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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 분서갱유(焚書坑儒)- 책을 불사르고 선비를 구덩이에 파묻어 죽이다

  • 기사입력 : 2014-10-1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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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원전 221년 중국 최초로 통일제국을 건설하는 데 성공한 임금은 진시황(秦始皇)이다.

    통일을 이룬 뒤 엄격한 법치(法治)만 하면 천하가 평화롭게 다스려질 줄 알았다. 그러나 여섯 나라에서 모여든 학자들이 주(周)나라의 봉건제도를 찬양하고 진시황의 정치를 비판하자 개인의 사상을 통제할 필요를 느껴, “민간의 서적은 모두 불태워 없앤다. 위반하는 자는 극형에 처한다”라는 법령을 발표하고 실행에 옮겼다.

    ‘협서율(挾書律)’이란 법을 만들어, 개인이 책을 소장하거나 휴대하면 처벌하는 악법을 만들었다. 갱유(坑儒)란, 불로장생(不老長生)을 꿈꾸던 진시황이 술사 (術士)들에게 속은 것을 깨닫고 말 많던 선비 460명을 체포해 구덩이를 파고 생매장해서 죽인 사건이다.

    세상을 암흑천지로 만들고, 백성들은 우매하게 만들어 가혹한 통치를 하면 잘 다스려질 줄 알았는데, 통일한 지 겨우 15년 만에 진나라는 멸망하고 말았다.

    세계 각국의 역사를 보면 글을 천대하고 책을 천대하는 나라는 오래가지 못했다. 대표적인 나라가 진(陳)나라 수(隋)나라 등이다. 글을 통해서 개인이 깨달은 지혜가 전달되고, 축적되고, 계발돼 더 나은 문명세상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글을 무시하면 암흑의 세계가 된다. 지금까지 인류가 계발한 문화가 담긴 것이 책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책이다.

    ‘분서갱유’ 때문에 많은 업적에도 역사상 가장 악랄한 폭군으로 진시황을 꼽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분서갱유한 진시황을 비웃지만, 21세기 지금 우리나라에서 분서갱유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 서울의 어떤 대학의 도서관에서 공간 부족을 이유로 소장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된 다량의 책을 불살랐다. 어떤 대학에서는 오랫동안 아무도 열람하지 않는 책을 조사해 폐지로 판 곳도 있고, 종이 쓰레기로 버리는 대학도 있다. 대학뿐만 아니라 각급 학교에서도 책 갖다 버리기 경쟁을 하고 있다.

    오늘날은 책이 너무나 흔하니까 책이 천대를 받는다. 그러나 한 줄의 글에서도 인류의 역사를 바꿀 새로운 사실을 알아낼 수 있다. 우리가 ‘단군신화(檀君神話)’ 몇 줄에서 고조선의 역사를 찾아내려고 다각도로 연구를 하고, 신라 기왓장 하나에 쓰인 명문(銘文)을 보고 신라사회를 복원하려고 갖은 애를 쓴다.

    열람한 적이 없는 책이라고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도서관은 ‘언젠가 볼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미국 하버드대학 도서관의 장서가 1억5000만 권이고, 도서관의 건물만 30여 동 된다. 서울대학교 도서관의 30여 배다.

    하버드대학이 그냥 좋은 대학이 된 것이 아니다. 언제가는 볼 사람을 위해서 전 세계의 중요한 책은 다 모으는 것이다.

    * 焚 : 불태울 분. * 書 : 책 서.

    * 坑 : 구덩이에 파묻을, 구덩이 갱. * 儒 : 선비 유.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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