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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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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사랑하는 3-1 제자들에게 FROM. 담임 배철원

몇점 더 잃으면 어때… 환한 웃음은 잃지마

  • 기사입력 : 2014-11-1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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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스런 제자들아. 드디어 수능시험이구나. 오늘 너희들 정말 멋있다.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도전한 것만으로도 너희들은 격려받고 위로받을 자격이 충분하단다. 그동안 참 고생 많았지? 그렇게 많은 날을, 하고 싶은 것도 미루고 참으며 힘들게 준비해 온 너희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선생님의 마음이 짠하구나.

    생각나니? 우리가 처음 만났던 3월. 새롭게 만나게 될 아이들이 어떤 녀석들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만났던 너희들. 어리고 철없어 보이던 너희들, 앳되고 순수한 너희들이 어느덧 그 힘든 고3 시절을 잘 넘기고 여기까지 왔어.

    이제야 털어놓는 말이지만 그동안 너희들은 정말 잘해 주었다. 너희들이 고3 시절 잠시 흔들렸을 때 담임으로서 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 미안하구나. 너희들의 노력과 흘려온 땀은 눈물겨운데 그 열정과 땀방울에 보답하지 못한 것 같아서 말이야. 칭찬도 많이 해주지 못하고 공부만 강조한 건 아닌지. 하지만 너희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다는 것만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얘들아, 선생님은 너희들과 생활하면서 언제가 제일 기뻤는지 아니? 지난 4월이었지. 항상 부산스럽다고 꾸중듣던 너희들이었는데, 대입전형 설명회 때 교장선생님께서 ‘야간자율학습과 학교생활이 어떻게 한 달 만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느냐’며 칭찬했던 일 기억나니? 선생님은 그날이 제일 기뻤단다. 교장선생님께 칭찬을 들어서가 아니라 내 제자들이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게 그렇게 좋더라.

    어제 장도식에서 수능시험을 하루 앞두고 긴장과 걱정, 그리고 기대에 차 있는 너희들 한 명 한 명의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더구나. 구호를 외치는 목소리가 크면 클수록 수능성적도 하늘에 닿을 것 같은 마음에 멋쩍게 제안한 ‘경원고 파이팅!’ 구호도 너희들은 밝은 표정으로 참 잘 따라 주었지? 우렁차게 교가를 부르는 모습도 멋있었고, 후배들의 박수소리에 수줍은 듯 반짝이는 눈빛도 참 멋있더라.

    오늘 시험을 치르는 동안에도 선생님은 너희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도록 기원하고 또 기원하고 있단다. 수능 성적이 때론 좋을 수도 있고 기대에 못 미치기도 하겠지. 그러나 몇 점 더 잃으면 어때, 지금처럼 환한 웃음만 잃지 않으면 되잖아. 수능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란 것도 잘 아는 너희들이니까. 물론 너희들이 지금보다 더 행복한 세상에서 살았으면 하는 게 선생님의 간절한 소망이란다.

    오늘 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잠을 잘 수 있는 너희들을 생각하니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떠오르는구나. 사랑하는 제자들아, 약속할 수 있겠니? 앞으로 그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꿈을 가지고, 희망을 가지고 도전하겠다고 말이야. 그것만은 우리 꼭 지키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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