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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101) 고성 (11) 대가면 소산정사~ 법천사지 승탑군

가르치고 베풀던 자리에 한가로움과 여유가…

  • 기사입력 : 2015-01-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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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 송계마을 끝에 자리 잡은 소산정사. 소산 이광정의 호를 따서 지은 이름으로 학문을 가르치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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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자 이평 시묘살이 움막.

    새해를 맞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누구도 세월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 아무리 먹어도 쓸데가 없는 것이 나이라고 했다.

    국어사전에도 없는 ‘갑질’이라는 말이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갑질’은 계약 관계에 있어서 주도권을 갖는 상대를 갑이라 칭했기에 만들어진 단어로, 상대간에 우위에 있는 사람의 행위를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서 갑질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동물의 세계나 가족관계에서도 갑질은 존재한다.

    권력을 휘두르는 부도덕한 갑질도 있지만, 상대방을 배려하는 정감 어린 갑질도 있다. 갑질도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면 그 시대에 맞는 가치로 변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패가망신 하는 경우도 있다.

    옳지 못한 갑질을 하는 순간은 격이 높아지는 것 같아도 그 결과는 치명적이기도 하다. 비록 부족하고 모자람이 있더라도 존중과 평등으로 채우는 갑질이 행복하다.

    살아가면서 사소한 것을 혹시 잃어버리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보고 싶다.


    소산정사·충효테마파크

    겨울바람과 햇볕이 내리쬐는 송계리 이씨 고가를 나와 마을 가운데 오솔길을 따라 뒤편으로 가니 송계마을 끝에 소산정사가 있었다. 마을길 작은 오두막 낮은 돌담장 대문에 문패 대신 ‘행복한 우리집’이 붙어있는 집이 있었다. 화분을 다듬고 있는 할머니에게 행복한 우리집의 사연을 물었더니 방 한 칸에 부엌이 있는 작은 집이지만 마음이 편안하니 다른 게 부럽지 않고 행복하다고 했다. 그렇다. 단군 이래 최대의 풍요를 누린다는 풍요에서 행복이 오는 것만은 아니다. 할머니가 앉아 있는 작은 마당에서 잠깐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니 때 묻지 않은 자연이 더없는 한가로움과 여유, 정겨운 풍경으로 가득 다가왔다. 몇 걸음을 옮기니 소산정사 솟을대문이다. 소산정사는 소산 이광정의 호를 따서 지은 집으로 정사는 학문을 가르치며 베푼 집이라는 뜻이다. 안으로 들어가니 소산정사, 대문간채, 곡간채, 관리사 등이 ㅁ자형의 배치를 이루고 있었다. 중심이 되는 소산정사는 앞면 5칸·옆면 2칸 규모로 팔작지붕이다. 옆에 있는 한루정은 앞면 3칸·옆면 2칸 규모의 팔작지붕으로 소산정사의 동쪽에 나란히 배치돼 있다. 조선 후기와 일제시대 건물의 실용성에 맞춘 다양하고 변화 있는 건축의 특색을 갖추고 있었다.

    송계리 소산정사를 떠나 지방도로 1009번 대가로를 따라 6㎞쯤 가면 대가저수지가 눈앞에 화려하게 펼쳐지며 곧 대가면 소재지이다. 대가면 소재지에서 갈천서원으로 가는 2㎞ 지점 유흥리 천왕산 중턱에 충효테마파크가 있다. 대가면 전인관(45) 부면장의 안내에 따르면 약 200년 전 이 마을에 살았던 효자 이평(李平)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연 속에서 체험활동을 통해 충효사상을 익힐 수 있도록 조성했다고 한다. 12개의 안내판을 따라 500여m를 걸어가면 이평의 모친 묘지 석축과 그가 시묘살이했던 움막을 재현해 만든 여막이 있다. 효자 이평이 모친상을 당하고 시묘살이를 하자 그 효심에 감복한 호랑이가 묘역의 석축을 쌓는 것을 도왔고, 그 호랑이가 깊은 함정에 빠졌을 때 효자의 꿈에 나타나 그가 호랑이를 구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효자 이평의 효행담은 널리 알려졌고 3년간의 시묘살이 중 호랑이와 함께 쌓아올린 석축은 지금도 천왕산 기슭에 그대로 남아있고, 당시의 시묘살이 터에는 현재까지 풀이 나지 않고 있다. 효자 이평이 세상을 떠나자 마을사람들이 건립한 불망비가 마을 도로변에 세워져 오가는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적셔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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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왕점봉수대.

    천왕점봉수대·천왕산

    봉수대는 고대시대부터 중요한 통신수단의 하나로 높은 봉우리에서 횃불이나 연기 등으로 변방의 긴급한 상황을 중앙이나 해당 진영에 알려 적의 침략을 방어하는 등 군사목적으로 설치한 것이다. 천왕점봉수대는 천왕산 해발 581m의 중턱에 있으며 충효테마파크에서 500m쯤 떨어져 있다. 봉수대의 지름은 짧은쪽 18m, 긴쪽 24m인 반타원형 석축구조로서 석축의 높이는 1.5~5m이며 넓이는 2m이다. 반타원형으로 석축을 경사지게 3~4단으로 축조했으며, 동해면 곡산봉수를 향한 동쪽부분은 담장을 쌓지 않고 석축을 방형으로 돌출되게 축조한 흔적이 있다. 그리고 연대 또는 화덕을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며 통영의 우산봉수를 받아 곡산봉수에 연결하는 기능을 했다. 대가면의 천왕산(581.4m)은 고성읍 북서쪽에 위치하면서 대가면의 중심을 이루는 산이다. 양화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싸는 형세로 동서로 길게 뻗어 있는 낙남정맥의 산 중 고성지역 최고봉이다. 천왕산은 어디서 보아도 고성의 산봉우리 중에서도 단연 으뜸가는 산세를 가졌다. 고성의 겉살과 속살을 찾아서[고성문화원 발행. 2013년 8월 29일]에 따르면 천왕산의 지명이 1926년 6월(대정 15년) 일본인들이 제작한 지도에 천왕산을 무량산으로, 무량산을 대곡산으로 표기해 천왕산의 지명은 삭제해 버렸다고 했다. 일본인들이 조선인의 독립의지와 민족의 정기를 끊고자 했던 것이라 했다. 고성문화원에서는 고성군청에 지명 변경을 신청해 2014년 4월 4일 무량산에서 천왕산으로 지명 변경이 확정돼 제자리를 찾았다. 지금은 천왕산(581.4m) 정상에 가로 90㎝, 세로 150㎝ 크기의 새로운 표지석이 서서 고성의 정기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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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화리석조여래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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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천사지 승탑군.

    양화리석조여래좌상·법천사지 승탑군

    대가저수지 초입에서 양화리 마을로 접어들면 천왕산이 아늑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대무량사는 양화리에서 수치골 방향으로 약 100m에 있다. 양화리석조여래좌상은 대무량사 용화전에 봉안돼 있다. 조촐한 대무량사로 들어서니 인기척을 느낀 노스님이 지팡이를 짚고 나와 반겨주며 불상의 유래에 대해서 소상하게 일러 주었다. 불상은 고성읍 근처의 우방사 절터에 있던 것을 1964년 절집을 지키던 할머니에 의해 이곳으로 옮겨졌다. 머리 위에 있던 상투 모양의 머리묶음은 떨어져 나가 시멘트로 보수했으며, 얼굴은 둥글고 이목구비가 잘 조화를 이루고 있어 표정이 부드러웠다. 어깨가 넓고 각이 진 건장한 신체이며, 양 어깨를 감싸고 있는 옷 또한 얇게 표현해 신체의 윤곽을 잘 드러내고 있다. 오른손은 어깨 부근까지 들어 올려 손가락을 마주 잡고 있으나 끝 부분이 깨져 정확한 모습을 알 수 없고 왼손은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선방으로 안내한 법련(81) 스님은 차를 내주며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작품이라 말했다. 대무량사 건너편 양지바른 언덕 법천사의 옛 터에 7기의 승탑과 1기의 승탑비가 있다. 승탑은 고승의 시신을 화장한 후 그 유골이나 사리를 봉안하는 곳으로, 승려의 묘지를 상징한다. 이곳에 있는 1기의 비와 부도에 ‘계봉화상(鷄峰和尙)’이라 적혀 있고, 다른 부도들에도 ‘조웅대사’ 등의 승려 이름이 적혀 있어 승탑의 주인을 밝히고 있었다.

    승탑들은 모두 종 모양의 탑신(塔身)을 지닌 석종형 승탑으로 조선시대에 유행했던 양식이다. 양화리 이장 남종현(69)씨에 따르면 옛날부터 승탑이 있는 주변의 산골짜기 이름들이 나무암골, 진성암골, 운봉암골, 생언암골, 국사당 등 암자의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고 했다. 남씨의 집 마당에 석종형 승탑 1기가 있었는데 법정스님의 무소유 책을 읽고 기증을 했다며 승탑군 청소와 관리, 안내를 하고 있었다. 문화재 지킴이가 따로 없었다.


    맛집

    ▶부잣집보쌈: 조해숙 ☏ 055)536-4383. 창녕군 영산면 교리 90. 해물보쌈, 돼지보쌈, 국내산홍어삼합, 함흥냉면, 육개장. 모든 식재료는 국내산을 사용하며 주인이 직접 음식을 만든다. 돼지보쌈에 주인이 손수 빚어 내주는 막걸리 맛을 잊지 못한다.

    (마산제일고등학교 교사·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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