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피어야 할 제자리를 안다
어느 곳이어야 산들이 가장
아름다워지는가를.
흙 속에 바람 속에 하늘 속에
꽃다이 피어야 할 자리를 찾아라,
더 늦기 전에.
☞ ‘죄’라는 말의 히브리원어는 ‘핫타스’인데 그 어원은 ‘과녁에서 벗어나다’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엉뚱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과녁의 바깥, 즉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을 때 그 상황은 반드시 죄짓는 일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공식이 차근차근 들어맞는다. 풀이가 적실하다! 또한 아름다움의 지극한 것은 ‘꽃’이 아니겠는가. 꽃의 아름다움은 피어야 할 제자리를 아는 것이라고 말할 때, 그렇다면 제자리를 지키는 일은 죄짓지 않는 일이요, 죄짓지 않는 일이 곧 아름다움이라는 추가 공식이 성립한다.
사람이 아름다운 것은 있어야 할 제자리를 아는 것이다. 꽃잎이 이우는 소리를 들으며 꽃 모가지를 툭, 떨굴 때까지 차고 올연히 제 목숨의 꽃봉오리를 받들고 거기(!) 서 있는 것이다. 돌아오라, 더 늦기 전에 그대의 꽃자리를 찾아라.
조예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