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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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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2) 波斯菊花(파사국화)- 페르시아 국화, 곧 코스모스

  • 기사입력 : 2014-10-0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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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화단과 담장 주변에 여러 가지 꽃이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래도 코스모스다. 학교 가는 길가에서도 워낙 많이 봤으니까. 키가 큰 가는 줄기에 흰꽃, 붉은 꽃, 보라색꽃 등이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는 것이 지금도 눈앞에 삼삼하다. 코스모스의 꽃말은 ‘소녀의 진심, 순정, 자유’라고 한다.

    가을을 알리는 전령사(傳令使)를 들라면 맨 먼저 들국화, 그다음으로 고추잠자리 등을 든다. 그러나 가을이 왔음을 가장 확실히 알려주는 것이 바로 코스모스다.

    코스모스는 국화과(菊花科)에 속하는 꽃이다. 우리말로 ‘살사리꽃’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 가을에 피는 들국화와 코스모스는 유사한 속성이 많다.

    일조량이 많다가 적어지고, 기온이 높다가 낮아지면 핀다. 더위도 싫어하지만, 추위도 싫어한다. 그래서 가을에 피는 꽃이다. 티벳 등 중국 서역에 많이 분포해 있다.

    티벳의 성 소재지인 라사시의 시화가 바로 코스모스다. 중국어로 ‘파사국(波斯菊)’이라 하는데, ‘파사’는 ‘페르시아’를 말한다. 아마도 중국에는 중동지역에서 전파됐기에 이런 이름이 붙은 것 같다. 한자어로는 ‘추영(秋英:가을 꽃)’, ‘추앵(秋櫻:가을 벚꽃)’이라고도 한다.

    코스모스는 본래 멕시코가 원산지인데 유럽에 들어온 것은 18세기 말로, 스페인 식물학자 안토니가 스페인에 들여온 것이 처음이고, 코스모스란 이름도 안토니오가 지었다. 코스모스(Cosmos)는 본래 ‘우주’를 뜻하는 그리스어이다.

    우리나라에는 언제 들어왔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일본에 들어온 것이 1887년으로 정확하게 기록돼 있으니, 우리나라에는 아마도 일본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코스모스는 씨가 많이 달리고, 발아율이 높고, 또 척박한 땅에서도 군집으로 잘 자란다. 하지만 씨에 깃이 달리지 않아 바람을 타고 이동할 수도 없고, 또 씨에 가시가 붙어 동물의 몸에 붙을 수도 없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옮겨서 번식하기가 어려우므로 저절로 다른 곳으로 퍼지기는 어렵다.

    코스모스꽃은 꽃 모양도 괜찮고 향기도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 너무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라 집에서 재배하거나 분재 등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문학작품의 소재로 다룬 경우도 아주 드물다.

    최근 빈터에 넓은 코스모스꽃밭을 만들어 축제를 하는 곳도 있다. 함안군 법수면의 뚝방 코스모스길, 하동군 북천의 코스모스밭 등이 우리 주변에서 코스모스로 유명한 곳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연인과 함께 둑길을 걷다 보면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윤동주(尹東柱) 시인의 ‘코스모스’란 제목의 시를 뒤에 붙인다.

    청초한 코스모스는

    오직 하나인 나의 아가씨

    달빛이 싸늘히 추운 밤이면

    옛 소녀가 못 견디게 그리워

    코스모스 핀 정원으로 찾아간다.

    코스모스는

    귀또리 울음에도 수줍어지고

    코스모스 앞에선 나는

    어렸을 적처럼 부끄러워지나니

    내 마음은 코스모스의 마음이요

    코스모스의 마음은 내 마음이다.

    *波 : 물결 파. *斯 : 이 사.

    *菊 : 국화 국. *花 : 꽃 화.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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