네, 그리움은 가둘 수 없다굽쇼, 그리움이 농익으면 서러움이 되고 마는 것을 어쩔 수 없다굽쇼.

    가을강 언덕에 서서 종일 울고 있는 한 시인의 얼굴이 보입니다. 그 마음에 가득 찬 사랑 같은 것, 그리움 같은 것, 서러움 같은 것이 이윽히 들여다보입니다. 강물은 기실 시인이며, 시인의 내면이 다름 아닌 강물인 것도 눈치채겠습니다. “~만은 아니다”라는 반어적 표현을 통해 “그 까닭이 아니면 무엇이겠어요?”라고 되묻는 시인의 너털웃음 소리가 들립니다. 가을입니다. 조예린 시인



    이번 주부터는 1992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한 조예린 시인이 ‘시가 있는 간이역’ 역장을 맡습니다. 사람에게 가장 좋은 섬김이 ‘말’이며 그 ‘말’의 지극한 것이 ‘시’라고 생각한다는 조 시인은 시대에 상관없이 좋은 작품을 찾아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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