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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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께냐- 용창선

  • 기사입력 : 2015-03-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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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사람을 잊는 데에 한평생이 걸렸다니

    그리도 뜨거웠던 몸 싸늘히 식고 나면

    연인의 정강이뼈로 만들어서 부는 피리



    그대가 오신다는 바람결에 꽃은 핀다

    외롭게 걸어왔던 이번 생(生)의 부은 발등

    그리운 이름 부르며 무릎 꿇고 앉은 밤



    온 생을 서서 기다린 다리뼈에 구멍 내어

    절뚝이며 걷듯이 외로움을 채워주면

    쓸쓸한 입술 속에서 다시 피는 당신 이름


    ☞ 한 사람을 잊는 데 한 평생이 걸렸다는 말은 평생에 단 한 사람을 사랑했다는 말이겠지요. 그리고 그 사랑은 외사랑이었고요. 그런 사랑이 정말로 가능할까요? 정말로 그런 사랑이 가능했던 여인이라면 단언컨대 그는 세상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악기의 재료가 맞을 것입니다! 평생 그런 뜨거움 속에서 달궈졌던 몸이라면 그의 뼈의 밀도는 얼마나 짱짱한 것이겠습니까? 그 높은 밀도를 통과해 나오는 소리를 상상해 볼 수 있겠습니까?

    평생을 서서 기다린 여인의 정강이뼈에 아롱진 세월의 무늬결을 따라 께냐, 그 사랑의 피리 소리는 미끄러져서 세상의 모든 외로움을 어루만질 것입니다. 어루만지면서 가만히 일으켜 세워 더 단단한 외로움의 상아질을 다독거릴 것입니다. 다독거리면서 외로움의 상아질보다 더 강력한 사랑의 내질이란 아예 없다는 진실을 가만히 확증해 놓을 것입니다, 께냐, 그 뼈 피리 소리는…. 조예린 시인

    *께냐 : 죽은 여인의 정강이뼈로 만들어서? 분다는 안데스 인디언들의 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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