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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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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2) 의혈궤제(蟻穴潰堤)- 개미 구멍이 둑을 무너뜨린다

  • 기사입력 : 2014-12-1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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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위(魏)나라의 정승인 백규(白圭)는 둑을 잘 관리해 홍수를 잘 막았다. 위나라는 지역이 황하(黃河)를 따라 있고, 서울인 대량(大梁 지금의 河南省 開封市)은 북쪽에 황하를 등지고 있어 홍수의 위험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물을 잘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그래서 백규가 정승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황하는 ‘중국의 어머니 강’이라고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옛날부터 중국의 골칫거리였다. 자주 범람하여 농토와 마을을 폐허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위나라에서는 홍수 잘 다스리는 사람을 아주 유능한 사람으로 쳤다.

    이런 때에 벼슬을 하려고 유세하던 백규가 발탁된 것이다. 백규가 홍수를 잘 막는 방법은 특별한 것이 아니고 둑을 잘 관리하는 것이었다. 둑을 잘 관리하는 비결은 자주 사람을 보내어 둑을 순찰하는 것이었다. 개미 구멍만한 조그마한 구멍만 있어도 미리 발견하여 즉각 막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당시 이런 말이 있게 되었다. “천리 되는 둑도 땅강아지나 개미 구멍 때문에 무너지고, 백 자나 되는 높은 집도 온돌 구멍의 연기 때문에 불 탄다.” 백규가 수재를 막아내어 공을 세운 것은 작은 것에 때를 놓치지 않고 신중히 대처해 닥쳐올 수 있는 큰 어려움을 미리 막아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긴 제방이 터져 수백 리의 농토와 마을이 물바다가 되는 경우, 둑의 모든 부분이 다 터진 것이 아니고, 처음에는 아주 짧은 어느 부분이 무너져 내려 전부가 물 바다가 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거나 처벌받는 사람도 모든 부분이 다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라, 백 가지 천 가지 좋은 것 가운데서 한두 가지 좋지 못한 것 때문에 도매금으로 매도당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성공하기는 어렵다. 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그러나 실패는 한순간에 닥쳐온다. 한 번 성공했다고 그 성공이 영원히 가는 것이 아니고, 한순간의 잘못으로 완전히 망해 버린다.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오랫동안 모범적으로 잘 경영해 오다가 순간의 판단 잘못으로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를 본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을 얻어 남부럽지 않게 출세 가도를 달리다가 순간적인 조그만 잘못으로 지금까지의 화려한 경력에 먹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지금까지 계속 성공했다고 자만하거나 방심해서는 안 되고, 생명이 붙어 있는 한 두려워하면서 조심 조심해야 마지막까지 자신의 성공을 지킬 수 있다. 당(唐)나라 시인 두보(杜甫)의 시에, ‘관 뚜껑을 닫아야 비로소 일이 확정된다(蓋棺事始定)’라는 구절이 있다.

    개미 구멍이 긴 제방을 무너뜨리듯, 조그만 실수가 한평생의 업적이나 명예를 송두리째 망치는 경우가 많다. 요즈음 그 실례를 자주 본다.

    * 蟻 : 개미 의. * 穴 : 구멍 혈.

    * 潰 : 무너질 궤. * 堤 : 둑 제.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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