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곯이를 하던 가난했던 시절, 밥도둑이 많았습니다. 그런 밥도둑을 위해 어머니는 늘 가마솥에다 밥 한 그릇을 고봉으로 담아 넣어 두었지요. 밥도둑은 그 밥이 자기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곧 알아차렸습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가마솥에는 여전히 밥 한 그릇이 들어 있었으니까요. 어느 날 도둑은 고마움의 표시로 아궁이 옆에다 나뭇단 한 짐을 부려놓고 갔답니다. 그 뒤론 한 번도 밥도둑은 오지를 않았는데 아침마다 가마솥에 그대로 남아있는 밥그릇을 보며 어머니는 “어디 가서 굶어 죽지는 않았는지…”눈물을 글썽이곤 하셨습니다
☞ 어느 날 아침 전날 남겨 둔 식은 밥이 사라진 사실을 발견한 어머니는 그날부터 매일 밤 장작불의 온기가 남은 가마솥 안에 밥 한 그릇씩을 일부러 담아놓는다는 이야기. ‘다 지나간 시절 이야기지…’라고 생각되시나요? 아득한 설화처럼 현실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로 들리시나요? 그럼에도 홀연히 아궁이 옆에 나무 한 짐을 해놓고 사라진 밥도둑이나 그런 밥도둑이 어디 가서 굶어 죽지나 않았는지 걱정하는 어머니나, 모두 다 그리워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조예린 시인