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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문화기획] 경남 독립예술영화관 어떻게 하나

‘삼삼오오’ 작지만 강한 시민의 힘

  • 기사입력 : 2015-02-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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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문화원 영화자료관 이승기(왼쪽) 관장과 이달균 시인이 마산종합운동장 내 영화자료관에서 도내 독립예술영화관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구 오오극장, 극장 이름이 특이하다. 알고 보면 간단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좋은 극장’이라는 뜻에서 1부터 10까지 더한 합, 55를 극장이름으로 정했다. 이름뿐 아니라 좌석도 55석.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처음으로 생긴 독립영화전용관이다. 대형 멀티플렉스에 익숙한 관객에겐 낯설 수도 있는 이 공간은 대구독립영화협회(이하 독협)가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시민들의 자발적 모금을 비롯해 지역의 여러 사람들이 도왔고,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려 지금도 머리를 맞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사업 축소 위기를 맞아, 독립영화 상영 기회가 제한적인 현재 영화 상영과 관람의 대안적인 형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지역의 잘 알려진 두 영화광은 이 소식을 듣고 경남의 독립예술영화전용관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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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의 모금으로 만들어진 첫 지역 독립영화전용관인 오오극장의 55석 영화관 입구. 벽에 영화와 관련된 단어들을 적어 의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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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의 입구. 삼삼다방과 오오극장을 뜻하는 ‘3355’. 삼삼오오 모여 영화를 즐기자는 뜻이다.

    ◆지역 최초 독립영화관 ‘대구 오오극장’

    지난 8일, 개관식을 나흘 앞두고 개관 상영행사인 ‘오픈빨’을 진행하고 있던 대구 오오극장을 찾아갔다. 들어서자 상영작들을 소개하는 포스터와 삼삼(33)다방이 관객을 맞이했다.

    삼삼다방은 음료와 간단한 요깃거리를 파는 영화 매점 역할과 티켓 판매처 역할을 한다. 혼자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이 비치된 ‘KINO’와 같은 옛 영화잡지, 자료들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장소다. 영화가 끝나고 여운이 가시기 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삼삼 오오’ 이어나가고, 영화 스터디도 열리는 곳이다. 영화관의 수월한 운영을 위해 수익이 나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카페를 지나 빨갛고 하얀 무거운 문을 지나면 55석 규모의 작은 영화관과 마주한다.

    대구 오오극장은 2012년 ‘대구의 결핍-대구독립영화 인프라 관련 세미나’에서 대구독립영화전용관 설립을 주장한 데서 시작해 2년여 만에 만들어진 곳이다. 지난해 4월 대구 북·서성로의 근대건축물을 쓰는 사업을 신청했다가 영화관과 맞지 않아 설립이 좌절될 뻔하다 지난해 10월에서야 현재 건물을 계약했다. 본격적으로는 4개월 만에 영화관이 탄생한 셈이다. 대구 독협 관계자들은 부동산을 뒤지고 다녔고, 관련 법률에 대해선 도사가 됐다.

    오오극장 최태규 운영팀장은 운영이 어려운 독립·예술영화관들을 보면서 영화진흥위원회나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이 끊기더라도 자립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을 가장 우선으로 삼았다.

    그는 “독립영화관 설립이 대구 독협의 목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해서 2년간 꾸준히 준비했던 건데 최근 예술영화전용관에 대한 지원이 갑작스레 끊기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며 “힘들겠지만 최소한의 비용으로 운영해 새로운 문화예술운동을 이뤄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민들에 좋은 영화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독립·예술영화에 관심이 없던 시민들도 이곳을 오가다, 혹은 소문을 듣고 다양한 영화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지역에서 시민들의 모금으로 생긴 첫 지역독립영화관인 만큼 관심도 높아 개관 준비와 운영의 노하우를 다른 지역에도 나눠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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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이자 영화매표소인 ‘삼삼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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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삼다방의 벽에는 지역작가들의 작품이 걸려 있다.

    ◆오오극장이 바라는 ‘지역공동체’

    오오극장은 기본적으로 독립영화전용관이다. 일부 해외 영화들이 요건을 충족시켜 예술 영화로 분류되고, 일부 독립영화들이 대형배급사를 만나게 되면서 정말 저예산으로 제작되고 배급한 한국의 독립영화는 더욱 설 자리를 잃었기 때문에 독립영화만(한국독립영화 50%, 지역독립영화 20%)으로 개봉프로그램을 구성한다. 운영지침에도 자체 쿼터제를 명시했다. 다만 독립영화만큼 예술영화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고, 다양한 영화를 상영한다는 취지에 맞춰 예술영화나 좋은 취지의 상업영화는 기획전·정기상영회·커뮤니티 시네마 형태로 20%가량 상영한다.

    이번 개관영화제에서도 드러난다. 개관영화제1 ‘독립완생’은 드라마 미생 오차장 역을 맡은 배우 이성민의 영화 데뷔작 ‘Black&White’를 비롯한 대구지역의 독립영화들과 대구지역에서 처음으로 상영되는 독립영화 신작들을 다루고, 개관영화제2 ‘궁궁을을’은 최근 일어난 땅콩회항, 열정 페이 사건 등 갑이 판치는 갑갑한 세상을 희롱하는 을들의 작당모의를 주제로 한 영화 5편을 모았다.

    ‘커뮤니티 시네마(CC)’는 감독과의 만남을 넘어, 감독과 시민, 그리고 해당 영화와 관련된 지역 공동체의 일원들과 함께 영화에서 파생되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이다. 이날은 서동일 감독의 ‘명령불복종 교사’의 커뮤니티 시네마가 있었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서동일 감독과 대구 청소년교육문화공동체 반딧불이 관계자,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관객들과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가 미처 담아내지 못한 현실의 이야기, 영화가 다루고 있는 주제에 대한 대구의 현재 상황과 지역의 고민, 영화에서 더 확장된 주제까지 자유롭게 오갔다. 관객들도 직접 의견을 말하면서 주제에 대한 생각을 정립해 나가고, 지역의 발전을 위한 고민을 함께했다.

    오오극장은 상영 형태와 더불어 운영도 지역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대구독립영화협회와 대구민예총, 미디어 핀다가 공동으로 설립을 추진해왔으나 올해 안에는 사회적 협동조합 형태의 새로운 법인을 만들어 이관할 계획이다.

    지역예술문화운동의 거점, 사랑방이 되고 싶다는 뜻을 담아 지역 작가들의 작품들을 극장 내 공간에 불러들였다. 삼삼다방의 벽은 이들의 전시공간. 영화관이 개관하며 같이 전시를 진행한다는 의미에서 ‘동시상영’이라는 제목을 달고 지역작가 10명의 작품들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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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오오극장 최태규 운영팀장이 극장 개관 과정과 운영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지역 영화광이 생각하는 ‘독립예술영화관’

    “마산만큼 극장이 많이 몰려있었던 곳이 있었나요, 아주 그냥 사람들이 끝없이 쏟아져나왔지. 마산 역사와 사람들의 추억이 깃든 강남극장 등을 철거하지 말고 거기서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면 참 근사했을 텐데요. 의미도 있고요.”

    각각 ‘마산영화 100년사’, ‘영화, 포장마차에서의 즐거운 수다’ 등 영화관련 책까지 낸 두 영화광은 마산문화원 영화자료관 이승기 관장과 이달균 시인이다. 둘 다 경남의 영화 중심지였던 마산영화의 산증인이라 불리는 그들은 영화자료관을 세우고, 경남영상위원회를 창원으로 유치하는 데 힘써왔다. 둘은 영화로 유명세를 떨쳤던 지역에서 이제는 다양한 영화를 보지 못한다는 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이승기 관장은 수요는 늘 있다고 거들었다. “지금 이렇게 시설이 열악한 데서 고전 영화를 상영하는데도, 늘 만원이에요. 좋은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욕구는 늘 있다니까요.”

    설립 자체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주체와 운영방법이 중요해 지금부터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에 독립예술영화관을 만든다는 시도, 어렵죠. 하지만 어떻게 극복해서 시민들에 서비스할 것인가를 고민해야죠. 경남영상위원회도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었는데 제 역할을 못하고 경남문화예술진흥원으로 통합하면서 위축됐어요. 이제는 어느 하나 나설 수 있는 단체도 없어 보이고요.”

    둘은 도내 인구 밀집지역에 독립영화전용관이 생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독특한 영화 하나 보려고 요즘같이 바쁜 직장인들이 날짜 맞춰서 부산이나 대구까지 간다는 거 쉽지 않잖아요. 시민들이 시내 나왔을 때 영화관이 보여야 포스터도 보이고, 독립영화든지 예술영화든지 한다고 하면 ‘한번 볼까’ 하는 마음이 동하기도 하고요. 지금은 그런 기회가 완벽히 차단돼 있는 거죠.” 얘기 끝에 영화의 중심지였던 마산 창동이 나왔다.

    “예술촌이 조성돼 창동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예술’촌이라 해도 실제로는 미술에 치중돼 있는 부분이 많은 듯합니다.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것도 적고요. 예술촌에 현재 ACC(Art & Cinema Communication)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고 역사가 존재하니 이야기도 풍부하지요. 한국영상자료원과 같이 영화자료관까지 함께 두면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글·사진=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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