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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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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7) 다기망양(多岐亡羊)- 여러 갈래 길에서 양을 잃어 버렸다. 판단해 선택하기 어렵다

  • 기사입력 : 2014-11-1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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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 열어구(列禦寇)의 저서 ‘열자(列子)’ 설부편에 이런 이야기가 실려 있다. 양자(楊子)라는 사람의 이웃 사람이 양을 잃어 버렸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과 양자의 일꾼까지 빌려 양을 찾으러 갔다. 양자가 듣고서 “아아! 양 한 마리 잃어버렸는데, 찾으러 가는 사람은 어찌 그리 많은고?”라고 하자, “갈림길이 많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윽고 그들이 돌아오자, 양자가 “양을 붙들었소?”라고 하자 “놓치고 말았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양자가 “왜?”라고 하자 이웃 사람이 “갈림길을 하나 골라 가면 또 갈림길이 있고, 또 골라 가면 또 갈림길이 있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돌아왔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사람은 누구나 평생 동안 끊임없는 판단과 선택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 하루에도 몇 차례 판단해 선택해야 한다. 그날 옷을 무엇을 입을 것인가? 점심은 무엇을 먹을 것인가? 저녁에 어느 모임에 참석할 것인가? 주말에 무엇을 할 것인가? 다음 달에 무엇을 할 것인가? 내년에 무엇을 할 것인가? 이런 선택은 비교적 간단한 선택이다.

    인생을 두고 보면, 어느 학교에 진학하여, 어떤 전공을 하며, 졸업후 어떤 직장을 선택할 것인가? 직장을 얻어 다니다가 계속 다닐 것인가? 바꾸어 볼 것인가? 어떤 사람과 결혼할 것인가? 집을 어느 동네에 마련할 것인가? 등등 잠시도 판단해서 선택하는 데서 해방될 수 없다.

    마치 갈림길 속에 또 갈림길이 있고, 그렇게 해서 선택한 갈림길 속에 또 갈림길이 있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사람은 고민이 생기고, 우왕좌왕하게 되는 것이다. 한 번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한다.

    그러나 최종 책임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 남의 말을 많이 듣고 참고로 하지만, 전적으로 거기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선택으로 인해 야기되는 손해도 모두 자기가 져야 한다. 나중에 탓을 해 봐야 아무 소용 없다.

    그러면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가장 자신의 소질에 맞아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자기가 축구선수 출신인데, 농구팀 코치와 축구팀 코치의 자리를 얻을 수 있을 때,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농구팀 코치로 가면 안 된다. 조건이 좋지 않아도 축구팀 코치를 맡아야 한다. 연봉이 문제가 아니다. 자기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야흐로 대학입학시험 시기가 다가왔다. 전국의 수많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나 재수생들은 어느 대학 어느 전공을 선택할 것인지 고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자기의 소질과 특기가 있고, 좋아하는 전공을 택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 당국이나 담임선생의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해 자기 적성에 맞는 전공보다는, 대학 이름 보고 지원하는 경향이 아직도 많다. 그러나 나중에 책임은 자기에게 돌아온다. 고등학교 3학년쯤 되면, 자기의 소질과 특기를 충분히 알 수 있을 나이다. 자신이 잘 판단해서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多 : 많을 다. * 岐 : 갈림길 기.

    * 亡 : 없어질 망. * 羊 : 양 양.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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